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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 교란 미생물 '볼바키아'로 친환경 해충방제 가능해지나

등록 2020.01.2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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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수컷과 비감염 암컷 사이서 생식 불가

무척추동물에서만 발견…척추동물엔 무해

[세종=뉴시스] 볼바키아의 형광현미경 사진. 숙주 세포의 핵(파란색)과 세포질에 있는 볼바키아(연두색). (사진=환경부 제공) 2020.01.29.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볼바키아의 형광현미경 사진. 숙주 세포의 핵(파란색)과 세포질에 있는 볼바키아(연두색). (사진=환경부 제공) 2020.01.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정성원 기자 = 성비 교란 미생물인 '볼바키아'로 친환경 해충 방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국내산 딱정벌레 201종에 곤충에 성비 교란을 일으키는 볼바키아 미생물의 감염 실태를 조사하고 친환경 해충 방제 활용을 연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국립생태원은 국가 장기 생태연구의 하나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딱정벌레 201종의 볼바키아 미생물 감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12.8%인 26종이 볼바키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26종 중 산림 해충은 꼬마긴다리범하늘소 외 6종, 밭작물에 해를 주는 농업 해충은 오이잎벌레 외 2종이다.

볼바키아는 곤충류와 선충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포 내 공생미생물로, 세포질 불합치 등 4가지 종류의 성비 교란을 일으켜 곤충 발생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세포질 불합치의 경우 볼바키아에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그 암컷이 낳은 알이 모두 죽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볼바키아는 자연 상태에서 곤충류 등이 안정적으로 감염돼 있어 생태계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대상 해충에 볼바키아를 감염시켜 성비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절지동물과 선충류 등 무척추 동물에서만 발견되며 척추동물에는 전혀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비 교란 외에 숙주 수명을 단축시키는 작용도 초파리 연구에서 발견됐다. 또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 플라비바이러스 계통의 모기 체내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도 밝혀져 볼바키아의 활용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호주,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12개국에서는 볼바키아를 친환경 해충 방제에 활용하는 한편 곤충 매개 질병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볼바키아를 이용해 뎅기열의 자연 감염사례를 거의 0%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에서도 볼바키아에 감염된 숫모기를 살포해 방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빌게이츠 재단과 웰컴트러스트재단은 볼바키아 감염에 의한 성비 교란 작용을 이용한 모기 방제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1억8500만 호주달러(한화 1500억여원)를 지원하고 있다.

환경 당국은 기후변화로 특정 곤충류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지만,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방제로 효과적인 해충 제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현재 야외 생태계 내 감염 실태 조사 및 숙주와의 상호작용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진은 향후 다양한 곤충에서 볼바키아 감염 실태를 확대 조사할 계획이며, 성비 교란 작용에 따른 생태계 내 상호작용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친환경적인 해충 방제 방법을 개발할 예정이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여러 곤충이 돌발적으로 대량 발생해 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면서 "향후 이러한 진화적으로 안정화되고 친환경적인 방제를 이용해 생태계 안전을 지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겠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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