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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안무가 벽 허물어"…새 길 만드는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장[인터뷰]

등록 2025.04.27 10:00:00수정 2025.05.12 11: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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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 인잇이 '자신만의 춤' 출 수 있는 문 열어"

무용수, 안무가와 춤 동작 만들어…"프로세서라고 부른다"

"무용은 자기 안에 내재한 고유한 것을 끌어내는 작업"

대표작 '정글', 해외서 호평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프로세스 인잇'(움직임 리서치 방법론)을 공동개발한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9.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프로세스 인잇'(움직임 리서치 방법론)을 공동개발한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프로세스 인잇'을 통해 (무용수가) 자신만의 춤을 출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몸을 움직이는 창작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장 겸 예술감독(49)은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김미영 작가가 공동개발한 '프로세스 인잇'이라는 움직임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프로세스 인잇(Process-In-It)은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고전무용인 발레를 하는 무용수들이라면 짜여진 동작을 배우겠지만, 김 감독과 현대무용을 하는 무용수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감각을 깨우고, 서로의 반응을 탐색하며 움직임의 변화를 만들게 된다.

무용수들은 안무가와 춤 동작을 함께 만들어 간다. 이 과정에서 무용수와 안무가의 벽도 허물어진다.

김성용 감독은 "무용수들에게 '프로세서'(processor)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한다. 무용수들이 각자의 창의성을 작품에 보태기 때문"이라며 "안무자인 제가 움직임을 만들어서 제시하는 방법이 있고, 무용수로부터 움직임을 끌어내는 방법이 있는데, 저는 무용수들이 스스로 움직임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 공연 장면.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제공) 2024.06.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 공연 장면.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제공) 2024.06.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사실 무용수들이 이미 학습된 동작들이 몸에 많이 배어 있어서 자기만의 동작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에게서 자기만의 움직임을 끄집어내기 위한 프로세스(과정)를 만든 것"이라며 "프로세스 인잇은 무용수들에게는 '움직임 리서치(수단)'이고, 제게는 '안무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원로 연극연출가인 김정옥 선생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대본 없는 연극을 시작하는 것과 같이 그들이(배우들이) 자기 대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김정옥 연출이 30여년 전 얘기한 적이 있다"며 "대한민국 배우들이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자기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김종욱 연출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무용 역시 아무 것도 준비가 안 된 상태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끌어낼 수 있는 고유한 것들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저도 그런 작업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프로세스 인잇을 통해 무용계에서 새 길을 만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 공연 장면.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제공) 2024.06.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 공연 장면.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제공) 2024.06.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감독은 "처음에는 무용수가 자신의 몸에 집중하기 위해 30초 가량 자기만의 움직임을 만든다. 이후 1시간 동안 좀전에 했던 30초간 움직임을 계속 변형시키게 된다. 그러나 그 때마다 새로운 움직임이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때론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상황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또 안무가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착취하는게 아니냐는 비난도 들었다고.

김 감독은 "그럼에도 이 방법을 쓰는 것은 프로세스 인잇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만 할 수 있는 고유한 것을 결국 얻어낸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큼 '창작'을 향한 그의 열정은 남달랐다. '창작'은 김 감독에게 무용을 하고 싶다는 꿈을 심어준 동기이자 원동력이었다.

무용을 시작할 때부터 남다른 창작 욕구를 보였던 그는 어릴 때부터 '최고의 안무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프로세스 인잇'(움직임 리서치 방법론)을 공동개발한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9.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프로세스 인잇'(움직임 리서치 방법론)을 공동개발한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9. [email protected]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은 당시 소년 김성용에게 무용수가 될 것을 추천했고, 그는 경북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김 감독은 "무용을 시작할 때부터 현대무용을 생각했고, '현대무용은 창작 무용이다'라는 것을 염두에 뒀다"며 "다른 친구들이 '최고의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할 때, 저는 '최고의 안무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창작 무용에 대한 열정은 작품으로 이어졌다. 2년 전 국내 초연한 작품 '정글'을 지난해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선보였고,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8월 프랑스 공연 예술 평론가 마리 그라시아(Marie Gracia)는 '정글'에 대해 "무용수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팽팽한 긴장감은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증명하고, 단결의 순간을 통해 집단의 힘을 보여준다"며 "까다롭지만 직관적인 안무를 통해 프랑스 관객은 최면에 걸린 채 잊지 못할 감각의 여행에 초대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같은 시기 오스트리아의 무용평론가 실비아 카글(Silvia Kargl)도 "빛과 그림자, 활동과 수동성, 확장과 제한, 이들은 모두 대위법을 만들고 일상적인 것들을 이 예술적인 춤 속으로 끌어들인다"고 호평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프로세스 인잇'(움직임 리서치 방법론)을 공동개발한 김미영(왼쪽) 작가와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4.19.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프로세스 인잇'(움직임 리서치 방법론)을 공동개발한 김미영(왼쪽) 작가와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4.19. [email protected]

한편 김 감독은 '정글'로 다음달 스웨덴·영국·스페인 3개국을 순회하는 유럽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는 5월 4일엔 주스웨덴한국문화원 개원 2주년 기념공연으로 스웨덴 스톡홀름 오스카극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5월 7~8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주영한국문화원과 더 플레이스가 공동 주관하는 제8회 코리안댄스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후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한국현대무용제 춤단사(Chumdanza Festival)의 프로그램으로 5월 11일 공연을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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