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늪①]CU 알바생들 "본사-점주-손님, '삼각김밥' 돼버릴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내수침체와 불황 속에서 대형마트, 백화점 등 전통적 유통채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편의점은 나홀로 고공행진이다. 1989년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편의점은 25년 만에 3만개점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매일 1000만명이 방문하는 복합생활 거점으로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편의점 업계는 잘나가고 있지만 정작 상당수 가맹점주들은 치열한 경쟁과 인건비 부담 속에 '밤새 벌어 본사 배만 불린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업계 호황이라는 후광효과로 '과잉 기대'에 찬 자영업자들을 '레드오션'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편의점 업계 과당경쟁과 맞물려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인권은 사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편의점 본사와 점주의 낮은 인권의식에 일부 손님들의 무시와 홀대가 열악한 노동조건을 만드는 최적의 조합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경북 경산의 한 CU편의점에서 봉투값을 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손님에게 살해를 당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근무환경 등 인권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알바노조는 지난 15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강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편의점 알바 3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실태 설문을 발표하며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과 최저임금 준수, 주휴수당 지급 등을 촉구했다. 알바노조의 설문결과 손님에게서 폭언·폭행을 경험한 이들은 67.9%, 최저임금에 미달이 43.9%, 주휴 수당을 못 받은 경우가 61.0%에 달했다.
19일 올들어 알바노조에 접수된 실제 노동자들의 구체적 불만·고충 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乙'의 위치에서 신음하는 알바생의 현실이 더욱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최저시급 이하의 임금을 받고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절반에 가깝다는 점이다.

다른 알바생 B씨는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최저임금을 안줘도 일 할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싫으면 나가라는 것"이라면서 "최저 임금도 안주는 것을 당연스럽게 여기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전화로 해고를 통보한다"고 밝혔다. C씨는 "수당을 요구하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잘린다"면서 "울며겨자먹기로 그냥 묵묵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의 CU편의점 알바생 D씨는 "주간 4500원, 야간 5000원을 준다. 우리 지역은 10개 편의점 중 9개가 그렇게 할 것"이라며 "물론 점주들도 힘든 건 알지만 알바생들도 무척 힘들게 산다. 금수저들이 알바 같은 걸 할까. 부모님 고충 덜기위해 편의점 알바라도 해보려 나왔는데..."라고 한탄했다. E씨는 "최저시급보다 적은 돈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다른 점주에 비해 돈을 많이 준다'며 생색을 낸다"면서 "원래 다 주는 것이 맞는데 덜 주면서 생색내니까 정말 일 하기 싫다"고 토로했다.
최저시급과 수당 등 임금문제 뿐 아니라 점주의 부당한 지시나 과도한 눈치 등 근무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F씨는 "직영점에서 일하는 중인데 늘 서서 일해야 하는 게 제일 힘들다. 본사 직원분들 다 친절하신데 딱 한 분만 유난히 사람 차별을 뒀다"면서 "제가 나온 CCTV만 돌려보기도 황당했다"고 말했다. G씨는 "제가 계산 실수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 제가 메꾼게 억울하다"면서 "팔지도 않은 것을 빈다며 메우라 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H씨는 "편의점 안전관리 수칙이라던가, 비상시 매뉴얼이 없다. 도둑이 들거나 범죄의 현장이 되었을 때의 대처방법, 화재 등 자세히 인수인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최근에서야 본사 차원에서 지진대책 매뉴얼을 포스기 화면에 간간히 띄워주는 정도지만, 매장 내 소화기도 숨겨져 있는 걸 스스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I씨는 "진상손님 상대하고 있는데 (점주가) CCTV로 보고 찾아와서 무조건 제 잘못이라면서 혼냈다"면서 "정말 억울했다"고 말했다. J씨는 "손님으로부터 폭행 폭력을 당한 적은 없지만 반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면서 "심지어 술을 가져와 달라, 오징어를 잘라서 가져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는 손님들이 많아 인격적인 모독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다른 알바생은 "손님-점주-본사 트라이앵글 안에서 진짜 삼각김밥이 되버릴 것 같아요"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무관심, 편의점 본사와 점주의 낮은 인권의식, 편의점업계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과도한 친절 강요, 알바노동자에 대한 일부 손님들의 무시와 홀대가 열악한 노동조건을 만들어 냈다"며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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