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통신조회 적법" 당당, 왜…헌법소원 5년째 무소식
공수처 "적법 절차…사찰 규정은 어불성설"
민간 사찰 문제, 공수처 설립 전부터 계속
민변 등, 2016년 헌법소원…5년째 심리 중
법조계 "영장 없이 조회 가능한 제도 문제"

[과천=뉴시스] 고가혜 하지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일부 언론사 기자와 민간인을 상대로 수차례 통신조회를 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불거진 '사찰'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는 수사기관의 통신조회에 따른 민간인 사찰 논란이 공수처 설립 이전의 검·경 시절에 이미 불거졌음에도 적절한 법리 판단 없이 현재까지 방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6월부터 넉 달간 TV조선 사회부 기자와 전·현직 법조팀장, 사회부장 등의 통신자료를 15차례에 걸쳐 조회했다. 또 문화일보 법조팀 기자 3명을 상대로도 올해 하반기부터 8차례에 걸쳐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공수처는 이외에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의 통신자료도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공수처는 "가입자 정보만을 파악한 적법 절차를 사찰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공수처 측은 "공수처는 수사 중인 피의자들의 통화내역을 살핀 것이고, 사건 관련성이 없는 (기자 등) 수많은 통화 대상자들을 수사에서 제외했다"며 "이 같은 절차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의 경우도 동일하게 이루어지고 적용되는 과정일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에서 근거조항으로 제시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은 전기통신사업자가 법원과 수사·정보기관의 서면 요청에 따라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해지일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4항은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서면에 의하지 않고도 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영장 없이도 통신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예전부터 논란이 이어져 왔다.
2012년에는 경찰이 방송사로부터 게시판 글 작성자의 주소, 전화번호 등 자료를 요청했다며 당사자가 구 전기통신사업법 54조3항(현 83조 3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심리 없이 각하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해당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강제력이 없는 임의수사로 심판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법률 조항만으로는 청구인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당시 일부 헌법재판관들은 "공권력 행사 여부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닌 청구인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6년 5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심판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5.18. park7691@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12/14/NISI20211214_0000891994_web.jpg?rnd=20211214141145)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6년 5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심판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5.18. [email protected]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넷) 등은 2016년 5월 "국정원·경찰·검찰·군 등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는 위헌이고,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도 위헌"이라며 청구인 500명을 모아 재차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당시 이들은 같은 해 3월 대법원이 경찰에 개인 통신자료를 제공한 네이버의 행위를 두고 공권력 행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점을 법리 구성에 참조, 수사기관에 의한 통신자료 조회는 헌법 심판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헌법소원 사건은 심판에 회부된 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심리 중이다. 즉, 아직까지는 수사기관 통신 조회를 인정한 법률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할 기준 자체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2016년 당시부터 헌법소원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통신자료를 영장 없이 수사기관의 요청만으로 가져가는 방식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통신조회 사실을 통신사에 확인할 수 있는 현 제도도 저희가 통신3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통해 비로소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아직도 정보주체가 요청하지 않으면 조회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점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다만 "이는 수사기관의 일반적인 무영장 정보 취득 문제로서, 공수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며 "공수처만 통신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은 훨씬 더 많이, 수백 배를 더 요구하고 있다"고 짚었다.
반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는 통신자료 조회를 하면서도 이런 식으로 문제된 적은 없었다"며 "(통신조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수사에 필요한 범위 내로 한정해서 해야 하는데 공수처처럼 저인망식(그물을 넓게 펼치고 밑바닥부터 훑는 기법)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