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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교수 성학, 보는 성감 듣는 성감

등록 2011.09.12 07:11:00수정 2016.12.27 22: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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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27>  영문법에서 ‘To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과 ‘동명사’를 공부할 때 항시 예문으로 등장하는 문장이 바로 ‘보는 것이 믿는 것(To see is to believe;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속담이다. 사랑하는 연인사이에 티격태격 실랑이를 벌일 때도 ‘네가 그렇게 사랑한다면 한번 보여줘 봐’라고 말하듯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려 하지 않는가?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27>

 영문법에서 ‘To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과 ‘동명사’를 공부할 때 항시 예문으로 등장하는 문장이 바로 ‘보는 것이 믿는 것(To see is to believe;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속담이다. 사랑하는 연인사이에 티격태격 실랑이를 벌일 때도 ‘네가 그렇게 사랑한다면 한번 보여줘 봐’라고 말하듯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려 하지 않는가?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감각 중에서 시각은 무척 큰 비중을 차지하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알고자 하는 성감에서도 매우 중요한 감각이다. 가령 ‘눈으로 말해요’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인간은 눈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눈으로 생각하며,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눈으로 화를 내기도 한다. 이렇게 인간은 그들의 정동(情動)과 정보를 눈으로 받아들이고 눈으로 표현하는 습성이 있는데, 때로는 눈을 감아 시각을 차단함으로써 그 효과를 증폭시킨다.

 인간의 두 눈은 500만이나 되는 실로 엄청난 색을 분간하는 색각을 갖고 있다. 시력 또한 최고여서 촛불의 1000분의1에 해당하는 광도(光度)를 가진 광원(光源)도 1㎝ 떨어진 곳에서 분간해 낼 수 있다. 아울러 외눈이 아닌 쌍눈이라서, 보려는 물체의 원근이나 폭, 입체감 등을 정확히 판별한다. 이처럼 인간은 눈으로 들어오는 각종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해서, 뇌가 정확히 판단토록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와 궤(軌)를 같이하는 진화론자들의 흥미로운 주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들의 주장인즉 척추동물의 진화를 살펴보면 인간의 눈도 뇌가 밖으로 튀어나와 얼굴에 자리 잡은 것이라는 말이다.

 본래 척추동물 눈의 역사는 활유어(蛞蝓魚)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몸 자체가 투명하고 칼처럼 생긴 이 작은 물고기는 신경관 전체에 광감각세포가 분포돼 뇌 자체가 곧 눈이었다. 그 후 진화과정을 거치며 몸이 더 이상 투명하지 않게 되자 광감각세포의 무리는 뇌를 벗어나 몸의 표면 중 뇌로부터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았으니 이게 바로 눈이라는 것이다. 각각의 동물에게 필요한 눈의 숫자는 그 기능의 완전도와 생활양식에 따라 달라지는데, 아무튼 동물 진화의 극에 위치한 인간은 현재 두 개의 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척추동물의 눈은 3개라고 한다. 깜짝 놀랄 일이지만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심지어 우리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까지도 눈은 2개가 아니라 3개라는 것이다. 하등한 척추동물의 경우에는 이 제3의 눈이 보통의 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바깥쪽에 렌즈가 있고, 안쪽에는 광감각세포를 가진 망막과 유사한 막이 있으며, 맥락막의 흔적까지 있다고 한다. 고등동물로 진화됨에 따라 제3의 눈은 뇌 속으로 모습을 감춰서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데, 인간의 경우는 이름까지도 송과체(松果體: pineal body)라고 바뀌었다.

 파충류 등에서는 체색(體色)을 바꾸거나 체온조절 역할을 했던 이 제3의 눈은 포유류에 이르러 완전한 내분비 기관으로 전화해 송과체로 변했는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여전히 눈의 역할을 한다. 즉 송과체에서는 멜라토닌(melaton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어두워지면 증가하고, 밝아지면 줄어든다. 다시 말해 눈이 가진 빛에 대한 감각작용을 여전히 수행하니, 말을 바꾸면 빛 정보를 호르몬 정보로 변환하는 감각기관이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인간의 정서에 밀접한 시상하부-뇌하수체 계통에 작용해 인간의 심리활동 등의 결정에 관여하며, 동물실험에 의하면 항생식선자극 호르몬 작용도 있다고 보고됐다.

 눈이 2개이건 3개이건, 또 송과체가 어떤 작용을 하건, 시각이 성감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눈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시각정보가 성감을 높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분의 정보를 폐쇄함으로써 오히려 성감을 높일 수도 있다. 예로부터 성의 영위(營爲)가 어둠 속에서 행해진 것도 이런 까닭이며, 키스할 때 대부분의 여성이 눈을 감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설마 성관계 시 절 입구의 사천왕(四天王)상처럼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사람은 없겠지….

 무성(無聲)영화 시대가 있었다. 변사(辯士) 혼자서 열심히 떠들어대느라 옆에는 꼭 물을 한 컵씩 갖다 놓고, 짬이 날 때면 한 모금씩 홀짝이며 마른입을 축이곤 했던…. 요즘에도 연극계에서는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언극(無言劇: pantomime)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영화계에서는 청각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발달하고 있다. 예전 극장들이 낡은 시설을 개조한 다음 선전문구로 늘 ‘돌비(DOLBY)’시스템을 완벽히 갖추었노라 떠드는 이유도, 또 아카데미상의 타이틀에도 음악상이나 음향효과상이 있는 이유도, 인간에게는 청각의 비중 또한 매우 높다는 증거이다.

 인간의 귀에는 한 쪽만도 음파(音波)를 수용하는 신경세포가 2만4000개나 있는데, 사람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까닭은 진동하는 음파의 에너지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이 신경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청각의 감도는 가히 환상적이어서, 달팽이관의 막(膜)을 약 1000억 분의 1 정도만큼 진동시키는 미세한 압력까지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좌우로 2개의 귀가 있기에 음원(音源) 측정이 매우 편리한데, 어떤 소리가 한 쪽 귀보다 다른 한 쪽 귀에 0.0001초 정도 늦게 도달해도 이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청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여타동물들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한다. 다만 급격하게 교체되는 음의 흐름을 분석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덕택에 일정한 언어체계를 만들어 이용함으로써, 단점을 보완하고도 남게 됐다.

 그러면 소리, 청각, 그리고 언어가 성감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자. 곤충이나 동물이 소리로 이성을 유인한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가령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암놈 모기는 비행 시 ‘부웅’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가 숫놈 모기에게는 욕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천연기념물인 딱따구리의 나무 쪼아대는 소리 또한 암놈을 부르는 소리이며, 가을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도 ‘독서의 계절’임을 일깨우기 위함이 아니라 암놈을 유인하는 섹스 뮤직이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의미 없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상대방의 청각을 자극함으로써 성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곤충이나 동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진정한 의미의 언어계를 가진 동물은 인간뿐이다. 인간은 혀나 입 둘레의 이른바 조어근(造語筋)이라 불리는 근육을 움직여서 언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도 그럴싸한 말로 치장할 수 있다. 실제로 달콤한 말을 이성의 귓가에 속삼임으로써 구애에 성공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여성들은 귓전을 파고드는 사랑의 말에 성감이 고조된다고 한다. 이에 반해 남자들은 애교(愛嬌)섞인 웃음과 목소리에 약한 편인데, 실제로 성관계를 할 때 적당한 비음(鼻音)이 들어간 신음소리를 들으면 성감이 한층 고조된다고 한다. 한편 성감이 고조돼 ‘아찔해서 뿅 갔다’라든지 ‘붕 뜬 기분’이었다든지 하는 느낌도 청각뿐 아니라 평형감각에도 관여하는 두 귀 덕택에 가능한 것이다.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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