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못살아남는다…"코스피 상장사 8%는 퇴출 대상"
"상폐 요건 과하게 낮아…10년간 퇴출 없어"
"지난해 기준 코스닥은 약 7%가 상폐될 것"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기준 코스피 상장사 8%가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 상향 등을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동안 기업들의 밸류업 노력에 따라 상폐 기업수가 달라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2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시가총액·매출액 요건 기준 강화, 감사의견 미달요건 기준 강화,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상폐 요건 중 시가총액, 매출액 기준의 상향 조정에 나선다. 기준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돼 지난 10년간 발생 사례가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연착륙을 위해 현행 시가총액 기준인 코스피 50억원, 코스닥 40억원 요건을 내년 1월 1일부터 200억원, 150억원, 2027년 1월 1일부터 300억원, 200억원, 2028년 1월 1일부터 500억원, 300억원으로 단계별 적용하기로 했다.
매출액의 경우 시총 대비 실제 조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1년씩 지연 실행하기로 했다. 현행 매출액 기준의 경우 코스피 50억원, 코스닥 30억원인데, 내년인 2027년 1월1일부터 100억원, 50억원, 2028년 1월 1일부터 200억원, 75억원, 2029년 1월 1일부터 300억원, 100억원으로 바뀐다.
다만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매출은 낮은 기업이 있다고 보고 매출액 요건이 강화되는 2027년부터 최소 시가총액 요건(코스피 1000억원, 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하면 매출액 요건은 면제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이 조건으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최종 상향 조정을 마쳤을 때 코스피는 전체 788개사 중 62개사(약 8%), 코스닥은 1530개사 중 137개사(약 7%)가 상폐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지난해 시총과 매출액 기준이 이어진다는 가정이 들어간 계산"이라며 "만약 단계적으로 상향되는 기간 동안 밸류업 노력을 통해 시총을 개선하거나 매출이 개선된다면 지금 추정한 것보다는 (상폐 대상 기업수가) 적어질 수 있다. 앞으로 2~3년, 3~4년 사이에 기업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회생기회 부여,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둔 제도 운영으로 저성과 기업의 적절한 퇴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 문제의식이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코스피와 코스닥 진입기업은 평균 99곳이고 퇴출 기업은 4분의 1 수준인 25곳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말 상장회사수는 2478개로 지난 2019년 말(2105개) 대비 17.7%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대만(8.7%), 일본(6.8%), 미국(3.5%)에 비해 증가율이 현저히 높다. 이에 비해 시총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상폐 사유 1위 '감사의견 미달'…2회 연속이면 '아웃'
또 인적분할 후 신설법인을 상장하는 분할재상장시 존속법인에 대한 상폐 심사가 코스피에도 도입된다. 기존에는 코스닥에만 있었던 제도인데, 존속법인은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존속법인을 껍데기만 남겨놓는 분할재상장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상폐 절차가 효율적으로 개선된다. 현행 제도상 코스피는 최대 2심, 개선기간 4년, 코스닥은 최대 3심, 개선기간 2년으로 운영돼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심사 절차를 효율화하기 위해 코스피는 개선기간을 최대 4년에서 2년으로 절반 수준까지 축소하고, 코스닥은 심의 단계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하는 동시에 개선기간도 최대 2년에서 1년 6개월로 줄어든다.
아울러 개선기간 추가 부여 성격의 속개는 허용하지 않고, 1심 결과가 명확한 경우 2심에서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형식적 상폐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심사를 병행하고 하나라도 먼저 상폐 결정이 나오면 최종 상폐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박신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부장은 "부실기업 퇴출은 반드시 필요하고 가급적이면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된다는 게 거래소 입장"이라며 "지난해 24개사 정도가 상장폐지 됐는데 전년 대비 상당히 많이 늘었다. 부적격기업을 신속 추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그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보호 위한 '비상장 거래' 지원…심사 중 공시도 확대
투자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상폐 심사 중 정보공시도 확대한다. 기업이 거래소에 제출하는 개선계획 주요 내용이 공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선안 중 즉시 시행이 가능한 최대 개선기간 축소, 형식·실질 병행심사는 올해 1분기 중 거래소세칙 개정과 함께 바로 시행된다. 감사의견 미달 요건 강화, 분할 재상장시 심사 강화, 상폐 심사기업 개선계획 공시는 기업 안내 등을 고려해 오는 7월 1일부터, 시가총액과 매출액 등 재무요건 강화는 내년 1월부터 3단계에 걸쳐 시행된다. 비상장거래 지원을 위한 K-OTC 내 상폐기업부는 내년 1월 신설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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