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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연임' 양경수號 민주노총…尹투쟁 과제 속 고립 심화되나

등록 2023.11.28 05:00:00수정 2023.11.28 07: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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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4기 임원 선거 투표 결과 56% 득표

"尹정권 퇴진 투쟁"…방식 비판 목소리도

"3년간 투쟁은 없었다"…위력투쟁 미지수

고립 심화 우려…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정부 "민주노총도 사회적 대화 열려 있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7월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2023.07.0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7월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2023.07.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상 처음으로 위원장 연임에 성공한 양경수 당선인(현 위원장)은 지난 3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권 퇴진" 등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차기 위원장 임기 3년은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와 같이 한다는 점에서 양경수호(號) 민주노총에는 어느 때보다 막중한 임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투쟁은 없었다'는 내부의 비판은 과제다. 여기에 최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달리 대정부 투쟁 기조를 고수하면서 노정 관계 경색과 고립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27일 진행된 민주노총 제11기(직선 4기) 임원 선거 투표에서 56.6%를 득표해 차기 위원장에 연임된 양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윤석열 정권에 맞선 더 강한 투쟁'을 기치로 내걸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 개악과 노조 탄압은 더욱 적나라해지고 노골화되고 있다는 게 양 당선인의 주장이다. 근로시간 개편,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불법 파업 엄정 대응, 각종 정부위원회 배제 등이 대표적이다.

현 집행부는 '근로자의 날'인 올해 5월1일 건설 노동자 분신 사망을 기폭제로 정권 퇴진 투쟁을 공식 선포하기도 했다.

양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입후보자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에 사용한 탄압은 유례 없는 것이었다"며 정권 퇴진 투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는 양 당선인과 맞대결을 펼친 박희은 위원장 후보도 한 목소리로 외쳐온 것이다.

이에 양 당선인은 그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더 강한 투쟁, 더 강한 민주노총'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양 당선인은 이날 당선 소감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민중의 요구다. 민주노총이 앞장 서서 전 민중의 요구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더욱 커지고 강력해지는 민주노총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간의 투쟁 방식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 후보는 "분노를 모아 송곳 같은 투쟁을 만들어냈어야 할 민주노총이었지만, 슬프게도 민주노총은 무기력했다"며 "보여주기 투쟁, 집회를 위한 집회, 심지어 특정 정파의 이해로 힘 있게 투쟁해야 할 시기를 논쟁 속에서 놓쳤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파업'은 보름이 넘는 강경 투쟁에도 아무런 소득 없이 백기 투항으로 끝났다.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해온 노조회계 공시와 세액공제 연계는 실리를 이유로 일단 수용하면서 정부에 한 발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직선 4기 위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직선 4기 입후보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2023.10.2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직선 4기 위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직선 4기 입후보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2023.10.27. [email protected]

민주노총 존재론과 역할론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온다.

박 후보와 한 조를 꾸려 출마한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지난 3년간 (민주노총의) 사업은 있었으나 투쟁은 없었다"며 "집회는 있었으나 어느 정권과 자본에도 위력적이지 않았고, 산별은 싸웠지만 민주노총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 당선인은 지난 3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걸음을 내딛겠다고 강조했지만, 얼마나 위력적이고 실질적인 투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두고 '뻥파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현재로선 대정부 투쟁 기조에 변함은 없는 만큼 민주노총의 사회적, 정치적 고립이 더욱 심화될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대한 불신으로 199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현재까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노총과 다른 모습이다. 노동계를 대표해 유일하게 경사노위에 참여해온 한국노총은 지난 6월 산별노조 간부 강경 진압 사태로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지만, 지난 13일 전격 복귀를 결정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사회적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근로시간 개편,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문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산적한 노동개혁 현안 논의에서 한국노총 존재감은 부각될 수 있다.

반면 민주노총은 당분간 강경 노선을 밟을 것으로 예상돼 윤석열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는 경색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워 노조의 불법 행위에 더욱 칼을 빼들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노총도 당연히 대화의 상대로서 문호가 열려 있다. 경사노위는 노동계, 경영계 다 들어올 수 있다"며 "민주노총을 향해서도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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