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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그시절 치기와 낭만, 제옷입은 이종석…영화 '피끓는청춘'

등록 2014.01.21 07:01:00수정 2016.12.28 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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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피끓는 청춘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청춘을 다루는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한다.

 허무와 방황에 허세를 곁들여 최대한 아름답게 표현하거나('비트'), 치기와 에너지에 과장을 더해 청춘을 '그때'의 추억으로 다루거나('품행제로' '바람')

 영화 '피 끓는 청춘'(감독 이연우)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후자의 영화다.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유머와 낭만이다. 그 시절의 유치함에 관객이 함께 웃을 수 있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는 제쳐두고 앞만 보고 돌격하는 무모함에 '저게 젊음이지'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1982년 충청도 홍성. '영숙'(박보영)은 충청도를 접수한 '일진'이지만 홍성농고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을 바라보며 애만 태운다. 홍성공고 싸움짱 '광식'(김영광)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영숙이 야속하기만 하다. 서울 전학생 '소희'(이세영)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점점 꼬여가기 시작한다.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청춘을 다루는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한다.  jb@newsis.com

 '피 끓는 청춘'은 앞서 말한 두 가지를 놓치지 않은 영화다. 최근 개봉한 코미디 영화들은 썰렁한 유머로 실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이 작품의 유머는 타율이 매우 높다. 허다한 코미디 영화가 욕과 폭력으로 억지웃음을 주는 반면 충청도 특유의 '익살'과 '능청'으로 관객을 웃긴다. 육체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말하는 영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순수함은 새삼 귀엽기까지 하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노래를 부르자 슬쩍 뒤로 다가가 추임새를 넣는 모습이나(부비부비가 아니라), 여자 손을 잡는 노하우를 설명하는 남학생들의 모습에서(여자와의 잠자리가 아니라)는 웃지 않을 재간이 없다. 어두운 시골길을 걸어야 하는 여학생을 위해 자전거 헤드라이트를 밝혀주는 낭만은 또 어떻고.

 물론 '피 끓는 청춘'이 세련되거나 매끈한 영화인 것은 아니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공식인 8대 2 비율로 웃음과 눈물을 섞는 방식을 이 영화도 취했다. 영화 초중반 에피소드를 쉴 새 없이 나열하다가 감정의 축적 없이 극을 반전시키는 연출은 무성의해 보이기도 한다. 몇몇 등장인물은 기능적으로 활용되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청춘을 다루는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한다.  jb@newsis.com

 하지만 '피 끓는 청춘'이 귀여운 유머감각을 갖춘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고등학생들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다는 큰 틀에서 볼 때 새로울 것이 없지만, 기차로 통학하는 농촌 학생들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한국영화에 잘 등장하지 않는 충청도 사투리는 분명 신선하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을 보는 맛도 있다.

 '관상'에서는 선배들의 기에 눌리고, '노브레싱'에서는 연기할 기회 자체를 놓친 이종석은 '피 끓는 청춘'으로 연기경력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다. 자신이 가진 무기가 잘생긴 얼굴과 긴 팔다리뿐 만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낸 이 청춘스타는 스스로 망가지는 길을 골랐다. 이를 통해 '대세'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임을 보여줬다. '피 끓는 청춘'은 이종석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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