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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낸 변양균 "경제 정책은 이념이나 색깔에 좌우되지 말아야"

등록 2023.09.20 09:48:59수정 2023.09.20 11: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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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을 넘어 미래를 그리다' 출간

[서울=뉴시스] 진영을 넘어 미래를 그리다(사진=부키 제공) 2023.09.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진영을 넘어 미래를 그리다(사진=부키 제공) 2023.09.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이 회고록 '진영을 넘어 미래를 그리다'(부키)를 출간했다.

책은 역대 정부의 경제 정책 비화를 전한다.

2006년 10~11월의 어느 날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은 헬기 안에서 독대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밀명’을 받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항 집단을 만들어 기존 재벌 질서를 깨뜨려 보자는 것. 2세, 3세 재벌 일색인 전경련 말고, 당대에 자수성가했지만 재벌의 견제 때문에 더 올라가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기업가들을 모아 경제 주도 세력을 바꾸자는 것이 대통령 노무현의 취지였다. 밀명을 받은 변양균 정책실장은 가칭 ‘진보경제인모임’ 결성을 위해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였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다. 그 누구도 재벌의 심기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대통령 임기 말이었다. 결국 ‘전경련 대항 세력 육성 계획’은 세간에 드러나지 않고 사라졌다.

이에 관해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재벌의 힘과 영향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당시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노 대통령도 나도 꽤 순진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YS(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처럼 비밀스럽게 준비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발표해야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때 진보경제인모임이 성공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전경련을 창구로 재벌에게 거액을 거둬들인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도 양상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면 문재인 정부에서 ‘전경련 패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전경련을 따돌리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81쪽)

5개 장으로 구성된 회고록은 1장부터 3장까지를 노무현 정부의 ‘재정 개혁’, ‘경제 정책’, ‘안보·사회 정책’에 할애한다. 이전 역대 정부의 정책 비화는 4장에서 다룬다. 5장을 통해서는 저자가 기억하는 '인간 노무현'을 설명한다.

"나는 노 대통령의 임기 대부분을 기획예산처 차관과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이란 정무직으로 함께 했다.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니 그때 내 시야가 엄청나게 넓어진 걸 알게 됐다. 인생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국가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노 대통령은 큰 인물이었다."

관료 퇴임 후 17년 만에 내놓는 책이어서 단순 개인 회고록 이상의 성격을 지닌다. 한국 경제가 성장기와 전환기를 거치는 동안 역대 정부 경제 정책이 입안, 탄생된 배경과 이들 정책이 당대 사회 현실과 맞부딪쳐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며 오늘의 한국 경제와 사회를 형성한 과정을 돌이켜보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증언이다.

"사실 금융실명제를 추진한 건 김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에선 진작부터 금융실명제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2년 7월에는 금융실명제 추진 방안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강경식 재무장관과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 대통령 결재를 받아 금융실명제 도입에 나섰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벽에 부딪혀 실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부칙으로 시행 시기를 무기한 연기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노태우 대통령도 1987년 대선에서 금융실명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김영삼, 김종필 총재와 손잡은 3당 합당 이후 흐지부지됐다. 김영삼 대통령이 긴급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데는 그런 실패의 경험이 교훈이 됐을 것이다."(211쪽)

저자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가의 장기적 관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한 사례를 회고하며 “내 인생의 20대부터 50대까지 줄곧 했던 일이 경제 정책 수립이었습니다. 경제 정책은 이념이나 색깔에 좌우되지 말아야 합니다. 특정 진영의 논리로 경제 정책을 수립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단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 전체의 이익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책을 집필한 속내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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