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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과학 숭배 버리고 다시 세우는 진리…'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등록 2026.02.11 15: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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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과학 숭배 버리고 다시 세우는 진리…'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인공지능(AI) 등 과학이 발전한 현 시대에도 기후위기를 "역대 최악의 사기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부정론이 대두되는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과학'이 여전히 판을 친다. 잘못된 정보와 무지, 선입견, 기만, 불신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신뢰할 만한 사실이나 이론을 얻으려면 무엇에 의지해야 하나?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과학사-과학철학과 석좌교수는 이 물음에 여전히 "최선의 희망은 과학과 과학적 태도"라고 답한다.

하지만 저자 장하석 교수는 신간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김영사)를 통해 오늘날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역설적으로 '과학적 실재론'이라는 견고한 믿음 때문에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적 실재론은 과학 이론이 말하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는 태도를 뜻한다. 유전자, 블랙홀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대상도 단순히 계산을 위한 수학적 모델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장 교수는 과학 지식을 의문의 여지가 없는 '신성한 진리'로 포장할수록, 실제 과학이 그런 과장된 이미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대중은 과학을 종교와 같은 수준으로 치부하며 불신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종교적 근본주의자처럼 행동하는 것은 종교적 근본주의를 이기는 길이 아니다. 가장 성숙한 사회들이 정치에서 반대파의 입을 대뜸 틀어막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과학에서 그런 충동을 극복해야 한다. 억압을 정당화하는 권위를 과학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22쪽)

때문에 저자는 오늘날 과학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과학적 실재론'이 과학자들이 실제로 하는 작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적인 이상일 뿐만 아니라, 과학을 교조적으로 만들어 과학의 진보에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는 과학을 '신성한 진리'의 집합으로 숭배하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거부한다. 과학은 비판으로부터 보호받는 교리가 아니라, 끊임없는 탐구와 논쟁이 이어지는 역동적인 인간 활동이기 때문이다.

"DNA는 이중나선이다, 물은 H₂O다, 밀물과 썰물은 달 때문에 생긴다, 석유는 살아 있는 유기체들의 잔재에서 유래한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의심할 수 있어? 하지만 거듭 말하건대 이런 식의 논증은 왜 우리가 그런 명제들을 그토록 확신하는가, 그 확신은 정당한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206쪽)

저자가 지난 40년간 품어온 의문과 고민을 발전시켜 집대성한 이 책은 과학적 실재론의 대안으로 '행동하는 실재주의(Activist Realism)'를 주창한다. 실용주의 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저자는 과학을 포함한 경험적 영역에서 지식, 진리, 실재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구축한다.

"나는 한국어에서 realism의 일반적인 번역어로 쓰이는 '실재론'과 구별하여 나의 realism을 '실재주의'로 옮기고자 하는데, 실재주의의 핵심은 행동하는 탐구의 이상(activist ideal of inquiry)이다. 바꿔 말해, 실재주의의 핵심은 실재들에 관한 더 나은 지식을 더 많이 추구하는 것을,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의 인식적 실천들을 개선하는 것을 책무로 짊어지기다. 무릇 실재주의의 전체적인 목표는 지식의 범위를 넓히고 질을 향상하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403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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