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들, 헛되지 않았음 기뻐할 것”…교황 서소문성지 강복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헌화와 기도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4.08.16. [email protected]
오전 8시50분께 “모두 일어나십시오”라는 안내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등장하자 현장을 찾은 500여명이 환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차에서 내려 화동 2명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화동이 앞장서 제단 앞에 꽃바구니를 두고 퇴장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교자 현양탑 앞에서 1분여간 눈을 감고 기도를 한 뒤 성호경을 그었다. 곧이어 뒤로 돌아 신자들에게 교황 강복을 전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교황님과 함께,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이제와 영원히 받으소서. 우리의 도움은 주님의 이름에 있으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로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러분에게 강복하소서.”
강복 후 순교자 후손들과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눈 교황은 중림동 약현본당 어린이, 노인들과 손을 맞잡고 인사를 했다. 5분여간 일일이 악수하고 ‘셀카’에도 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사를 끝내고 돌아서려다가 자신을 부르는 어린이의 목소리에 다시 돌아서 또 다른 이들과도 인사했다.
중림동약현본당 신자인 아르헨티나 출신 야니는 자신의 앞에 다가온 교황에게 “제 가족들을 축복해주세요”라고 청했고 교황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야니는 교황의 반지에 입 맞췄으며 교황은 따뜻한 포옹으로 축복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18년 된 야니는 교황과 스페인어로 대화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신도들을 바라보고 있다. 2014.08.16. [email protected]
한편,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한 500여명은 서소문순교성지를 사랑하고 가꾸는 이들과 서소문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태어난 지 100일을 맞이한 영아부터 8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본당 신자들과 서소문 주변에서 생활하는 지역주민들이다. 이 지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수험생, 중구청 직원 등 서소문 성지 개발 관계자들 등이 초대됐다. 어린이와 청소년 60여명도 포함됐다.
지난 27일간 ‘서소문 밖 순교성지 27위 복자 탄생 감사기도’ 봉헌을 서약한 이들이 중심이다. 이들은 서소문 성지를 둘러싸고 교황 ‘영접 전 감사기도’를 바치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렸다.
이승훈 베드로의 후손인 서울대교구 이태석 신부는 교황과의 만남에 앞서 “순교자들은 한국 교회가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게 한 밑거름”이라며 “순교자들도 당신들의 순교가 결실을 본 오늘, 그 뜻이 헛되지 않았음을 기뻐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 안토니오 순교자 후손으로 이 자리에 초대된 이수진 수녀는 교황과 첫 인연을 맺은 한국 수도회인 성가소비녀회 소속이기도 하다. 이 수녀는 “우리 가족은 물론 수도회도 대표해 온 듯한 마음이어서 더욱 기쁘다. 교황님을 위해 지속해서 기도해왔다”고 전했다. “또 수도회 입회 후 족보를 정리하면서 순교자의 후손임을 알게 됐는데 이후 온 가족이 더욱 기도와 가톨릭교회를 알리는데 더욱 열심히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2014.08.16. [email protected]
이 신부는 “내가 믿지 않는 종교라도 인류의 보편 가치를 드러낸 분으로서 순교자들의 정신을 공유할 수 있다.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곳으로써 이 성지와 기념관이 자리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화동 성석희(14·환일중)군은 “성당을 오래 다니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뽑히게 됐다”고 말했다. 함께 화동으로 선택된 최윤지(13·미동초)양은 “교황님 뵙는 것이 긴장된다. 어머니께서 성당을 다니셔서 아기 때부터 천주교 신자였다. 방학 기간에 캠프를 다녀오니 이미 화동으로 뽑혔더라. 교황은 모든 사람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은 검소하시고 친절해서 친구들도 좋아한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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