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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속 날카로운 이정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등록 2024.05.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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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사진=문학동네 제공) 2024.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사진=문학동네 제공) 2024.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때로는 시시하고 때로는 끔찍했으며 결국에는 죄다 망해버린 연애들이 있었다. 초라하게 사라진 나라들조차 폐허 어딘가에는 영광을 남기는 것처럼 그 연애들에도 부정할 수 없는 순간은 있었다. 연애가 망하더라도 사랑은 망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142쪽)

2024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기태 작가의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15일 출간된다. 소설집에는 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포함해 ▲세상 모든 바다 ▲롤링 선더 사랑 ▲전조등 ▲보편 교양▲로나, 우리의 별 ▲태엽은 12와 1/2바퀴 ▲무겁고 높은 ▲팍스 아토미카 등 9편이 담겼다.

이 책은 정치적·윤리적으로 복잡한 현대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초상을 정확히 직면하면서 시작된다.

소설집을 여는 '세상 모든 바다'는 걸그룹 콘서트장에서 하쿠와 영록이 마주친 이야기를 다룬다. 하쿠는 영록에게 게릴라 콘서트가 이어 열릴 것이라는 소문을 전하지만 그 소문에 몰려든 인파와 주목을 위해 연출된 '테러'에 휘말려 영록이 죽는다. 죄책감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사망 사고의 책임을 둘러싸고 모두가 서로에게 비난하는 상황에서 하쿠는 방향을 잃는다.

이어진 소설들은 짙은 안개처럼 막막한 시야에서 이정표처럼 날카롭게 나타난다.

'롤링 선더 러브'에서는 예능 출연자들을 잔인하게 품평하는 악플을 두고 "너네는 어쩌다 이렇게 좆같아졌어"라는,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서는 "일 인분을 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도 약자라는 이유로 더욱 야멸차게 다그치는 세상 앞에서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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