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반도체 공장 근로자 '태아 산재' 첫 인정…"업무 인과관계 있어"

등록 2024.03.22 18:43:42수정 2024.03.22 20:23: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삼성 반도체 여성 근로자 3명 자녀들, 선천성 질환

근로복지공단, 이날 업무상 재해 승인…신청 3년만

'태아산재법 시행' 간호사 이후 반도체 분야는 처음

[서울=뉴시스] 2021년 6월21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태아산재인정! 제대로된 산재보상보험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사진=반올림 제공) 2024.3.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2021년 6월21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태아산재인정! 제대로된 산재보상보험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사진=반올림 제공) 2024.3.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임신 중 유해 환경에 노출된 반도체 공장 근로자 자녀의 선천성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지난해 '태아산재법' 시행 이후 반도체 분야에서 나온 첫 인정 사례다.

22일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근로자 3명의 자녀에게 발생한 선천성 질환을 이날 업무상 재해로 승인했다.

지난해 12월 임신 중 병원에서 투석액 혼합 업무를 하던 간호사 자녀의 선천성 뇌 질환이 법 시행 후 처음으로 태아 산재로 인정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사례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처음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태아산재법(산업재해 보상보험법 개정안)은 임신 중이 근로자가 건강에 해로운 근로 환경에 노출돼 자녀가 선천성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산재로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에 산재 승인을 받은 여성 근로자 3명은 모두 1990년~2000년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오퍼레이터(생산직)로 근무했다.

근로자 A씨는 1995년부터 자녀가 태어난 2004년까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했다. A씨 자녀는 콩팥무발생증 및 방광요관역류 등의 질병을 가진 채 태어났다. 이후 신장 질환인 'lgA 신증' 진단을 받았다.

또 다른 근로자 B씨는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했는데, 이듬해 태어난 자녀는 선천성 거대결장증을 진단 받았다.

1995년부터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한 근로자 C씨의 자녀는 2008년 왼쪽 신장이 없는 선천성 무신장증과 선천성 식도 폐쇄증 등을 갖고 태어났다. 시력 및 청력 이상, 발달장애 등의 진단도 받았다.

이들 근로자 3명은 2021년 5월 나란히 산재를 신청했다.

해당 사례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심의 보고서에서 "근로자 자녀의 상병이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5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자녀의 신청 상병과 근로자가 수행했던 업무와의 상당 인과 관계를 인정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임신 기간 중 유해 작업 환경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컸다고 판단한 것으로, 산재 신청 약 3년 만에 인정받은 것이다.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은 "이번 산재 인정은 별다른 이름 없이 반복되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식독성 피해에 대해 '업무상 재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이어 "반도체 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생식독성으로 인한 건강손상 위험이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이로부터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사회 전반적으로 진행하고,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 시행 전인 2020년 4월 대법원 판결로 태아 산재를 인정받은 간호사 4명의 사례를 포함해 태아 산재 인정 사례는 총 8건이다. 2022년과 지난해 접수된 2건의 사례는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