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박수근, 그는 왜 경주를 답사했을까
【서울=뉴시스】박수근, 금강역사, 27x20cm, Oil on paper, 1954
60년대 경주 답사…직접 뜬 탁본등 100여점 전시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박수근(1914-1965)의 화강암같은 그림의 원류를 찾아간 전시가 영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경주 솔거미술관이 5월2일 개막하는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으로, 가나문화재단,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공동 주최로 마련했다.
24일 서울 한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범모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전시 총감독은 "박수근 작품 표면에서 나타나는 거칠고 까끌한 마티에르의 질감을 확립한 박수근 예술은 경주에서 이뤄진 상징적 연관성이 있다"며 "이번 전시에 박수근이 60년대에 경주에 답사와 석조와 마애불등 불상의 직접 뜬 탁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수근, 여인과 소녀들, 22x25.5cm, Oil on hardboard, 1962
박수근은 생전, 신라 문화에 관심이 많아 자주 경주를 왕래했고, 특히 경주 남산의 자연풍경에 심취되어 화강암 속 마애불과 석탑에서 본인만의 작품기법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토기와 석물조각들을 탁본하고, 프로타주 기법을 사용하여 화강암의 질감을 구사해 입체감을 부조(浮彫) 시킨 방법들이 작가 자신만의 예술적 모태가 되었다.
왜 '신라에 온 박수근'인가.
"박수근은 신라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석조미술품에서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석탑이나 석불을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화실에서 화강암 조각을 어루만지면서 의도적으로 바위의 질감을 표현하려고 한 그의 노력은 박수근표 질감을 탄생시켰다. 이런 질감의 원형은 바로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와도 연결된다. 실제로 박수근은 경주를 답사하면서 신라문화를 연구했고, 그것의 구체적 증거는 그가 직접 찍은 탁본에서 보여진다. 박수근은 경주에서 손수 찍은 탁본을 미국인 애호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현재 박수근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박수근의 탁본과 프로타주 작품 60여 점은 경주와의 연관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는 신라에 온 박수근의 상징적 흔적이기도 하다."(윤범모 총감독)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25일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이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에 참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민화가'여서 이번 경주에서 전시는 어렵게 기획됐다. 이미 국내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등극한 박수근 작품은 임대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영남지역에서 본격적인 박수근 전시도 처음이지만,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의 소장품 관외 전시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미술시장 최고가격의 작가로 등극한데다, 그가 남긴 작품 숫자 또한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구군립박수근 미술관과, 가나문화재단에서 소장가들로부터 대여한 유화, 드로잉, 판화 탁본, 옵셋 판화 등 약 100여점이 전시된다.
【서울=뉴시스】신라시대 화가 솔거(率居)의 이름을 따 ‘경주솔거미술관’으로 2015년 8월 개관한 경주솔거미술관.'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 철학으로 유명한 승효상 씨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이두환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처장은 "박대성 화백의 830점 기증으로 2015년 개관한 솔거미술관은 한국화는 신라에서 시작됐다는 자부심이 베어 있는 미술관"이라며 "이곳에서 영남지역 처음으로 개최하는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은 앞으로 한국화뿐만아니라 서양화등을 망라한 전시를 열겠다는 의지로, 신라역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테마의 전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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