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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할 일 대신해온 평생…보상 아닌 인정받고 싶다"

등록 2022.12.11 09:00:00수정 2022.12.11 09: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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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훈장 모란장 서훈 보류된 양금덕 할머니

"근로정신대 문제, 10년 전보다 더 악화일로"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0일 오전 광주 서구 자택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3) 할머니가 인터뷰하고 있다. 2022.12.10.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0일 오전 광주 서구 자택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3) 할머니가 인터뷰하고 있다. 2022.12.1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기언치 받아야 할 사과, 죽어서도 못 받으면 어떡하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3) 할머니는 대한민국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이 보류된 지 나흘만인 10일 "국위선양과 명예회복에 바쳐온 지난 날들이 헛될까봐 두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1929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양 할머니는 1944년 5월 나주보통공립학교 6학년 재학 중 일본인 교장의 감언이설에 속아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으로 끌려갔다.

전쟁에 쓰일 비행기를 만드는 공정에 투입된 양 할머니는 1945년 10월까지 17개월 간 강제로 노역을 당했다. 약간의 보리밥과 매실 장아찌만이 식사의 전부였다. 쇳덩이에 칠하는 페인트에서 나온 유독성 물질로 코와 눈이 망가지기도 했다. 1944년 겪은 대지진 당시에는 나주에서 함께 건너온 친구, 선배 6명을 잃고 어깨도 다쳤다.

해방 직후 "조선에 돌아가 있으면 임금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미쓰비시중공업은 양 할머니 등 피해자들의 존재를 부정해왔다. 이에 양 할머니는 1992년 2월 고(故) 이금주 여사가 이끌던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에 가입, 미쓰비시의 사과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2018년 11월에는 대법원으로부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9월 누리집에 양 할머니를 비롯한 '2022년 대한민국 인권상 포상 추천대상자' 명단을 공개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시상은 9일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이뤄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 안건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관련 부처간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보류를 요청했다'이라는 외교부의 해명만이 돌아왔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0일 오전 광주 서구 자택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3) 할머니가 대한민국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 취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토로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2022.12.10.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0일 오전 광주 서구 자택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3) 할머니가 대한민국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 취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토로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2022.12.10. [email protected]

양 할머니는 외교부의 이번 보류 지침에 대해 납득이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외교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은 양 할머니가 외교부의 관리 책임 아래 있다는 해석이지만, 단 한번도 외교부를 통한 관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 이금주 여사의 모란장 추서 당시와 비교하면서도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달라졌느냐. 오히려 더 국가에 명분에 생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여사는 2019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바 있다.

국가의 도움없이 10여 년 넘게 벌인 잇단 투쟁으로 법적 승리는 쟁취했지만, 오늘날엔 오히려 국가가 피해자 명예회복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도 하소연했다.

양 할머니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국가가 돌보지 못한 여생을 스스로가 쟁취했다.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일만 남았는데 오히려 국가가 유기·방치하고 있는 요즘"이라며 "평생을 고통 속에서 지내온 상황에 바라는 것은 일본의 사죄지만 요원해보인다. 만약 우리가 죽고 나서 일본의 사과를 받을지언정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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