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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린스키가 말한 중립화 의미는…법적 구속력 최대 관건

등록 2022.03.29 12:56:58수정 2022.03.29 15: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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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 보장 요구

나토 회원국에 준해야…주변국 보증도 필요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독립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을 원한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비핵보유국 지위 등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2022.03.28.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독립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을 원한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비핵보유국 지위 등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2022.03.28.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동안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우크라이나 중립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휴전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과거 러시아 등과 체결한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각서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이번 전쟁에서 휴짓조각이 된 걸 반면교사 삼아 현재 진행중인 평화협상 과정에서는 법적 구속력 보장과 주변국 보증 등이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CNN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 보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언론인들과 90분에 걸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와 "우리 나라의 안전보장,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 문제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가장 중요한 협상 지점"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초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문제(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중립화 요구)를 수용할 용의가 있으니, 전쟁을 끝내고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가 중립화를 약속한 만큼 자국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진지한 평화협정(serious treaty)이 필요하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는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핵무기를 반환하는 대신 미국과 러시아 등이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정치적 독립을 보장한다는 1994년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아무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12월 7일 미국, 영국, 러시아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세계 3위 규모의 핵무기를 포기했다. 우크라이나는 이후 1800여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모두 러시아로 반출해 폐기했고, 1996년 6월 남은 핵무기를 전부 러시아에 넘기면서 비핵화를 완료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은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안전성과 독립적 주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조약이나 협정처럼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서명 당사국들이 이를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6조)이 있었을 뿐 강제성은 없었다.

아울러 2014년 러시아의 크림(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민스크 협정'을 맺고 동부 돈바스 지역 휴전을 약속받았지만 이번 침공으로 없던 얘기가 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했을 때 미국 등 서방국들은 "심각한 각서 위반"이라며 반발했으나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 한 각서 위반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할 수는 있어도 직접 무력 개입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중립국을 하더라도 스위스나 핀란드처럼 상당한 수준의 무장을 해야 하며, 나토 회원국에 준하는 안전 보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안보보장 참여국들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에 서명하는 등 주변국의 보증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나토에 대해 "주로 정상회의를 여는 활동에 국한된 조직"이라고 비판하며 '우크라이나식 안보보장 모델'이 유럽에서 나토의 낡은 질서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5차 평화협상에 나선다. 양국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방향으로 러시아와 휴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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