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철아!" 90세 母의 통곡…부모·자식 이산상봉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 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0. [email protected]
전쟁통에 헤어진 아들 리상철(71)씨를 보자마자 노모 이금섬(92)씨는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이날 '눈물 바다'가 된 금강산 호텔 단체상봉 행사장에는 모두 7가족의 부모·자식 상봉이 있었다.
이씨는 6·25 전쟁 당시 가족들과 피난길에 오르던 중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의 길이 차단되면서 딸 조옥순(69)씨와 남한으로 내려오게 됐다.
이씨는 그대로 남편과 아들, 나머지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65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씨가 이름을 부르자, 상철씨는 어머니 이씨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상봉 중 손자며느리 김옥희(34)씨가 이씨의 북측 남편 사진을 보여주자, 아들 상철씨는 "아버지 모습입니다. 어머니"라며 또다시 오열했다.
한신자(99·여)씨는 이북에 두고 온 첫째 딸 김경실(72)씨와 둘째 딸 김경영(71)씨를 만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한씨 가족들은 모두 흥남에 살았지만 1·4후퇴 전후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한씨는 당시 "2~3개월이면 다시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갓난아기였던 셋째 딸 김경복씨만 업고 거제도로 내려왔다.
한씨는 거제도에서 수소문해 먼저 피난했던 남편을 만났지만, 이후 두 딸은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한씨는 고개 숙여 인사하는 딸들을 보자마자 "아이고"하는 소리를 내고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씨는 두 딸과 볼을 비비고 손을 꼭 붙잡으며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울었다.
북측에 있는 아들 리상건(75)씨와 만난 이기순(91)씨는 눈에 이슬이 맺힌 모습으로 가족들의 소식을 나눴다.
이씨는 1·4후퇴 당시 형님과 둘이서 옹진군에서 월남했다. 당시 아들은 두 살배기 갓난아기였다. 형님은 월남 과정에서 섬에서 병사(病死)했다.
【금강산=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한신자(99·왼쪽)할머니가 북측의 딸들 김경실(72)과 김경영(71)을 만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0. [email protected]
연옥씨는 북한에서 보낸 회보서에 '유복자'로 기록돼 있다. 유씨는 월남할 때 전 부인이 임신한 사실도, 딸이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남측에서 함께 온 아들 유승원(53)씨가 설명하자, 관식씨는 애써 눈물을 억눌렀다.
안종호(100)씨는 딸 안정순(70)씨와 손자 안광모(36)씨를 만났다.
딸 정순씨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저 정순이야요, 기억나세요? 얘는 오빠네 큰아들이에요"라고 말하며 는물만 흘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조봉임(88)씨는 동생 조봉규(83)씨와 아들 조영호(67)씨를 동시에 만났다.
조씨는 아들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영호씨는 가까이서 대화를 나눴다.
황우석(89)씨는 헤어질 당시 3살이었던 딸을 만났다. 딸 영숙(71)씨는 아버지가 들어올 바깥을 계속 응시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황씨가 "영숙이야? 살아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딸과 손을 잡았다.
한편 이산가족 상봉단 89명 중 부모·자식 상봉은 7명에 불과하다. 부모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형제·남매·자매 상봉 역시 절반이 채 되지 못한다. 이들도 상당수가 이미 세상을 떠나 3촌 이상 조카들과 상봉하며 가족의 지난 역사를 나누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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