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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전하는 과실수이야기 "살고(살구) 봅시다"

등록 2011.06.17 14:07:46수정 2016.12.27 22: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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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14일 울산시 남구 부곡동 석유화학공단 내 도로변에 씨를 행인(杏仁)이라 해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있는 살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이승민 시인)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올해 살구열매가 많이 달린 걸 보니 병충해 없이 농사가 풍년이 들 모양이네."

 17일 울산시 남구 부곡동 석유화학공단 도로변에 동그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살구나무'를 보면서 이승민(45) 시인은 혼잣말을 한다.

 그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게 습관화 됐다. 조금만 빨리 회사에 나오면 조급해 하지 않고도 아이디어 곧잘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의도는 따로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 사진을 여유롭게 찍기 위해서다.

 요즈음 그의 큰 관심사는 ‘살구나무’다. 살구나무가 주는 의미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툭하면 '자살' 소식이 터져 나오잖습니까.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 희망적인 소식을 많이 전해주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살구가 전하는 의미를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공단 내에 핀 살구나무를 보세요. 매연으로 살기 힘들어도 꽃을 피우고 결실을 거두고 있지요. 가볍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살고(살구)' 봐야하지 않을까요."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14일 울산시 남구 부곡동 석유화학공단 내 도로변에 씨를 행인(杏仁)이라 해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있는 살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이승민 시인)  photo@newsis.com

 이 시인은 이왕 꺼낸 '살구이야기'라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어릴 때 이른 새벽에 살구씨를 잘 씹어 먹으면 오장의 잡물을 씻어내고 육부의 풍을 모두 몰아내며 눈을 밝게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요. 200여 가지의 살구씨를 이용한 치료방법이 알려져 있는만큼 '살구'는 사람들의 '건강'과 관련이 깊은 열매인 것이지요."

 살구나무는 오래된 과일나무로 복숭아, 자두와 함께 우리의 대표적인 옛 과일로서 역사기록에 흔히 등장한다고 덧붙였다.

 "이원수의 시 '고향의 봄' 가사를 되뇌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라는 구절이 있지요. 이 얼마나 예쁜 노랫말인지 모릅니다. 특히 살구나무는 우리의 옛 정취를 더듬게 해주는 나무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인은 요즈음 과실수가 익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 시인의 꽃 사랑 자연사랑이 각별하다는 뜻이다.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14일 울산시 남구 부곡동 석유화학공단 내 도로변에 씨를 행인(杏仁)이라 해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있는 살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이승민 시인)  photo@newsis.com

 출근길에 만나는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흔한 나무 가지도 허투로 보는 일이 없다. 직접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도 좋지만 더 연장시키기 위한 작업도 펼친다. 바로 앵글에 담는 작업이다.

 그의 가방은 카메라 무게가 더해져 언제나 무겁지만 '행복한 불만'이라고 잘라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들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개인시집만 두 권 발행한 이 시인은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친다. 울산문인협회, 울산아동문학인협회와 공단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이는 그는 사진촬영도 열심이다.

 특히 꽃을 비롯한 자연을 예찬하며 지은 작품을 사진과 함께 커뮤니티에 올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가 찍은 사진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동화돼 용기를 얻었다' '자연을 닮고자 노력하겠다'는 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시인은 "주위를 둘러보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도 생명체가 자라나고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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