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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결단 없으면, 강원랜드는 2030년이 종착역”[강원랜드 2025주년 과제는③]

등록 2025.05.19 07:00:00수정 2025.05.26 1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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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IR, 내국인 카지노와 맞먹는 충격…지금 필요한 건 ‘정책 전환’

규제혁신, 예타 면제 등 정책적 배려 시급

필리핀 마닐라의 글로벌 카지노는 24시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강원랜드와 극명하게 대비된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필리핀 마닐라의 글로벌 카지노는 24시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강원랜드와 극명하게 대비된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2030년 오사카 IR 개장은 대전에 제2 내국인출입 카지노가 생기는 것과 같다.”

지난 4월 25일, 강원랜드는 2조 5000억원 규모의 ‘K-HIT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35년 글로벌 복합리조트 도약’을 내건 이 청사진에는 하이원 그랜드돔, 웰니스 리조트, 대형 쇼핑몰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게임은 이미 시작됐고, 승부는 2030년에 끝난다.” 강원랜드에 남은 시간은 10년이 아니라, 단 5년에 불과하다는 경고다.

기차는 이미 떠났다, 강원랜드만 플랫폼에 남았다

일본 오사카는 12조 7000억원 규모의 통합형 리조트(IR)를 2030년 10월 개장을 목표로 지난달 24일 착공했다. 470대의 테이블 게임, 6400대의 슬롯머신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원랜드가 보유한 200대 테이블과 1360대 슬롯머신과 비교하면, 규모는 각각 2.35배, 4.7배에 달한다. 2028년 예정된 제2카지노 확장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오사카 IR과의 경쟁은 현저히 불리하다.

이기원 한국게이밍관광전문인협회 고문은 “오사카 IR은 사실상 대전에 대규모 내국인 카지노가 생기는 것과 같다”며 “접근성, 시설, 서비스 모든 면에서 강원랜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 포커 챔피언 케빈 송은 “일본 IR은 규모는 3배, 시설은 10배, 서비스는 100배 뛰어날 것”이라며 “고객은 감동을 원하고, 일본은 그 정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

글로벌 카지노 산업은 단순한 도박장이 아닌, 감각과 서사를 파는 종합 컨텐츠산업으로 진화 중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는 인간의 오감을 해킹하는 몰입형 공연장을 선보였고, 두바이의 ‘문 리조트(Moon Resort)’는 거대한 달 모형 안에 카지노, 호텔, 미디어쇼를 융합한다.

마카오는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사업 확장에 19조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2028년까지 8.8조 원, 필리핀도 6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태국도 푸켓, 파타야 등 5곳에 IR을 추진 중이다.
마카오 코타이지구의 한 카지노 입구는 정글에들어 가는 듯하게 야자나무로 장식되어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마카오 코타이지구의 한 카지노 입구는 정글에들어 가는 듯하게 야자나무로 장식되어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는 카지노를 국가 미래산업으로 보고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강원랜드에 ▲출입 일수 제한 ▲베팅 한도 ▲영업시간 제한 ▲매출총량제 ▲ATM기 규제 등 20세기식 규제를 그대로 적용 중이다.

이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폐광지역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다.

강원랜드의 시계는 ‘2035 완공’이 아닌 ‘2030 생존’

K-HIT 프로젝트의 완공 목표는 2035년이다. 하지만 이는 강원랜드의 의지가 아닌,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때문이다.

2000억원 이상의 공공투자 사업은 예타 통과에만 2~3년이 소요되며, 이후 설계·착공·준공까지는 평균 8년 이상 걸린다.

문제는 경쟁자들은 이미 2030년부터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지금의 규제가 유지된다면 강원랜드는 2031년 이후를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형식적으로는 2045년까지 영업이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고객이 떠난 카지노’는 생존할 수 없다.

문제는 기업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정부 시스템’

강원랜드를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담당자가 해마다 바뀐다. 업무파악에만 반년이 걸리고, 이해할 무렵이면 부서를 옮긴다. 전문성 축적이 불가능한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다. 매출총량제, 건전화평가 등을 담당하지만, 정작 카지노에 대한 전문성은 전무하다. “정년을 앞둔 공무원이 2~3년 쉬다 나가는 자리”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전문성이 부족한 기관들이 관광산업 핵심인 카지노를 관리하는 현실에서, 해외 IR과의 경쟁력 확보는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다.

강원랜드는 도박장이 아니라, 폐광지역의 ‘최후 보루’

강원랜드는 대한민국 유일의 내국인 합법 카지노이자, 폐광지역 경제 회생을 위한 정책 도구다.

카지노 산업은 단순 오락을 넘어 고용, 관광, 외화 유입을 창출하는 성장산업이다.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태국은 복합리조트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도박’이라는 낙인을 씌우며 산업 전환을 방기하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국가적 결단”이라며 “예타 면제를 포함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HIT 프로젝트는 하이엔드 공간 설계에 집중돼 있지만, 강원랜드 생존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구조개혁이다. 고객이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고객을 쫓고 있다. 규제 혁신이 시급한 이유다.

신종호 한국카지노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오사카 IR이 개장하면 강원랜드 고객의 70%가 이탈할 수 있다”며 “연간 2조 7000억원의 외화 유출은 물론, 폐광지역 전체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금 필요한 건 ▲정책을 바꾸는 용기 ▲시스템을 바꾸는 결단 ▲그리고 정부의 책임이다.
'규제천국'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 모습. 매일 오전10시에 펼쳐지는 입장전쟁은 전 세계 카지노 가운데 유일하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규제천국'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 모습. 매일 오전10시에 펼쳐지는 입장전쟁은 전 세계 카지노 가운데 유일하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선택의 시간은 지금, 결단은 새 정부 1년 안에

“우리는 5년 안에 감동과 환상을 설계할 수 있는가?”
정부와 정치권에도 질문은 같다. 강원랜드를 폐광지역의 희망으로 살릴 것인가, 아니면 잊혀진 도박장으로 방치할 것인가.

K-HIT 프로젝트는 분명 기회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를 방치하고, 예타에 발목 잡힌다면 2035년은 완공의 해가 아닌 폐업의 종착역이 될 수 있다.

그 선택의 시점은 지금이며, 새 정부 출범 후 1년 안에 이뤄져야 한다. 2030년, 강원랜드는 지속가능한 폐광지역의 희망으로 남을 수 있는가?


10일· 4시간·10%. 강원랜드가 도박중독 예방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년간 10일 이내 출입, 하루 4시간 이내 게임, 월 베팅액은 가구소득의 10% 이내를 제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10일· 4시간·10%. 강원랜드가 도박중독 예방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년간 10일 이내 출입, 하루 4시간 이내 게임, 월 베팅액은 가구소득의 10% 이내를 제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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