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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항수수료로 中 선박 건조 취소 사례…"K-조선에 기회"

등록 2025.03.31 14: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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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슨모빌, 중국서 건조하려던 LNGBV 신조 계약 보류

USTR 제재 첫 수혜 확인…"中 발주 부담스러운 분위기"

美 입항수수료로 中 선박 건조 취소 사례…"K-조선에 기회"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미국의 중국 선박에 대한 고액의 입항수수료 부과 정책 발표 이후 미국 기업이 중국 선박 발주를 취소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이는 한국 조선업 발주에 실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메이저 기업인 엑슨모빌은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 예정이었던 액화천연가스벙커린선(LNGBV) 신조 계약을 보류하기로 했다.

엑슨모빌은 지난달 2만 큐빅미터(cbm·부피의 단위)급 LNGBV 2척을 건조할 슬롯을 중국 조선소를 통해 확보했으며 조만간 공식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엑슨모빌은 슬롯을 확보하는 이 옵션을 끝내 행사하지 않았다. 중국이 아닌 곳에서 LNGBV를 건조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엑슨모빌의 이 결정은 미국의 중국 선박 제재 발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박에 포트피(항만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미국 항구에 들어오는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은 각각 100만~300만 달러(약 15억원~44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엑손모빌이 중국 조선소 슬롯 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미국 정부의 대중국 항만 수수료 부과 계획이 실제 선박 발주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USTR 중국 제재안의 첫 수혜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제재는 단기적으로 한국 조선사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 중국 조선소를 피해 한국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에 선박 발주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에게 굉장히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중국 선박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면 국내 조선사들 입장에서는 선택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조선사들은 이미 3년 이상 일감을 보유해 당장 이 같은 수주를 통해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위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중국 조선사들에 발주를 낸 글로벌 선사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물지 않기 위해 발주 계약 자체를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조선업계의 신조선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글로벌 선사들이 비용 면에서 저렴한 중국 조선소를 많이 찾았다"며 "그러나 미국 정부의 수수료 정책을 신호탄으로 선박 발주의 방향성이 중국 이외 국가들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력에서 앞선 한국 조선소들이 중국 조선소보다 10% 이상 높은 신조선가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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