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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 "암은 전환점…가슴 뛰는 일만 해요"[인터뷰]

등록 2024.04.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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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베토벤이 20년만 더 살아서 클래식 색소폰을 만났다면 분명 이 악기를 위한 작품을 썼을 겁니다."

브랜든 최(36·최진우)는 한국 클래식 색소폰계의 새 장을 펼치고 있는 연주자다. 미국 신시내티 컴피티션 1위, 미국 MTNA 국제 콩쿠르 2위를 차지했고, 한국인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최초로 미국 링컨센터에서 리사이틀을 가졌다. 음반 작업도 활발하다. 2022년 '라흐마니노프'에 이어 이달 초 베토벤의 곡들로 구성된 새 앨범 '베토벤'을 발매했다.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만난 브랜든 최는 "클래식 색소폰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악기"라며 "목관의 부드러움, 금관의 웅장함, 현악의 유연함까지 두루 갖췄다"고 소개했다. "색소폰이 발명된 건 베토벤이 죽고 나서였어요. 하지만 만약 베토벤이 이 악기를 알았다면 너무 행복했을 겁니다. 그가 가진 모든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악기니까요."

음반 '베토벤'에는 클래식 색소폰으로 연주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3번 전악장, 호른소나타,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 로망스 2번, 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등이 담겼다. 브랜든 최는 다양한 음역을 갖춘 색소폰의 특성을 활용,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의 다리 역할을 했던 불멸의 작곡가 베토벤의 작품을 풀어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email protected]

"2022년 앨범 '라흐마니노프'를 발매한 후 계속 다음 프로젝트를 고민했어요. 친한 작곡가가 베토벤도 색소폰으로 연주하면 굉장히 새롭고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는데, 연주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좋았죠. 특히 가곡이 잘 어울렸어요. 한곡 한곡 악기와 어울릴 곡들을 찾아 작곡가와 편곡 작업을 했습니다."

브랜든 최는 이번 앨범 중 가장 애정을 가진 작품으로 '첼로 소나타 3번'을 꼽았다. 그는 "굉장히 연구를 많이 했고, 연습 시간 자체도 많았다"며 "가장 힘들게 만들었고,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도 크다"고 했다.

브랜든 최는 첼로 소나타 3번에서 악장마다 다른 악기를 썼다. "1악장은 바리톤 색소폰, 2악장은 테너 색소폰, 끝을 향해 달리는 3악장은 알토 색소폰으로 색다르게 편곡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기존 첼로 소나타 3번에서는 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새로운 매력이 드러났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email protected]

다음 앨범에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을 담을 생각이다. 브랜든 최는 "색소폰의 역사는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며 "벨기에 사람인 아돌프 삭스가 색소폰을 만들고 베를리오즈에게 처음 곡을 의뢰했고, 베를리오즈가 클래식 색소폰을 위한 작품을 최초로 작곡하고, 이를 세상에 소개했다"고 말했다. "드뷔시와 라벨도 색소폰 잘 알았고 사랑했습니다. 클래식 색소폰을 위한 곡들도 작곡했죠."

브랜든 최는 서울고 1학년 재학 시절 교내 윈드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고 클래식 색소폰에 빠져들었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반대했지만 시험 때 OMR 답안지에 일자로 마킹하면서까지 음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학교도, 집도 발칵 뒤집혔다. 브랜든은 "이 악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고2 때부터 클래식 색소폰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늦은 만큼 치열했다. 중앙대 음대를 거쳐 프랑스 리옹 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거쳤다. 미국 신시내티 음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해 석사 학위를, 동 대학원에서 최연소 박사 학위를 받았다. "뒤늦게 악기를 만났기 때문에 더욱 미친 듯이 연습했어요. 쉰 적이 없었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email protected]

위기가 왔다. 2022년 어느날 하얀 가운을 입은 백발의 전문의가 "젊은 분인데 안타깝다"며 그에게 갑상선암을 선고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1시간 정도 하늘만 봤어요. '라흐마니노프' 앨범을 녹음하고,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죠. 수술 일정 때문에 모든 연주를 취소했고, 수술 후에는 복압이 오르면 상처가 터질 수 있다고 해 3~4개월을 쉬었어요. 연주 기량이 올라오는데 오래 걸렸어요.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암은 큰 전환점이 됐다. "전에는 사실 하기 싫은 일들도 많이 했어요. 제 모습이 아닌 모습도 보여드렸죠. 하지만 이제 연주자로서 가슴이 뛰는 일만 하자는 생각이 커졌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29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4.30. [email protected]

브랜든 최는 클래식 색소폰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폴 크레스톤 색소폰 협주곡,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 색소폰 협주곡, 로베르토 몰리넬리 색소폰 협주곡, 앙드레 웨이그나인 랩소디 등 다양한 색소폰 작품들을 국내 초연했다. 작곡가들에게 직접 위촉한 작품만 20여곡에 이른다.

이 중 조인선의 솔로 색소폰을 위한 '지나간 시간의 하얀 그림자'는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클래식 색소폰의 주법을 조금 다르게 하면 피리나 태평소 같은 느낌을 낼 수 있는데, 그런 느낌을 내는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작품입니다. 이 곡을 미국 링컨센터에서 공연했는데 서양악기로 동양적 느낌을 낸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하다는 반응이었어요."

클래식 색소폰이 익숙하지 않은 청중들을 위해 피아노 최문석, 더블베이스 김종호, 드럼 조한샘과 '브랜든 콰르텟'으로도 활동, 클래식과 재즈, 팝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의 색소폰 오케스트라를 꾸려 직접 이끌고 있기도 하다.

브랜든 최는 오는 6월14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열리는 '브랜든 색소폰 오케스트라 제2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단원들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13세에서 70대까지, 한국은 물론 미국·캐나다·일본·중국까지 연령도 국적도 다양한 50명의 연주자들이 모였어요.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지휘도 하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함께 노를 저어가는 느낌입니다."

브랜든 최는 "'클래식 색소폰계의 백건우'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바이올린도, 피아노도 그런 대선배님, 선생님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클래식 색소폰계에는 없어요.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백건우 선생님을 만났는데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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