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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시켜줄게' 거액받고 몰래변론, 판사 출신들 징역형

등록 2024.02.08 10:47:04수정 2024.02.08 12: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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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형사사법체계 공정성에 대한 신뢰 훼손, 엄벌 불가피"

'보석시켜줄게' 거액받고 몰래변론, 판사 출신들 징역형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수감 중인 건설업자로부터 보석 허가 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성공 보수를 챙기고 '몰래 변론'을 한 판사 출신 변호사 2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 5단독 김효진 부장판사는 8일 104호 법정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7)·B(61) 변호사에 대해 각기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2000만원과 징역 8개월에 추징금 8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수감 중 이들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건설업자 대신 거액의 성공 보수를 건넨 브로커 격 C(60)씨에게 징역 1년과 1억 4900여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들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법관 출신인 A·B변호사는 2019년 12월과 2021년 1월 재개발 사업 입찰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건설업자로부터 "재판장에게 청탁해 보석 석방해주겠다"며 착수금 2000만원·성공보수 2억원을 받은 뒤 다른 변호사에게 선임계를 제출하게 해 '몰래 변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변호사는 정식으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C씨는 동업자인 건설업자에게 수사·재판 과정에 각종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금품을 받고, 전관 변호사의 선임 과정과 보석 허가 청탁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수감 중이던 건설업자는 동업자 C씨를 통해 A·B변호사에게 돈을 건넨 뒤 당시 재판장(광주지법 근무)으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았다.

A변호사는 법관 재직 시절 건설업자의 형사 사건을 심리했던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대전지법에서 함께 일하는 등 친분이 있었다.

검찰은 B변호사가 받은 2억2000만원 중 1억4000만원을 A변호사에게 건넨 것으로 봤다.

또 나머지 8000만원 중 3000만원은 B변호사, 5000만원은 A·B변호사 대신 법원에 선임계를 낸 다른 변호사가 나눠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A·B변호사 측 법률 대리인은 "위법한 청탁을 목적으로 공모한 사실이 없다. 성공 보수 등 액수가 많을 뿐 정상적인 변호 활동이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C씨는 대체로 혐의 사실을 인정했으나, 전관 변호사 선임과 보석 허가 청탁 연루에 대해선 "건설업자 대신 성공 보수를 전달하는 역할이었을 뿐"이라고 일부 부인했다.

재판장은 "A변호사의 주장과 달리, 형사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로서의 정상적 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기존 형사사건에서 받아온 수임료와 성공 보수 등에 비춰 봐도 정상적인 변호 활동의 대가로는 지나치게 거액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B변호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A변호사에게 보석에 관한 일을 제안하고 성공보수 금액을 정해 건설업자가 C씨를 통해 건넨 대가를 A변호사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 범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두 변호사가 C씨와 공모해 법관 등의 형사 재판 사무에 청탁 또는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2억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장은 "변호사로서 공익적 지위·의무를 도외시한 채 담당 재판장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건설업자의 보석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오랜 기간 법조인으로서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왔고 별다른 형사 처벌 전력이 없지만, 형사사법체계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행위로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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