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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부엉이~등나무와 참새까지 106점 공개…'운보 김기창'展

등록 2025.02.18 10:20:52수정 2025.02.18 1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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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천안서 대규모 전시

한국 화단 거장 전 생애 망라한 작품

부인 우향과 예술적 동지 함작도도 전시

운보 김기창, <밤새(부엉이)>(1972), 종이에 수묵채색, 99 x 180 cm. 아라리오뮤지엄 소장. ⓒ(재)운보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운보 김기창, <밤새(부엉이)>(1972), 종이에 수묵채색, 99 x 180 cm. 아라리오뮤지엄 소장. ⓒ(재)운보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근현대 한국화 대가 운보 김기창(1914-2001)의 전 생애 화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동시대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유명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이 이례적으로 국내 한국화 거장전을 마련, 18일 '운보 김기창'展을 개막했다. 총 106점(운보作 99점, 우향作 6점, 부부합작도 1점)을 전시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운보는 근현대 한국 화단에서 전통 한국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한 화가"라며 "이번 전시는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운보의 70여 년 작품 인생이 지니는 미적 가치와 미술사적 의의를 재고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의 컬렉터로 유명한 아라리오갤러리 김창일 회장의 소장품인 군마도, 불새, 수태고지, 청산호반, 장생도 등이 대거 출품되어 눈길을 끈다.

운보 김기창은 8세에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청각이 마비돼 후천성 귀머거리가 되었지만, 침묵의 고통을 극도로 예민한 시각적 심미성으로 발전시킨 한국 화단의 대가다. '청록산수'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던 운보는 17세가 되던 1930년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에게 전통 산수화와 인물화 기법을 배우며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을 시작으로 이후 최고상인 창덕궁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매년 수상했다. 이 시기 운보는 사실적인 구상 미술에 주력했다.

광복 이후에는 1946년 결혼한 여류 화가 우향(雨鄕) 박래현(1920-1976)과 함께 새로운 화풍 실험에 주력했다. 당시 일상을 그린 풍속을 다루면서 공간을 분할하고 재조립한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입체주의적 작품과 반추상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1950년대 초반에는 신앙화 시리즈로 주목을 받았다. 예수의 출생부터 부활까지 총 30점의 연작으로 구성된 작품 '예수의 생애'(1952-1953)는 화풍뿐 아니라 배경, 복장, 인물 등을 모두 조선 시대로 변환시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운보 김기창, <군마도>(1950-1960년대 추정), 종이에 수묵채색; 4폭 병풍, 169 x 335 cm (154 x 80 cm x 4 ea.) 아라리오뮤지엄 소장. ⓒ(재)운보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운보 김기창, <군마도>(1950-1960년대 추정), 종이에 수묵채색; 4폭 병풍, 169 x 335 cm (154 x 80 cm x 4 ea.) 아라리오뮤지엄 소장. ⓒ(재)운보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후천적 청각장애를 지녀 고요함 속에 살아간 그의 화폭은 비범하도록 역동적인 필치와 기운생동한 묘사로 가득하다.

이번 전시는 운보의 전 생애 화업을 망라하여 선보인다. 작가의 초기 1930년대 작업부터 후반기인 1990년대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시기별 작업 전반을 소개해 운보의 미적 가치와 미술사적 의의를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전시장에서 영모, 화조, 풍속화의 대표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해 신앙화, 인물, 추상, 문자도, 바보산수, 청록산수 등 운보 시리즈의 대부분을 선보인다. 그중 운보의 영모도를 대표하는 특유의 거침없고 역동적인 필력과 말과 부엉이 각각의 표현에서 드러나는 기운생동한 묘사력과 그림 전반의 긴장감이 백미인 1950-60년대작 추정 '군마도'와 1972년작 '밤새(부엉이)'는 특히 눈여겨볼 작품이다.

청각장애로 인해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을 폭발적인 필력을 통해 그림으로 승화해 내는 운보의 영모도 중 단연 수작으로 인정받는 작품들이다. 운보의 화조도에서는 거침없고 비범한 구도와 섬세한 표현미가 돋보이는 1970년작 '비파도'와 1971년작 '무궁화 삼천리 금수강산'이 눈에 띈다.

광복 이후 새로운 화풍으로의 실험을 본격화하면서 입체주의적 경향을 선보였던 1953~1955년작 '노점'도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현대화를 모색하는 운보의 초창기 고민과 시도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운보 김기창, <청산호반(靑山湖畔)>(1981), 비단에 수묵채색, 69 x 139.8 cm 아라리오뮤지엄 소장. ⓒ(재)운보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운보 김기창, <청산호반(靑山湖畔)>(1981), 비단에 수묵채색, 69 x 139.8 cm 아라리오뮤지엄 소장. ⓒ(재)운보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운보 김기창 雲甫 金基昶, 수태고지, 1952-53, 비단에 채색, 63 x 75 cm 아라리오뮤지엄 소장.ⓒ(재)운보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운보 김기창 雲甫 金基昶, 수태고지, 1952-53,  비단에 채색, 63 x 75 cm 아라리오뮤지엄 소장.ⓒ(재)운보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운보 雲甫, 우향 雨鄕, 등나무와 참새, 1950s, 종이에 수묵담채, 4폭 병풍 *재판매 및 DB 금지

운보 雲甫, 우향 雨鄕, 등나무와 참새, 1950s, 종이에 수묵담채, 4폭 병풍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서는 운보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이자 한국화의 현대화라는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고민했던 우향 박래현의 작품도 일부 소개된다. 전시에 출품된 1950년대작 '등나무와 참새'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이 부부의 대형 합작도인 4폭 병풍 작품이다. 우향이 먼저 등나무를 그린 뒤 운보가 참새를 그리고 글을 더한 작품이다.  우향의 힘차고 시원한 붓질과 과감한 구도가 돋보이는 등나무와 운보의 세밀한 묘사력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꼽힌다.

운보 김기창의 70년 작품 인생은 도전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당시 스타작가로서 안주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실험했다. 작가로서 사적인 미적 탐구뿐 아니라 한국화의 현대화와 세계화라는 시대적 문제의식을 저버리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다. 이번 전시는 운보의 70년 작품 세계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우향의 작품들을 통해 도전하고 실험하는 작가의 예술적 숙명과 미적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2026년 3월 22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운보 김기창展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운보 김기창展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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