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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몸 90%는 미생물, 앨러나 콜렌 '10퍼센트 인간'

등록 2016.02.22 10:16:37수정 2016.12.28 16: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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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해독해낸 획기적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뒤이어 과학자들은 많은 양의 DNA 염기서열을 저렴한 비용으로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대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 죽은 미생물조차도 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DNA를 분석함으로써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몸속의 미생물들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현대 과학은 이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인간의 삶이 이 히치하이커들과 어떻게 서로 얽혀 있으며 이들이 인간의 몸을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결과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다."(9~10쪽)  "레이는 박테리아를 식별하는 바코드로 쓰이는 16S rRNA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하여 장내에 어떤 박테리아들이 있는지 알아낸 뒤 비만 쥐와 마른 쥐의 미생물총을 비교하였다. 생쥐들의 장에는 의간균과 후벽균(Firmicutes) 두 그룹의 박테리아들이 우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른 쥐와 비교했을 때 비만 쥐의 의간균은 절반 수준, 후벽균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레이는 의간균과 후벽균의 비율 차이가 비만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이번엔 살찐 사람과 마른 사람의 미생물총을 비교했다. 그러자 쥐에서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살찐 사람들은 후벽균이 훨씬 많았고 마른 사람들은 의간균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118쪽)  영국의 동물학자 앨러나 콜렌이 쓴 '10퍼센트 인간'이 번역 출간됐다. 우리 몸속 90%를 차지하지만 여태껏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미생물'이라는 존재를 다룬 책이다.  우리 몸은 살과 피, 뇌와 피부, 뼈와 근육 등 10%의 인체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90%의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자신은 하나의 개체가 아닌 수많은 생명이 어우러진 하나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제2의 게놈,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들을 통해 몸속 미생물의 불균형이 우리의 신진대사와 면역체계, 더 나아가 정신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밝힌다. 항생제 남용, 무분별한 제왕절개, 신중하지 못한 분유 수유, 항균 제품에 대한 맹신이 어떻게 우리 몸에 예상치 못한 흔적을 남겨두었는지 이야기하고, 획기적 치료법인 대변 미생물 이식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서도 논한다.  또 여러 현대 질병에 대해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비만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지구는 뚱뚱하다. 1999년의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인구의 총 64%가 과체중 혹은 비만이고, 예전에는 정상 체중이던 사람들 중 몸무게가 늘어 과체중이 된 비율도 34%나 된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왜 살이 찌는 것일까? 단지 예전보다 더 많이 먹고 덜 움직이기 때문일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실험에서는 비만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진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제프리 고든 교수의 연구팀에 속한 미생물학자 루스 레이의 실험에서 마른 쥐와 비만 쥐의 미생물총을 비교했더니, 비만 쥐의 경우 마른 쥐에 비해 의간균은 절반 수준인 반면 후벽균(비만 유발균으로 알려짐)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도 출신 의사 니킬 두란다는 위스콘신 주립대학교의 식품영양학 교수 리처드 앳킨스와 함께한 실험에서 살찌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 실험들을 보면 살이 찌는 이유가 과식과 운동량 부족 때문만이 아니며, 감염에 의해 유발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비만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사람 간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만세균'이 정말로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바로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다. 정상아로 태어났다가 잘못된 항생제 사용 때문에 자폐아가 되어버린 앤드루라는 한 아이에 대한 사례가 나온다. 앤드루의 어머니 엘렌 볼트는 항생제 치료 중 아이가 갑자기 자폐 증상을 얻게 된 데 의심을 품고 자기 아들을 이렇게 만든 원인을 밝히기 위해 미생물의 과학에 뛰어들었다. 엘렌은 중이염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항생제가 앤드루의 장에 사는 보호성 박테리아까지 모조리 박멸한 뒤 그 빈자리를 신경독소 물질을 생산하는 다른 박테리아가 대신 차지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연구 결과 그녀의 가설은 결국 옳은 것으로 판명됐다.  "이 시점에서 엘렌은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냈다. 엘렌은 앤드루가 틀림없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와 근연 관계에 있는 클로스트리듐 테타니(파상풍 유발균)에 감염되었다고 생각했다. 클로스트리듐 테타니는 일반적으로 혈액으로 들어가 근육 마비를 일으키지만, 앤드루의 몸에 감염된 박테리아는 혈액이 아닌 그의 장으로 들어간 것이다. 엘렌은 중이염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항생제가 앤드루의 장에 사는 보호성 박테리아까지 모조리 박멸한 뒤 그 빈자리를 클로스트리듐 테타니 대신 차지했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클로스트리듐 테타니가 장에서 생산한 신경독소 물질이 어떤 식으로든 앤드루의 뇌에까지 이동했을 것이다. 엘렌은 흥분에 차서 이 가설을 주치의에게 털어놓았다."(155쪽)  장내 미생물총의 조성이 비만을 유발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폐 증상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알레르기 등의 피부 질환, 그리고 과민성 장 증후군 등의 장 질환 또한 미생물의 불균형으로 비롯되었을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저자는 "우리는 겨우 10% 인간일 뿐"이라며 "우리 몸에는 우리가 내 몸뚱이라고 부르는 인체의 세포 하나당 아홉 개의 사기꾼 세포가 무임승차를 한다. 우리는 보통 사람의 몸이 살과 피, 근육과 뼈, 뇌와 피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해저에서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는 산호초처럼, 우리의 장은 100조가 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보금자리다. 약 4000종의 미생물들이 1.5m짜리 대장 안에서 장벽의 주름을 편안한 더블베드로 삼아 삶의 터전을 일구어놓았다. 아마 우리는 평생 아프리카코끼리 다섯 마리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미생물의 숙주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조은영 옮김, 480쪽, 2만2000원, 시공사  snow@newsis.com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해독해낸 획기적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뒤이어 과학자들은 많은 양의 DNA 염기서열을 저렴한 비용으로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대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 죽은 미생물조차도 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DNA를 분석함으로써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몸속의 미생물들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현대 과학은 이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인간의 삶이 이 히치하이커들과 어떻게 서로 얽혀 있으며 이들이 인간의 몸을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결과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다."(9~10쪽)

 "레이는 박테리아를 식별하는 바코드로 쓰이는 16S rRNA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하여 장내에 어떤 박테리아들이 있는지 알아낸 뒤 비만 쥐와 마른 쥐의 미생물총을 비교하였다. 생쥐들의 장에는 의간균과 후벽균(Firmicutes) 두 그룹의 박테리아들이 우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른 쥐와 비교했을 때 비만 쥐의 의간균은 절반 수준, 후벽균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레이는 의간균과 후벽균의 비율 차이가 비만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이번엔 살찐 사람과 마른 사람의 미생물총을 비교했다. 그러자 쥐에서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살찐 사람들은 후벽균이 훨씬 많았고 마른 사람들은 의간균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118쪽)

 영국의 동물학자 앨러나 콜렌이 쓴 '10퍼센트 인간'이 번역 출간됐다. 우리 몸속 90%를 차지하지만 여태껏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미생물'이라는 존재를 다룬 책이다.

 우리 몸은 살과 피, 뇌와 피부, 뼈와 근육 등 10%의 인체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90%의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자신은 하나의 개체가 아닌 수많은 생명이 어우러진 하나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제2의 게놈,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들을 통해 몸속 미생물의 불균형이 우리의 신진대사와 면역체계, 더 나아가 정신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밝힌다. 항생제 남용, 무분별한 제왕절개, 신중하지 못한 분유 수유, 항균 제품에 대한 맹신이 어떻게 우리 몸에 예상치 못한 흔적을 남겨두었는지 이야기하고, 획기적 치료법인 대변 미생물 이식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서도 논한다.

 또 여러 현대 질병에 대해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비만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지구는 뚱뚱하다. 1999년의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인구의 총 64%가 과체중 혹은 비만이고, 예전에는 정상 체중이던 사람들 중 몸무게가 늘어 과체중이 된 비율도 34%나 된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왜 살이 찌는 것일까? 단지 예전보다 더 많이 먹고 덜 움직이기 때문일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실험에서는 비만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진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제프리 고든 교수의 연구팀에 속한 미생물학자 루스 레이의 실험에서 마른 쥐와 비만 쥐의 미생물총을 비교했더니, 비만 쥐의 경우 마른 쥐에 비해 의간균은 절반 수준인 반면 후벽균(비만 유발균으로 알려짐)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도 출신 의사 니킬 두란다는 위스콘신 주립대학교의 식품영양학 교수 리처드 앳킨스와 함께한 실험에서 살찌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 실험들을 보면 살이 찌는 이유가 과식과 운동량 부족 때문만이 아니며, 감염에 의해 유발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비만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사람 간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만세균'이 정말로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바로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다. 정상아로 태어났다가 잘못된 항생제 사용 때문에 자폐아가 되어버린 앤드루라는 한 아이에 대한 사례가 나온다. 앤드루의 어머니 엘렌 볼트는 항생제 치료 중 아이가 갑자기 자폐 증상을 얻게 된 데 의심을 품고 자기 아들을 이렇게 만든 원인을 밝히기 위해 미생물의 과학에 뛰어들었다. 엘렌은 중이염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항생제가 앤드루의 장에 사는 보호성 박테리아까지 모조리 박멸한 뒤 그 빈자리를 신경독소 물질을 생산하는 다른 박테리아가 대신 차지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연구 결과 그녀의 가설은 결국 옳은 것으로 판명됐다.

 "이 시점에서 엘렌은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냈다. 엘렌은 앤드루가 틀림없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와 근연 관계에 있는 클로스트리듐 테타니(파상풍 유발균)에 감염되었다고 생각했다. 클로스트리듐 테타니는 일반적으로 혈액으로 들어가 근육 마비를 일으키지만, 앤드루의 몸에 감염된 박테리아는 혈액이 아닌 그의 장으로 들어간 것이다. 엘렌은 중이염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항생제가 앤드루의 장에 사는 보호성 박테리아까지 모조리 박멸한 뒤 그 빈자리를 클로스트리듐 테타니 대신 차지했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클로스트리듐 테타니가 장에서 생산한 신경독소 물질이 어떤 식으로든 앤드루의 뇌에까지 이동했을 것이다. 엘렌은 흥분에 차서 이 가설을 주치의에게 털어놓았다."(155쪽)

 장내 미생물총의 조성이 비만을 유발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폐 증상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알레르기 등의 피부 질환, 그리고 과민성 장 증후군 등의 장 질환 또한 미생물의 불균형으로 비롯되었을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저자는 "우리는 겨우 10% 인간일 뿐"이라며 "우리 몸에는 우리가 내 몸뚱이라고 부르는 인체의 세포 하나당 아홉 개의 사기꾼 세포가 무임승차를 한다. 우리는 보통 사람의 몸이 살과 피, 근육과 뼈, 뇌와 피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해저에서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는 산호초처럼, 우리의 장은 100조가 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보금자리다. 약 4000종의 미생물들이 1.5m짜리 대장 안에서 장벽의 주름을 편안한 더블베드로 삼아 삶의 터전을 일구어놓았다. 아마 우리는 평생 아프리카코끼리 다섯 마리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미생물의 숙주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조은영 옮김, 480쪽, 2만2000원,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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