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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천호균 쌈지농부 대표 "광화문 한복판에 벼를 심으면 예쁘지 않겠어요"

등록 2012.02.12 16:03:59수정 2016.12.28 00: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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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 = 쌈지농부 제공)

【서울=뉴시스】송윤세 기자 =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논을 만들어 벼를 심으면 예쁘지 않겠어요."

 지난 10일 서울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천호균 쌈지농부 대표(63)는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설레는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시청과 광화문 주변을 둘러보다 이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평소 상상하기, 이름 짓기, 생긴 대로 개성 있는 것 찾기 등을 잘 한다는 천 대표다웠다. 최근에는 '마음은 콩밭에'라는 가게이름을 먼저 지어놓고 두부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한 때 대한민국 대표 피혁브랜드 '쌈지'를 경영했던 전문 경영인 이었다. 물론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본의 아니게 부도처리 되는 등 적지 않은 아품을 겪었다. 그런 경험이 지금의 사업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으로 그는 생각하고 있다.   

 그는 농업으로 사업초점을 맞추면서 안사고는 못 배기는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유혹하기보다 친환경적인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론을 갖고 있다.

 천 대표의 이런 지론을 실천한 것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그는 그해 사회적기업 '쌈지농부'를 만들어 '농사는 예술이다'라는 슬로건으로 농촌디자인컨설팅을 했다. 이어 2010년에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생태문화공간 '논밭예술학교', 유기농 레스토랑 '오가닉 튼튼밥상' 등을 지난해에는 흙살림과 손잡고 헤이리와 출판단지, 한남동에 농산물유통매장 '농부로부터'를 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중에 자신이 만든 상품이 크게 유행해 대량생산되고, 다시 또 새로운 제품을 유행시켜 이전 제품을 폐기 하는 과잉생산과 과소비되는 현 패션구조에 회의를 품고 활동을 그만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가치를 담고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연구하게 됐고, 그 결과 농산품이 이 같은 가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낸 게 농산물유통매장 '농부로부터'이다. '농부로부터'는 토종씨앗으로 유기농재배한 농산품들을 비롯해 자연친화적인 토양관리제와 퇴비, 시골에서 친환경 재료로 만든 공예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상품글씨체도 농부의 마음을 담아 최대한 '농부답게'(?) 디자인했단다. 하지만 협동조합 등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국내 농산품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많아,  천 대표만의 마케팅 전략이 궁금했다.

 "'농부로부터'는 '우리의 것',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추억이 있다는 점이 기존 매장들과 차이점입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축구를 할 때 사람들이 밤을 새가며 응원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물건, 우리의 농산품이란 점을 사람들이 인지한다면 토종제품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또 우리가 못 먹고, 못 입었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제품을 만들면 마니아층이 생길 것으로 생각 합니다. 저는 추억이 깃든 물건만 봐도 '뭉클'한 감정이 들어요. 단순한 물건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제품이라면 기존 제품과 차별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농산품에 대해 연구하며 자연스럽게 농사에도 관심이 갖기 시작했다. 농사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점점 빠져들어 갔다. 농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기간을 기가 막히게 구분하고 있는 절기를 알고 무릎을 쳤고,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열매를 맺기 위해 극복해야하는 농부의 마음을 알고 그 깊이에 감동했다.

 "농부가 콩을 심을 때 세 알을 심는데 왜 그런지 아세요. 하나는 콩알이 나와 자라라고, 또 하나는 땅속 벌레들이 먹으라고, 남은 하나는 새나 동물들이 파먹으라고 세 알을 심는 겁니다. 요즘 다른 삶이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 궁리는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농부는 자신의 생산과 수확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됨됨이를 가진 것이지요. 이렇게 나누고 배려해야 모두가 살 수 있다는 농부의 지혜와 마음을 복원하고 싶었 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나눔', '공동체'라는 개념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골목상권진출과 오버랩 됐다. 요즘 대기업들이 치킨, 떡볶이, 빵 등 골목상권까지 진출하고, 재래시장 부근에 점포를 늘리는 등 '나홀로식' 경영으로 많은 영세사업자들이 힘들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들을 다 죽여야만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경영풍토가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기업에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동참도 절실합니다. 비윤리적인 기업을 소비자가 외면한다면 기업도 살기 위해 부당한 행위를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소비자도 자기만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생산자, 생산과정 등을 고려해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합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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