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급물살①]올해 신용등급 하락 기업 40%…조선·정유·건설·철강·석화
나이스신평, 올 등급하향 기업 31곳 중 40%가 건설, 조선,석화, 철강,정유기업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조선과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이른바 취약 업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한층 가속화가 붙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조선·해운·철강업을 중심으로 한계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기업 신용평가를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신속히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175개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이처럼 정부의 빨라진 행보는 우리 주력 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감소, 중국 등의 거센 추격으로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실 취약 업종 구조조정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부진한 실적을 보여왔고, 개별 기업의 부실 차원을 넘어 업종 전체가 하향 평준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위기 조짐에도 계속 구조조정을 미뤄오다가 최근 들어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게 국내외 신용평가기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2일 나이스신용평가가 산업별로 신용등급 변동을 분석한 결과 2013년을 기점으로 등급이 오른 기업보다 낮아지는 기업이 많았고, 그 폭도 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업종별로 신용등급 변동 성향을 분석했을 때 조선 업종이 마이너스 75%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기업 대비 등급이 오른 곳과 낮아진 곳의 차이를 산정, 해당 업종 신용등급의 상대적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외 하락 성향은 정유 25%, 석유화학 21.43%, 종합건설 17.86% 순으로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나이스신평 관계자는 "올해 신용등급을 낮춘 기업 31곳 가운데 건설과 조선, 석유화학, 철강, 정유 업종 등 이른바 취약 업종에 속한 기업이 19곳으로 전체의 약 4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도 비슷하다. 올 상반기에만 포스코,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중공업, 삼성정밀화학, 포스코건설, 대우조선해양, 동국제강, 삼부토건, 동부메탈 등 철강 정유 조선 건설 분야에서 취약 기업들의 신용 하락이 이어졌다.
또 지난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제조 기업 23곳 가운데 취약 업종에 속한 기업이 절반을 넘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등급이 하락한 기업 중 건설과 해운, 조선 업종 비중은 매년 40%를 넘어선다. 2012년에는 이들 업종의 등급 하향 비중이 72.7%에 달하기도 했다.
사실 조선 철강 등 취약 업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 내에서 경쟁은 치열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 경쟁 업체의 성장 등 불리한 환경이 전개되면서 신용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무디스(Moody's)의 크리스 박 이사는 "한국의 경제 규모를 봤을 때 건설이나 화학 등 일부 산업에서는 시장 참여자가 너무 많다"며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숫자를 줄여나가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취약 업종의 신용 하락이 일부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앞으로 전망도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피경원 나이스신평 평가기준실장은 "향후 경기 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취약 업종의 신용등급 추락 하락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상황"이라면서 "심하면 연쇄 반응으로 다른 산업까지 신용 위험이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실세 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에 의존도가 높은 수출 제조업을 시작으로 산업 전반이 부정적인 영향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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