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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공수처③]인권수사 자처…현실은 '인권침해' 논란

등록 2022.01.19 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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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인권친화 수사기구' 취지 무색한 논란
위법 압수수색·통신사찰 등 문제 제기
공수처 "적법성 넘어 적정성까지 고려"
감찰관 공석…내부 소란 대응엔 미흡
"역량한계 극복 우선, 신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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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임명장을 받는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해 1월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신현수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2021.01.21. scchoo@newsis.com

[과천=뉴시스]하지현 고가혜 김재환 기자 = "기본권 보호와 인권친화적 수사를 위해 (검찰과)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닻을 올린 이후 줄곧 '인권친화적 수사'를 강조해 왔다. 과거 수사기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답습하지 않고 피의자의 권리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취지였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절차적 권리의 보장"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런데 최근 공수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공교롭게도 인권 문제이다. 당초 검찰개혁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내세웠던 '인권 수사' 부분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정 피의자들을 상대로 무리한 강제수사를 벌이고, 민간인이 다수 포함된 저인망식 통신조회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법 압수수색 논란에 저인망 통신조회…'적정성' 고려 못 해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그동안 '고발사주 의혹'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상대로 총 3번의 영장(체포1·구속2)을 청구하는 유례없는 행보를 보였다. 체포영장도 기각됐는데 사정변경도 없이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청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또 범죄혐의 소명이 부족해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법원 입장을 재확인하며 '망신'을 당했다.

형사소송법상 증거인멸, 도주 우려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구체적 증거 없이 구속수사를 통해 피의자 진술을 받아내려 한 시도는 공수처의 인권 수사 방침과도 모순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 비례의 원칙상 불필요한 영장청구를 통해 당사자를 압박하는 것은 분명한 문제가 있는 수사"라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 수원지검 수사팀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대검찰청 감찰부는 앞선 진상조사를 통해 수사팀 전체가 공소장 유출 명단에 없다고 밝혔지만, 공수처는 당시 수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파견검사 2명까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해당 검사들의) 파견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그럴수록 혐의가 분명한 최소 범위에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이뤄져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팀은 "공수처가 허위로 작성한 수사기록으로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위법한 압수수색을 취소하라는 준항고를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공수처의 '저인망식' 통신자료 조회는 수사기관의 기본권 침해 논란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공수처는 통신자료 조회 건수와 영장 청구율 등을 묻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이 아직 구축되지 않아 파악이 어렵다"고 답했지만, 현재까지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 수사와 관계없는 민간인을 포함해 300여명이 넘는 이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공수처는 검·경처럼 적법절차에 따라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등 인권침해 논란이 커지자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자를 상대로 통신영장을 발부하게 된 경위나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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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인권감찰관은 출범 이후 공석…견제 장치 없는 수사

인권보호 업무를 수행해야 할 공수처 인권감찰관은 출범 1년째 공석이다. 인권친화 수사기관을 표방한 공수처가 정작 기초적인 견제 장치도 마련하지 못해 내부 소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조사 논란' 당시 이 고검장을 비공개로 면담한 이유에 대해 "공수처는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고 있다"며 "(피의자가) 피의사실에 대해 변소하고자 한다는데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이후 공수처는 이 고검장의 면담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처장 관용차로 비공식 면담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수사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공수처의 대응은 사뭇 달랐다. '해직교사 불법 특혜채용 의혹' 기소 결론 당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은 공소심의위원회가 피의자 측에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도 공수처가 공소심의위 개최를 알리지 않고 피의자들의 참여를 배제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손 전 정책관은 고발사주 의혹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손 전 정책관 측 변호인은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나온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쓸데없는 데 힘 낭비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불거진 공수처 검사의 배우자 폭행 의혹 등을 두고도 공수처는 수사기관 처분에 따라 징계 여부 등을 검토하고 조치를 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내부 비위에 대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공수처는 2차례 인권감찰관 공모를 진행했으나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고, 현재 3차 공모 전형이 진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문제는 담당 검사와 지휘부 책임이지만, 이같은 문제를 방지할 내부 감찰 기능조차 없다면 논란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수처가 가진 수사역량과 태도의 한계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면서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을 감찰관이 더블 체크할 수 있도록 안전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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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역량 부족' 내부 성찰만으론 한계…외부 통제 필요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외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에 대한 별다른 통제 절차나 컨트롤 타워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노하우가 부족하면 전문가들을 영입하거나 외부에 자문을 구하는 방식으로라도 노력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권위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관행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올해부터 공수처 수사와 관련된 국민 권익침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사 옴부즈만' 도입을 추진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부 통제보다 국민 눈높이에서 들여다보는 게 인권침해 소지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폐지론이 국민 목소리에 담기는 순간 공수처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udyha@newsis.com, gahye_k@newsis.com,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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