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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년]②使 "실효성 없어" vs 勞 "무력화 안돼" 논란 지속

등록 2023.01.28 05:00:00수정 2023.01.28 0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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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평가 놓고 노사 입장 극명하게 대립

경영계 "산재감소 효과 없고 혼란…실효성 의문"

노동계 "법 집행 이후 판단해야…예방 노력부터"

전문가 "노사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해" 평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3.01.26. blues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3.01.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시행 1년을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잇따라 나오면서 관련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중대재해법을 바라보는 노사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영계는 뚜렷한 효과 없이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노동계는 벌써부터 실효성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 "처벌 만능 효과 없어…모호한 법 조항 등 개정해야"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시행 전부터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화됐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경영계는 '산재사망 예방'이라는 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모호한 조항과 과도한 처벌을 들어 산업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만 강조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법 시행 첫 해인 지난해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가 오히려 8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영계는 법의 실효성에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본부장은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기업과 경영 책임자에게만 묻고, 과도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처벌 만능주의 입법으로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가 장기화하는 것도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고용부가 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229건으로, 이 중 수사를 마친 것은 52건(22.7%)에 불과하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34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이마저도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11건에 그친다. 특히 기소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37일로, 약 8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이와 관련 "중대재해법의 모호한 법률 규정과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해설서 내용에 기초해 수사 기관이 경영 책임자 특정과 인과관계 등 법 위반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경영계는 정부가 하루 빨리 보완 입법을 추진해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본부장은 "중대재해법의 처벌 요건을 명확히 하고, 경영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적정한 수준의 경제벌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내년부터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추가 유예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1.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1.26. [email protected]

노동계 "실효성 운운? 어불성설…실질적 예방대책 마련해야"

그러나 노동계는 아직 재판 결과에 따른 처벌 등 법이 집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계가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처벌법의 성격인 중대재해법은 재판 결과가 누적된 이후에 판단해야 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2건에 불과하며 재판 결과는 단 1건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경영계가 산재사고 사망자 증가를 들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법 개악 추진이 그나마 일부 진행되던 기업의 예방 노력을 중단, 후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 제정 이후인 2021년 사고 사망자는 54명 감소했고 지난해 6월까지도 감소 추세였는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중대재해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7월을 기점으로 사망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 손질을 예고한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처벌보다 '예방' 위주로 산재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 초에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상태다.

노동계는 경영계가 주장하는 법의 모호성과 불명확성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본부장은 "중대재해법은 시행령을 통해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분명히 했다"며 "경영계가 모호하다고 주장하는 조문들은 법 제정 과정에서 경영계 로비로 후퇴한 결과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결국 이제 막 법 시행 1년을 맞은 지금은 실효성을 따지기보다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법 개악과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엄정하고 신속한 법 집행으로 경영 책임자를 강력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향후 개선방향 등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6일 열린 '중대재해법 시행 1년' 토론회에서 "결론적으로 지난 1년간 (경영계든 노동계든) 어느 누구도 중대재해법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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