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 준비위 "외국인 고용허가제, 구조적 문제 양산…개선해야"
외국인 근로자의 미등록 이주·부당 노동 등 야기
사업자 중심 제도·행정 사각지대 따른 노동 침해
"근로조건과 영주 정책 개선으로 안착 유도해야"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고용근로제도를 비롯한 현행 이주노동정책이 구조적으로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미등록 이주와 부당 노동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개선대책으로는 직장 이동의 자유 확대, 근로 계약시점 변경, 영주권 획득 기회 허용 등이 제시됐다.
광주·전남 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 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는 13일 오후 시청에서 '준비위원회 설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고용허가제의 한계와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준비위원회 참여단체인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소속 이소아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는 외국인이 특정 사업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입국할 수 있다"면서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비자제도 또한 국내 체류기간을 3년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비자 변경이 없다면 출국해야 하는 '단기순환형'이다"면서 "상품과는 달리, 삶의 터전을 모두 옮겨야 하는 노동력은 단기간 이동이 어렵다는 특성을 간과한 제도로 불법 체류를 구조적으로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비전문취업 E-9 비자에서 미등록 이주자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횟수가 3회로 제한되며 초과 시 체류자격이 박탈된다"면서 "직장을 바꿀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일하는 사업장에서는 임금 체불, 산업재해 신청 거부, 불법 파견노동, 인권침해 등을 겪더라도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농·어촌 이주노동자는 근로감독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고령화·농촌 공동화 현상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에 합법·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넓은 지역에 소규모 인원이 산개돼 있어 행정적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농·어촌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강제근로와 인권침해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3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시청 1층 행복나눔공감실에서 광주·전남 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설립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이소아 변호사가 고용허가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8.12.13. [email protected]
이어 법·제도 개선 방향도 제시됐다.
이 변호사는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의 가장 큰 원인인 사업장 이동 제한을 규정한 관련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국인 기피 업종 내 직장 이동만 허용한다면 내국인 일자리 침해 등의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입국 전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현 제도는 정보가 부족한 이주노동자에 비해 사용자의 선택권이 편향적으로 보장되고 있어, 노동권 침해로 귀결되고 있다"면서 "근로조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선택해야 하는 것이 근로계약의 기본인 만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족과 동떨어진 장기 이주노동은 이주노동자 한 개인의 삶을 파탄시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반적인 영주·귀화제도 안에 이주노동자를 포섭할 수 있도록 이주노동자의 영주자격 부여를 제한하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이주노동자 바타(30·몽골)씨, 임요웅(52·미얀마)씨가 이주노동의 고충과 희망사항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바타씨는 "비자 변경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안내받았으면 한다. 또 기혼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가족과 함께 사는 삶을 원하는 만큼 가족들에 대한 비자 발급방법이 쉬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요웅씨는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하는 데도 직장 이동이 어려운 점, 첫 월급을 40~50여일 일해야 받고 있는 점 등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여단체들이 올해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법률·생활 상담 사례와 다양한 지원사업 등을 소개하고 앞으로 펼칠 공동 연대사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한편 광주·전남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다양한 인권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을 위해 연대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설립이 추진, 내년 초 공식출범을 앞두고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 준비위원회에는 광주민중의집·광주비정규직센터·광주외국인복지센터·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아시아밝음공동체·금속노조 광주자동차부품사 비정규직지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광주사무소 등 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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