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왜 필리핀 수비크에 조선소를 세웠나

【수비크=뉴시스】이승주 기자 = 한진중공업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2000년대 중반, 세계 해운업계의 대형컨테이너선 선호 추세가 거세지면서부터다.
한진중공업은 당시 경쟁업체의 10분의 1도 못 미치는 협소한 영도조선소 부지 때문에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국내에서 부지를 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조선소가 지역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란 편견에 번번이 부딪혀야 했다. 새로운 조선소 부지 확보를 위해 세계로 눈을 돌렸다.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처음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 곳은 중국이다. 하지만 이내 장애물에 부딪혔다. 중국은 외국 기업이 조선소를 짓게 되면 51% 이상의 지분을 정부가 가져간다. 또 10만톤 이상의 수주를 하려면 중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주도적인 경영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전에 필리핀에 진출했던 경험도 긍정적이었다. 한진중공업 건설 부문은 지난 1973년 국내 최초로 필리핀에 진출했다. 이후 40여 년간 항만과 공항, 경전철, 교량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지 적응력을 높였다. 이런 경험으로 필리핀에 진출과 동시에 마닐라에 지점을 설립,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필리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도움이 됐다. 한진중공업은 8년간 모든 세금을 면제받고, 최소 50년간 공장 부지 전체를 월 임대료 1000만원에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한진중공업이 양성한 현지 인력은 회사의 동의 없이는 5년간 전직할 수 없다는 대통령령 규정 등에 힘입었다.
하지만 필리핀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조선업 특성상 실외에서 작업하는 과정이 많아 기후는 맑고 건조해야 한다. 필리핀은 우기에 접어들면 약 3개월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진다. 건기에는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이어진다.
실마리는 '큰 우산으로 덮었으면 좋겠다'는 누군가의 아이디어에서 풀렸다. 한진중공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쉘터(shelter: 덮개)'를 도입했다. 대부분 작업장에 이를 설치해 실내화했다.

한진중공업은 현지에 트레이닝센터를 세워 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또 현지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주거안정을 위해 '한진 빌리지'를 지어 저렴하게 분양 중이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진 빌리지 내에 4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를 지어 필리핀 교육부에 기증했다. 버스 터미널과 주민 다목적실, 공원, 농구장 등도 무상 제공했다. 태풍이나 재난이 발생해도 비상식량과 의료품 등 구호물자도 지원하고 있다.
수비크조선소 관계자는 "영도조선소 부지가 좁아 과거에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주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수비크로 자리한 뒤 30만톤·2만TEU급 극초대형도 잇달아 수주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필리핀이 세계 4위 조선 대국으로 성장했다"며 "중국이나 해외로 진출한 한국 조선소들의 명암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