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클로즈업 필름] 박찬욱이 틀림 없어 '동조자' 1회 어땠나

등록 2024.04.17 06:06:00수정 2024.04.17 06:32: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박찬욱 새 시리즈 '동조자' 15일 오후 공개

'헤어질 결심' 이후 2년만에 새 작품 복귀해

베트남 전쟁 배경 이중 간첩 '캡틴' 이야기

아이러니·패러독스·부조리 캐릭터로 시작

박찬욱다운 연출·편집·미술…호평 이어져

박찬욱 같지 않은 경쾌함과 유머도 엿보여

[클로즈업 필름] 박찬욱이 틀림 없어 '동조자' 1회 어땠나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한 마디로 박찬욱스럽다. 그러면서 박찬욱 감독 작품에서 보이지 않던 경쾌함과 유머도 엿보인다. 다만 에피소드 6개가 더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15일 국내 첫 공개된 박 감독 새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 첫 인상을 요약하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미국 HBO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리틀 드러머 걸' 이후 6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리즈다. 미국에선 케이블채널 HBO와 온라인 스트리밍 HBO MAX에서, 국내에선 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다. 쿠팡플레이는 매주 월요일 오후 8시에 한 회 씩 선보인다.

첫 번째 에피소드만 봐도 '동조자'엔 박 감독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아이러니·패러독스·부조리가 기저에 흐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원작은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2015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 출간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남베트남 특부수 소속 군인이자 북베트남이 심어 놓은 간첩인 '캡틴'이 동시에 미국 CIA를 위해 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캡틴이 처한 상황만 봐도 박 감독이 왜 이 작품 각색·연출을 맡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혼혈이면서 남북 베트남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며 그렇다고 미국인도 아니다. 캡틴이 가진 '다중 자아'에서 바로 아이러니·패러독스·부조리가 발생한다.
[클로즈업 필름] 박찬욱이 틀림 없어 '동조자' 1회 어땠나


박 감독은 지난해 유튜브 채널 '일당백'에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와 함께 나와 원작과 이번 시리즈에 관해 얘기하면서 이 키워드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배우와 크루들에게 마치 좌우명처럼, 우리가 지켜야 하고 추구해야 하는 목표로 이 세 가지(아이러니·패러독스·부조리)를 제시했다"며 "현재 편집 중에 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었다. 원작은 캡틴이라는 인물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을 돌아본다. 베트남전에 뛰어든 미국과 미국 개입이 남긴 상처, 15년 간 이어진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미국으로 떠나온 베트남 난민들,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성장해 이중적 자아를 갖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박 감독의 '동조자'에서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담길지 들여다 보는 것도 이 시리즈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동조자'가 박찬욱 작품이라는 건 편집과 미술에서도 알 수 있다. 우선 편집. 1회에선 전화기 다이얼과 자동차 바퀴, 담뱃불과 섬광탄 등 유사 이미지를 이어 붙이는 편집 방식이 발견된다. 박 감독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게서 영향을 받은 거로 보이는 이 방식을 전작들에서 수 차례 써왔다. 박 감독 영화를 꾸준히 따라온 시청자라면 이런 대목에서 '박찬욱 작품이 맞구나'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유려하다는 단어 외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 편집 흐름 역시 박 감독 특유의 세공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전쟁 중인 나라를 담아내면서도 세련되고 정제돼 있는 미술 역시 과연 박찬욱 작품답다. 특히 캡틴이 일하는 특수부 사무실은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의 경찰 사무실을 떠올리게 한다.
[클로즈업 필름] 박찬욱이 틀림 없어 '동조자' 1회 어땠나


그러면서 '동조자'엔 박 감독 전작들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던 경쾌함과 유머도 볼 수 있다. 1회 초반부에 나오는 되감기·빨리감기 같은 편집 방식은 어두울 수밖에 없는 극 전체 분위기를 상기해준다. 이와 함께 베트남 국기에 담긴 색인 빨강과 노랑을 활용한 텍스트 효과 역시 순간 순간 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일부 시퀀스에선 코미디 영화에서 쓰일 법한 방식의 연출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박 감독은 앞서 "기본적으로 무거운 작품이지만, 아이러니·패러독스·부조리에서 나오는 씁쓸하고 날카로운 유머가 있는 작품"이라며 "원작을 읽고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드는 데 참여하겠다고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유머"라고 했다.

미국 매체들은 '동조자'를 다른 작품과 다른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라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사 주간 타임은 "영리하고 대담하다"고 평했고, LA타임즈는 "큰 규모 예산을 쓴 다른 시리즈물과 확실히 다르다"며 "평범한 시리즈가 담아내는 이야기보다 훨씬 다층적인 스토리가 이 작품에 있다"고 했다. 콜리더는 "다른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복잡한 이야기, 복잡한 캐릭터가 있다. 시청자가 흥미롭게 느낄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캡틴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한 베트남계 호주인 배우 호아 쉬안데를 두고 한목소리로 "탁월하다"고 평했다.
[클로즈업 필름] 박찬욱이 틀림 없어 '동조자' 1회 어땠나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베트남 배우들이 주로 출연하는 이 작품에서 국내 시청자에겐 익숙한 배우는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정도다. 다우니 주니어는 CIA요원 클로드를 맡아 1인 5역을 했다. 박 감독은 앞서 다우니 주니어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배우 한 명에게 인물 5개가 주어지는 것이고, 완전히 다른 인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이걸 할 수 있는 능력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할 수 있는 사람이 캐스팅 된 게 기뻤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우니 주니어가 캐스팅 되면서) 그가 있으면 투자가 더 잘 되고, 그가 있으면 예산이 더 올라가고, 제작비가 올라간다는 현실적인 장점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호평만 있는 건 아니다. 일각에선 강렬한 전반부와 비교할 때 후반부 힘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박 감독이 연출한 3회와 비교할 때 다른 감독들이 연출한 4~7회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감독은 돈 맥켈러와 함께 이 작품에 공동 쇼러너(co-showrunner)로 참여하고 극본 역시 멕켈러와 함께 썼다. 다만 연출은 1~3회만 했다. 미국에선 시리즈를 만들 때 총괄 지휘자 역할로 쇼러너를 정하고 각 에피소드를 각기 다른 연출가와 작가가 나눠 맡는 게 일반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