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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 거창한 게 아닙니다…함께 살아가는 겁니다" [뉴시스 함께家]

등록 2026.02.19 09:00:00수정 2026.02.19 16: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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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홍제 교당 자살예방 '다시 살림' 운영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게 영원한 생명의 길'

'생명사랑센터' 4년간 상담·생명지킴이 교육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오철 원불교 교무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원불교 홍제교당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1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오철 원불교 교무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원불교 홍제교당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골목 안, 담장이 없는 교당이 있다. 오가는 이웃들이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누고, 갓지은 음식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곳. 원불교 홍제교당이다.

이곳에서 4년째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돌보며 '생명 공동체'를 일궈온 김오철 원불교 교무는 자살예방을 거창한 정책이나 캠페인 이전의 문제로 바라본다.

"자살 예방이라는 것이 뭐 거창한 게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거죠."

그가 말하는 예방은 위기 상황에서의 개입만을 뜻하지 않는다. 관계가 끊어지기 전에, 사람이 고립되기 전에 공동체가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다. 그는 이를 '다시 살림'이라 부른다.
 

'생사일여' 생명관…"죽음은 끝이 아니라 과정"

김 교무의 '다시 살림' 철학은 원불교 생명관인 '생사일여(生死一如)'에 뿌리를 둔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며, 생명은 단절되지 않는다는 관점이다.

"원불교에서는 생명이 영원하다고 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마치 낡은 옷을 벗고 새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습니다. 잠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처럼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과정이죠."

그는 자살을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보지 않는다.

"삶의 어려움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연속성을 스스로 끊는 행위입니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면 내일이라는 희망이 사라지게 됩니다. 살아있을 때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선한 업을 쌓는 것이 결국 영원한 생명의 길입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오철 원불교 교무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원불교 홍제교당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1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오철 원불교 교무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원불교 홍제교당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18. [email protected]


'다시 살림' 캠페인…관계 회복이 곧 예방

홍제교당은 이러한 생명관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다시 살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잘했어요, 함께해요'라는 네 가지 마음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병들지 않는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김 교무는 "물질문명은 발전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병들어가고 있다”며 “생명 자체는 병들지 않지만, 이기심과 욕망이 마음을 병들게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오철 원불교 교무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원불교 홍제교당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1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오철 원불교 교무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원불교 홍제교당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18. [email protected]


홍제교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종교계 협력 체계 속에서 생명사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상담으로 연계하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생명지킴이 교육도 실시한다. 2022년 8월부터 시작해 4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반려식물을 가까이에서 키우고 보살피며 심리적 안정을 돕는 원예 명상 교육도 준비 중이다. 생명을 돌보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돌보는 힘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공동체가 있었다면…" 단절을 잇는 실천

김 교무는 활동 과정에서 만난 사례들을 떠올리며 아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신병, 부모의 사랑을 오해한 청소년의 생명 경시 문화를 안타까워했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신병의 극단적 선택, 부모의 사랑을 오해한 청소년의 안타까운 결정 등은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람도 있다. 이혼 후 절망에 빠진 이웃을 위해 전셋집을 함께 알아봐 주고 6개월 넘게 매일 전화해 안부를 묻자, 그는 다시 일상을 회복했다. 거창한 치료가 아니라 관계의 회복이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김 교무는 공동체 붕괴를 한국 사회 자살 문제의 근본 문제로 짚었다.

"옛날 3대가 함께 살던 마을 공동체에서는 아이를 함께 키우고 슬픔을 나눴습니다. 그때는 자살할 틈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혼자 버티다 무너집니다."

지금도 교당에서 만든 음식을 이웃과 나누고, 이웃이 보내온 대추와 감을 받으며 관계를 이어간다. 그는 이를 '생명 공동체 만들기'라고 부른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오철 원불교 교무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원불교 홍제교당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1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오철 원불교 교무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원불교 홍제교당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18. [email protected]


차 한잔의 여유…"사람은 존중받을 때 살아난다"

30년 가까이 차를 가까이해 온 차인(茶人)이기도 한 김 교무는 과거 원불교가 운영한 '청해진다원'에서 원장을 맡아 차를 재배하고 만들었다.

"심장이 빨리 뛰면 행복을 못 느낍니다. 차를 마시면 느긋해지고, 사람은 존중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차를 내고 대접받는 과정 자체가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됩니다. 피곤할 때, 외로울 때 고요히 차 한 잔을 마셔보세요."

홍제교당의 사례는 거대한 제도 이전에 ‘관계의 복원’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자살 예방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

"함께 살아가는 것."

그가 내놓은 답은 단순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절실한 질문이기도 하다.


'뉴시스 함께家' 프로젝트는

뉴시스는 종교계와 시민사회, 민간이 함께하는 생명존중 공익 캠페인 '함께가(家)'를 시작합니다.
'함께家'는 자살, 저출산, 고립 등의 문제를 개인의 고통이 아닌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바라보는 연대 프로젝트입니다. 예방과 돌봄의 사회적 안전망을 넓히는 데 목적을 둡니다.
이 캠페인은 종교계와의 연대에서 출발했지만, 생명존중은 특정 영역에 머물 수 없는 과제라는 인식 아래 시민사회와 민간, 지역 공동체로 협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함께家'에는 '집 가(家)'와 '함께 가자(go)'의 뜻이 담겼습니다. 단절과 고립 속에 놓인 이들에게 공동체가 동행하자는 다짐입니다.
뉴시스는 '함께家'를 통해 생명존중 의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실질적인 협력과 실천이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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