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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 봤을뿐인데…AI, 1초만에 흑색종 진단[빠정예진]

등록 2026.08.29 06:01:00수정 2026.08.29 06:52:25

오병호 교수, 딥러닝 기반 AI 진단 시스템 개발

AI가 흑색종·양성 흑색 조갑증 1초만에 판단

조직검사 어려워…AI가 암 진단 1년 앞당겨 줘

[서울=뉴시스] 오병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가 진료를 보며 흑색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오병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가 진료를 보며 흑색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 40대 여성 A씨는 검지손톱에 세로로 옅은 갈색 띠가 보여 진료실을 찾았다. 일부 색이 진한 줄이 섞여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규칙적인 패턴이었고 주변 피부로 색소가 번지거나 손톱이 갈라지는 변화는 없었다.

조직검사를 권유받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브란스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에 사진을 입력하자 흑색종 가능성이 2.1%로 나왔다. 병변 자체의 색과 경계만으로 암으로 의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의사와 AI 모두 '양성 흑색조갑증'으로 판단해, 영구적인 손톱 변형을 남기는 조직검사 대신 정기적인 경과 관찰을 택할 수 있었다.

#. 또 다른 40대 여성 B씨는 오른쪽 엄지손톱이 진한 검은색 줄이 조갑판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넓었고, 얼룩덜룩 불규칙한 색조에 손발톱 표면이 부서지고 주변 피부까지 색소가 침착돼 있었다. AI 판독 결과 흑색종 가능성이 '99.8%'로 나왔다. 활성화 지도(CAM)에서는 병변의 넓이와 경계, 주변부 확산 양상 전체를 붉게 가리켰다. 곧바로 시행한 조직검사에서 손발톱 흑색종으로 확진됐고, 이미 골침범 소견까지 보여 마디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오병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 기반 AI(인공지능) 진단 보조시스템이다. 이 솔루션은 별도의 특수 장비 없이 진료실에서 찍은 손발톱 사진 한 장만으로 손발톱에 있는 검은 줄이 흑색종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확률로 알려준다. 흑색종과 양성흑색조갑증을 단 1초만에 구별할 수 있다.

동작 방식도 사람이 '줄의 폭이 넓다', '색이 불규칙하다' 처럼 특징을 하나하나 정의해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AI가 수백 장의 실제 환자 사진을 학습하면서 흑색종과 양성 병변을 가르는 시각적 패턴을 스스로 찾아낸다.

실제, 손발톱에 생기는 검은 줄인 '흑색조갑증'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 중 일부는 치명적인 피부암인 '손발톱 흑색종'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흑색종은 양성 병변과 외형이 매우 비슷해 숙련된 피부과 전문의조차 육안만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영구적인 손발톱 변형 등 미용적·기능적 후유증을 남기는 기질 조직검사를 거쳐야 한다. 국소마취 후 조갑판을 들어내고 기질에서 조직을 얻어야 하는 시술인데 채취한 뒤에도 조직처리와 염색을 거쳐야 한다. 또 초기 손발톱 흑색종은 판독이 까다로워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추가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1~2주가 걸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검사를 미루고 "일단 지켜보자"며 평균 1년가량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빈번해 조기 진단의 한계가 있었다.
 
오병호 교수는 "손발톱에 검은 줄이 생겨 병원에 와도 곧바로 조직검사로 결론을 내리기 보다 일단 몇 달 지켜보는 경우가 많고, 평균 1년 가량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손발톱 기질 조직검사는 영구적인 손발톱 변형이라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의사도 환자도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이 솔루션을 만들게 된 계기도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친 이 같은 딜레마 때문이다. 오 교수는 "손발톱에 검은 줄이 생겨 오는 환자는 매우 흔하지만 대부분 양성인데 이 중 극히 일부가 손발톱 흑색종으로 흑색종은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단계"라며 "지켜보자와 검사하자 사이에서 매번 고민하게 되고, 미루다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를 겪으면서 판단을 도와줄 객관적 도구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조직검사와 면역조직화학염색으로 확진된 손발톱 흑색종 환자 122명과 양성 흑색조갑증 환자 172명 등 총 294명의 임상 사진 데이터를 딥러닝에 학습시켰다. 진단 혼선을 막기 위해 소아 흑색조갑증 환자 43명은 학습에서 제외하고, 환자 단위로 데이터를 분리해 AI 모델의 신뢰성을 높였다. 성능을 테스트 결과 정확도 95.0%, 민감도 87.2%, 특이도 94.8~97.8%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뉴시스] AI가 양성 흑색조갑증으로 판단한 환자 사례.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AI가 양성 흑색조갑증으로 판단한 환자 사례.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효용성도 입증됐다. 피부과 전문의와 전공의 등 30명에게 동일한 40개 증례를 먼저 AI 도움 없이 진단하게 한 뒤, AI 결과를 참고해 다시 진단하게 한 결과 전체 진단 정확도는 70.0%에서 80.8%로 껑충 뛰었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피부과 전공의 그룹에서 정확도 향상(71.7%→88.1%)이 가장 두드러졌고, 의료진 간 진단 일치도 역시 크게 개선됐다.

오 교수는 "인공지능이 첫 내원 시점에 찍은 사진 한장으로 1초 만에 위험도를 확률로 제시하기 때문에 고위험군 진단 시점을 수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앞당길 수 있다"며 "향후 환자의 생존율 향상은 물론, 양성 환자들이 불필요한 조직검사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원가에서 흑색종 의심 환자를 가려내는 선별 도구로 활용된다면, 상급 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솔루션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데이터 수집이었다. 희귀암이다 보니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축적한 자료를 총동원해야 했다. 또, 소아에서 손발톱에 생기는 색소병변은 겉보기엔 흑색종과 유사할 수 있지만 자연히 사라지기도 하는 전혀 다른 질환이라, 성인 기준을 적용하면 잘못된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소아는 학습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오 교수는 "환자 단위로 데이터를 분리하면서 학습에 쓸 수 있는 자료가 줄어드는 문제, 사진마다 조명과 각도, 화질이 다른 문제도 있었다"며 "한국인 위주여서 피부색이 다른 인구 집단에서도 같은 성능이 나올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피부색이 다른 인구집단을 포함한 다기관 코호트 검증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조갑하 출혈이나 진균 감염 등을 함께 감별하는 다중 분류 모델 및 환자 자가 관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AI가 즉시 검사가 필요한 흑색종으로 판단한 환자 사례.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AI가 즉시 검사가 필요한 흑색종으로 판단한 환자 사례.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오 교수는 "피부색이 다른 인구 집단까지 포함한 검증과 함께, 실제 진료에서는 조갑하 출혈, 진균 감염, 조갑모반 등도 함께 감별해야 하는데 다중 분류 모델로 넓히는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며 "비전문의 등 의사들의 진단 수준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는 도구로 개발하고, 나아가 피부암 환자들이 직접 자신의 피부 상태를 경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진단 보조기술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오 교수는 "언론에 손발톱 흑색종에 대한 보도가 나가면 너무 많은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의뢰가 된다"며 "개원가에서는 손발톱 조직검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검은 줄이 보이는 환자 상당수를 상급병원에 의뢰되는데 실제로는 그중 대부분은 양성 흑색조갑증인 경우가 많아 이를 개원가에서 먼저 가려주는 역할을 하면 진료가 급한 환자들이 제때 진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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