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에서 종성 ‘ㅇ’과 ‘ㆁ’은 구별됐다
박대종의 ‘문화소통’
![[서울=뉴시스] ‘초성+중성+종성’의 3성 체계를 반드시 갖추어 쓴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 훈민정음 언해본에 쓰인 ‘솅(世)’의 받침 ‘ㅇ’은 소리가 미약하여 거의 ‘묵음’이나, 100% 묵음은 아님.](https://img1.newsis.com/2019/12/17/NISI20191217_0000448200_web.jpg?rnd=20191217104616)
[서울=뉴시스] ‘초성+중성+종성’의 3성 체계를 반드시 갖추어 쓴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 훈민정음 언해본에 쓰인 ‘솅(世)’의 받침 ‘ㅇ’은 소리가 미약하여 거의 ‘묵음’이나, 100% 묵음은 아님.
열려 있는 동그란 목구멍을 본떠 만든 목구멍소리 ‘ㅇ’은 성문개방음이고, 혀끝이 목구멍을 막은 모양을 본뜬 어금닛소리 ‘ㆁ’은 성문폐쇄음이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에선 서양 언어학의 영향을 받아 목구멍소리를 성문폐쇄음이라 하고, ‘ㆁ[ŋ]’자를 폐지하고 ‘ㅇ’자로 쓰며, 우리말 초성 ‘ㅇ’을 숫자 ‘0’처럼 아예 음가가 없는 걸로 가르치는 바람에 국어가 매우 혼란스럽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선 ‘ㅇ’을 후음(喉音)이라 했고, ‘ㆁ’은 아음(牙音)이라 하여 달리 구별했다. ‘喉(후)’는 목구멍을 뜻하며, ‘牙(아)’는 어금니를 상형한 글자이다.
훈민정음해례편 3장 앞면에선 ‘목구멍(喉)’에 대해 “出聲之門(출성지문: 소리를 내는 문)”, 곧 ‘성문(聲門)’이라 칭했다. 또 5행으로 목구멍을 ‘물(水)’로 보고, “물은 만물을 낳는 근원(水乃生物之源)”이라 함으로써 “목구멍은 온갖 소리가 생겼다가 돌아가는 근원”임을 암시했다.
훈민정음 언해본에선 ‘후음’을 ‘목소리’로 번역했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선 ‘목소리’를 다음 세 가지로 정의했다. ①목구멍에서 나는 소리≒성음, 후성, ②의견이나 주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③『언어』성대를 막거나 마찰시켜서 내는 소리=목구멍소리.
주의할 것은, 해례본에서 말하는 ‘후음’의 개념은 ①의 ‘후성(喉聲)’이지, 현대언어학에서 말하는 ③번의 정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성대(聲帶: vocal cords)’라는 말은 1872년 이후에 생긴 현대어이다. 훈민정음에선 ‘목구멍’을 성문(聲門)으로 보는 반면, 현대언어학에선 ‘양쪽 성대 사이의 좁은 틈’을 성문이라 한다. ③번 정의에서 ‘성대를 마찰시켜서 내는 소리’는 [h]로 ‘ㅎ’에 해당하나, 성대를 막았다가 터뜨리는 성문파열음 [ʔ] 소리는 우리말에 없다.
‘한글+한자문화’ 2019년 7월호 ‘훈민정음 ㆆ소리의 생존 및 국제음성기호 ʌ(ㆆㅓ)와 ə(어)’ 편에서 밝힌 것처럼, 혹자는 국제음성기호 중 성문파열음인 [ʔ]을 ‘ㆆ’과 같은 음가의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나 잘못이다. 훈민정음에서 말하는 ‘후음’은 목구멍에서 발원한 소리가 최종 입 밖으로 나올 때까지 혀나 입술 등에 의해 일시적이라도 장애를 받아 구강 폐쇄되는 일 없이 나는, 문자 그대로 ‘목소리(喉聲)’다. 고로 기류를 일시 성대문(聲帶門)에서 막았다가 터뜨리는 음인 성문파열음은 목구멍이 비록 좁아지나 시종 열려 있는 ‘ㆆ’과는 전혀 다르다.
<사진>의 훈민정음 언해본을 보면, 지금은 받침 없이 ‘세’로 쓰는 ‘셰(世)’자 밑에 ‘ㅇ’을 썼다. 이른바 한자음에 대해 ‘초성+중성+종성’의 3성 체계를 갖춘 ‘동국정운’식 표기이다. 그리고 ‘종(宗)’자의 경우 받침에 ‘ㅇ’이 아닌 꼭지 있는 ‘ㆁ’자를 썼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말소리를 관찰해보자. 처음에는 ‘아’ 소리를 내면서 소리의 진동과 입모양, 목구멍의 열림 등을 살핀다. 그 다음엔 ‘가’ 소리를 내면서 정밀 관찰한다. 혀끝이 연구개 부위에 닿으며 목구멍을 막았다(‘ㄱ’ 소리)가 떨어지며 분명히 다시 목구멍이 열리는 ‘아’ 소리로 돌아간다. ‘나’ 소리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혀끝이 윗잇몸에 닿으며 구강을 막았다가 떨어지면서 종국에는 ‘나아’ 비슷한 ‘나ㅇ’ 식으로 비록 미약하지만 목구멍소리(ㅇ)가 난다. 세종이 동국정운식 한자음을 표기할 때 소리를 3분하여 종성에 ‘ㅇ’을 쓴 까닭이다.
세종은 편안한 문자생활을 위해 해례본 ‘종성해’에서 “종성 ‘ㅇ’은 경미하고 텅 빈 소리여서 종성에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된다(ㅇ聲淡而虛, 不必用於終)”고 설명한 후, 훈민정음 언해본에선 한자음에만 종성에 쓰고 ‘월인천강지곡’에선 한자음 또한 종성 ‘ㅇ’을 생략했다. 물론, 종성보다 강한 진동음인 초성 ‘ㅇ’은 반드시 썼고, ‘ㆁ[ŋ]’의 경우는 한자어와 토속어 모두 종성에서 생략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경미한(淡) 소리가 ‘없는 소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의 ‘솅(世)’에서 종성 ‘ㅇ’은 거의 묵음이나, 발음되지 않는 건 아니다. <계속>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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