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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폐렴구균 백신, 무료 접종시 예방률 크게 높일 것"[인터뷰]

등록 2025.02.07 07:01:00수정 2025.02.07 0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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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종 서울대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명예교수

'예방범위 최다' 프리베나20, 국가필수접종해야

"기존 백신에 포함 안된 혈청형 감염 사례 많아"

[서울=뉴시스] 이환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명예교수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2.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환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명예교수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2.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기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폐렴구균 혈청형에 의한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혈청형 범위가 늘어난 백신을 적극적으로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도입해야 합니다." 

과거 영유아 대상 폐렴구균 백신의 NIP 도입을 이끌었던 이환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명예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허가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프리베나20'은 가장 많은 혈청형을 예방하는 백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대만의 유명 배우이자 가수 구준엽의 부인인 쉬시위안이 독감에 걸린 후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이 알려지면서 폐렴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폐렴구균은 특히 소아, 고령자에서 위험성이 높은데, 세계적으로 소아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폐렴, 수막염, 패혈증의 주요 원인이다. 1세 미만 소아에서 폐렴구균성 수막염 발병률(10만명당 10명)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막염의 경우 10% 내외 치사율을 보임과 동시에 생존하더라도 감각 신경 난청, 실명, 지적장애, 뇌전증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2015~2019년 미국의 6~36개월 소아 58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전향적 연구에 따르면, 급성 중이염 319건 사례에서 배양된 병원균 중 약 24%가 폐렴구균이었다.
 
이환종 교수는 "폐렴구균질환은 수가 적어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백신 도입으로 현재는 환자가 줄었으나, 과거에는 폐렴구균에 의한 뇌수막염 환자를 자주 볼 수 있었고 치명율이 높으며 신경마비 등 후유증이 많다. 농흉의 경우 1~2개월 입원을 요구하는 중증도 높은 질환이다. 고령자는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 빈도가 높고 사망률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폐렴구균 감염은 바이러스성 질환의 2차 감염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며 "흔히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이 증가하면 폐렴구균 질환도 함께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겨울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지난 2014년 영유아에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의 무료 접종(국가필수예방접종·NIP)이 시작됐다. 13가 백신 '프리베나13' 도입 후 소아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감소했으나 기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에 기인한 질병 부담은 여전히 크다.

이 교수는 "질병을 일으키는 폐렴구균 혈청형은 90가지가 넘고 현재의 백신이 모든 혈청형을 예방하는 건 아니다"며 "기존 NIP 도입된 백신들을 통해 질환이 크게 감소했으나,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에 의한 감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관리청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8~2021년 사이 국내 소아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에서 기존의 단백접합백신(PCV10·PCV13)에 포함되지 않는 혈청형에 의한 침습성 사례가 약 80%를 차지했다"며 "비백신 혈청형에 대한 미충족 요구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로 예방 못하면 안돼…프리베나20 NIP 적용 시 예방률 높일 것"

이런 상황에서 예방범위가 가장 넓은 최신 백신이 NIP에 포함돼 무료 접종된다면 예방률을 크게 높일 거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작년 10월 국내 허가받은 한국화이자제약의 '프리베나20'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중 가장 넓은 혈청형 커버리지를 가진 20가 폐렴구균 백신이다. 90여개 폐렴구균 혈청형 중 프리베나20은 20가지 혈청형(1, 3, 4, 5, 6A, 6B, 7F, 8, 9V, 10A, 11A, 12F, 14, 15B, 18C, 19A, 19F, 22F, 23F, 33F)을 예방한다. 또 백신 중 유일하게 8, 10A, 11A, 12F, 15B 혈청형을 포함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소아청소년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혈청형 중 가장 빈번한 10A, 15B를 포함해 '프리베나20'에 들어간 20가지 혈청형의 국내 발생 비율은 약 54%"라며 "프리베나20이 NIP에 들어간다면 예방률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에서 분리된 폐렴구균 중 약 20%가 기존 폐렴구균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이라면, 약 40%는 프리베나20에 추가되는 혈청형일 만큼 비중이 크다"며 "프리베나20에 추가된 혈청형에 의한 감염이 상당한 만큼, NIP에 도입되지 못한다면 추가 감염을 예방할 방법이 있음에도 비용 문제로 예방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신이 국가필수접종사업에 포함 안 되면 일반 소비자의 부담이 높아진다.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4회 접종이 필요해 비용 부담이 더 커져, 의료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프리베나20 백신 사용의 비용효과성은 국내 소아 대상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프리베나20은 프리베나13 대비 10년간 7154건의 사망, 306건의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질환, 24만7381건의 폐렴으로 인한 입원, 103만4910건의 비입원 폐렴, 20만4038건의 경미한 급성중이염을 예방할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즉 프리베나20 그룹이 프리베나13 대비 9만7791LY(Life-year·기대수명) 증가하고, 총 의료비용은 2억7500만 달러(약 3800억원) 낮출 것으로 분석됐다.

소아 뿐 아니라 성인 대상 NIP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폐렴구균 질환은 고령층에서 질병부담이 더 크므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의 성인 대상 NIP 도입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백신 NIP 절차 개선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미국은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 백신 허가 전부터 해당 감염 질환에 대한 역학 정보 등을 조사해 백신 정책을 수월하게 수립하지만 국내는 백신 허가 후 논의하는 경우가 많아 NIP 도입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예산을 도입하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백신 도입 시 예상되는 비용효과분석을 통해 질환을 예방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이익이 크다고 판단되면 NIP 도입을 결정하지만 국내는 예산 확보가 선행되지 않으면 NIP 도입 논의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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