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5月18日]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억하는 법…정재일 '내 정은 청산이오'

등록 2025.05.18 06:06:1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5月18日]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억하는 법…정재일 '내 정은 청산이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나를 붙잡지 못한 걸 후회하지 말아요. 날 기억해주는 그걸로 됐어요. 아직 그날을 잊을 수 있겠소만. 어찌 우리의 한이 풀릴 수 있겠소만. 얼마나 더 그대를 기다릴 건지. 언제 우리 웃으며 또 만날 건지. 그때까지 그대여. 부디 잘 계시오. 그때까지 그대여, 부디 잘 계시오."

남도음악이 핏줄처럼 흐르는 웅장한 '임을 위한 행진곡' 콰이어 파트가 썰물처럼 밀려온 뒤에 가수 정훈희 목소리가 아련한 윤슬처럼 반짝인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정재일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단조 선율을 장조(major scale)로 바꾼 대목이자, 작사가 박창학이 노랫말을 지은 이 부분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여성과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는 보컬이 정훈희다.

올해 45주년을 맞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계엄군에게 희생된 윤상원 열사와 노동현장에서 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 열사를 기리는 곡이다.

1982년 2월 두 열사의 영혼 결혼식 이후 같은 해 4월 황석영 작가를 중심으로 지역 문화운동가 10명이 추모 노래극 '넋풀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만들어졌다. 작곡가 김종률의 멜로디에 백기완의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한 황 작가의 가사가 더해졌다.

정재일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본으로 2020년 선보인 '내 정은 청산이오'는 육자배기(전라도지방을 중심으로 한 남도잡가), 진도 씻김굿(전라남도 진도지역에서 전승되는 천도굿으로 망자의 극락왕생을 위해 행하는 무속의례)을 더해 작곡됐다.

정재일이 씻김굿의 길닦음이나 사랑하는 이를 잊지못하고 그리워하는 선율을 찾다가 육자백이(육자배기)를 떠올려냈고, 육자백이를 자장가와 같이 바꾸어 음악을 시작했다. 결국 정재일은 5월을 기억하게 하는 선율과 어떤 질감 혹은 소리들을 가지고 편집자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처럼 음악은 잊어서는 안 될 걸 계속 기억하는 법을 알려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