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기업의 '변신'…스마트 팩토리 '동양 피스톤'을 가다

스마트 공장 구축 1년 만에 생산성 10% 향상…불량률은 26%↓
뿌리 기업 생존 위해 ICT와 결합…매출 늘어 고용률도 '껑충'
【안산=뉴시스】박상영 기자 = 깔끔하고 널찍한 단층 건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로봇에 달린 기계 팔들이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깎고 만들고 조립하고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 라인 별로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직원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일 찾아간 경기 안산 시화공단에 자리한 '동양 피스톤' 공장. 설립한 지 50년이 지난 이 기업은 자동차용 피스톤 제조업체다. 국내시장 점유율 1위, 세계시장에서는 4위를 차지할 정도로 튼실한 중견기업이다. 독일의 제조명가 지멘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에선 가장 앞서가는 '스마트 팩토리'다.
이 곳에서 자동차 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을 생산하는 과정은 가상과 실제가 뒤섞였다. 가상 환경에서 제품 설계와 공정 설계가 이뤄지면 실제 환경에서는 로봇이 자동으로 주조하고 생산을 한다. 이 과정에서 로봇에 달린 센서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관제 센터로 보내진다.
실제 환경과 가상 환경에서 각각 수집된 정보는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지, 공정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양준규 동양 피스톤 사장은 "BMW 글로벌 품질관리책임자가 공장을 방문해 사물인터넷(IoT) 기반 실시간 데이터 관리 등 스마트제조 시스템을 보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도 향상됐다. "스마트화가 돼서 가격경쟁력이 좋아졌다. 특히 주조는 수동으로 하던 것에서 자동으로 전환되면서 생산성도 굉장히 올라가고 품질도 불량률도 낮아지면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했다.
탄탄한 매출 실적을 기록하는 동양 피스톤은 '현장 자동화'부터 '공장 운영'까지 일체화된 스마트 공장을 구현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은 IoT,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을 기반으로 제조 전 단계가 자동화·디지털화 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과정이 실시간 연동되는 생산체계인 만큼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정부는 스마트 공장을 크게 기초, 중간 1, 중간 2, 고도화 등 4단계로 구분한다. 스마트 공장을 보급할 때 공장 수준을 고려한 '스텝 바이 스텝' 전략을 취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구축 이전에도 동양 피스톤은 특정 제품에 한해 자동화로 생산했다. 제품 설계도 디지털로 진행하고 공정별 실시간 모니터링도 별도로 운영했다. 스마트 공장 단계 중 정보통신(IT)·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실시간 자율 제어를 하는 '중간 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우리가 흔히 공장 자동화라고 말하는 이 단계와 스마트 공장 구축 단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지 여부다. 스마트 공장에서는 기계에 부착된 센서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A 공정에서 만들어보니 불량률이 얼마인지, B 공정에서는 생산성이 얼마인지 수집해 가장 효율적인 공정을 제시해주고 있다.
김태우 산업통상자원부 스마트공장팀장은 "독일이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한 것도 군수 산업 등 오랫동안 제조업의 경험이 축적된 것이 바탕이 됐다"며 "결국 빅데이터는 이런 경험의 축적을 대체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경영 성과로도 이어졌다. 매출액이 2561억원에서 2654억원으로 3.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1억원에서 138억원으로 14%나 늘었다.
정부가 동양피스톤에 거는 기대도 크다. 동양피스톤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뿌리산업 기업'이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우리 기업은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6대 뿌리산업 중 용접을 제외하고 모든 부분을 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에 성공한다면 국내 다른 뿌리기업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동양피스톤 등 몇몇 기업의 실적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스마트 공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스마트 공장의 대표사례로 선정된 동양피스톤도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에 불과하다. 수집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려면 약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강성천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우리들이 스마트 공장이라고 말하는 수준은 4단계를 구현하는 수준인데 아직 이런 공장은 없다"며 "우리 중소·중견기업, 특히 뿌리기업 같은 경우는 대부분 기초 수준도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정부는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을 통해 업종별로 나눠 단계별 스마트 공장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배경한 스마트공장 추진단 부단장은 "현재 16개 업종으로 나눠서 전문 코디네이터들이 현장을 방문해 기업들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사후 관리와 기업들이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 공장 도입 확산에 따른 고용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면 결국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공장의 효율성 증대가 아닌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방점을 둔다면 고용 감소가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없다.
양 사장은 "스마트 공장 매출 증가로 지난해 생산 관리 쪽에서 10명 이상 고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공장 구축에 나선 자동차 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민수홍 프론텍 대표는 "생산성과 품질이 올라가면서 더 많은 수주를 하게 되기 때문에 인원은 더 필요하게 됐다"며 "그동안 단순 노동에서 스마트 공장 구축으로 공정 체크나 전산 입력 등 작업 환경의 질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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