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윤슬 같은 슈게이징…청춘의 불꽃놀이
파란노을 힘 보탠 첫 EP '01'으로 호평
"슈게이즈로 더 자유로워져"
"무슨 음악이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서울=뉴시스] 인디 싱어송라이터 공원. (사진 = 아카이브 아침 제공) 2025.06.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6/04/NISI20250604_0001859097_web.jpg?rnd=20250604090510)
[서울=뉴시스] 인디 싱어송라이터 공원. (사진 = 아카이브 아침 제공) 2025.06.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밴드가 라이브 무대에서 꼼짝않고 악기만 연주하는 모습이 '마치 신발(shoe)을 쳐다보는 것(gazing)'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슈게이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사실이다.
해방만 무조건 자유가 아니라, 음악은 음악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때 자유의 문으로 나올 수 있고 사유는 사유의 층(層)을 더 올라갈 때 실천의 문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장르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 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My bloody valentine)', 영국의 드림팝 밴드 '슬로우 다이브(Slowdive)'로 대표되는 이 장르는 국내에선 묻혀 있다가 몇 년 전부터 신해경, 파란노을, TRPP, 브로큰티스 등이 새롭게 발굴했다.
싱어송라이터 공원(박시은)이 최근 발매한 첫 EP '01'은 윤슬 같은 슈게이징의 반짝임을 통해 청춘의 불꽃놀이를 보여준다로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게이징이 이렇게 애틋하게 설레는 음악일 수도 있다는 걸 풍성한 결의 보컬로 들려주며 이 장르를 수면 위 반짝임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총 다섯 곡이 실렸다. 더블 타이틀곡 '불꽃놀이'와 '문'을 비롯 파란노을이 편곡에 힘을 보탠 세 곡은 슈게이징의 도달불능점에 꼭 가지 않더라도, 이 시점에서 슈게이징을 좋아하는 뮤지션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임을 증명한다.
2AM 조권, 싱어송라이터 홍이삭과 김제형 등이 속한 아카이브 아침이 아침 산책하는 공원 호숫가에서 윤슬처럼 빛나는 공원을 발굴했다. 다음은 최근 서울 망원동에서 만난 공원과 나눈 일문일답.
-슈게이징 팬은 물론 음악 팬들 사이에서 공원 씨 이름이 자주 거명되고 있습니다. 슈게이징을 청량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많은데요. 공원 씨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목소리가 특별하다는 걸 알았나요?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가 세상에서 노래를 제일 잘하는 줄 알았어요. 제 목소리가 어떻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하하. 음악은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부모님이 워낙 음악을 좋아하셨거든요. 엄마가 꿈이 뮤지컬 배우셨는데, 지금은 댄스 학원 원장님이세요. 언니도 피아노를 치고 싶어했고 동생은 드럼을 치겠다며 작업실을 구하러 다녀요. 전 교회에서 먼저 노래하고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했어요."
-피는 정말 못 속이나봐요. 어릴 때 주로 어떤 음악을 들었나요?
"발라드를 진짜 많이 좋아했어요. 김동률 님의 모든 앨범을 계속해서 들으면서 살았고 유재하 님, 패닉의 음악도 많이 들었어요. 특히 80~90년대 발라드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가사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고, 발라드 특유의 멜로디들이 있잖아요. 어렸지만 가슴을 후벼파는 선율에 마음이 동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것에 영향을 받아서 발라드 가수가 되고 싶었죠. 근데 지금은 그런 음악들을 많이 못 들어요. 너무 저를 가라앉게 만들어 가지고요. 가사를 이해하게 되니까 그렇게 되더라거요."
-본격적으로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 하게 된 거예요?
![[서울=뉴시스] 인디 싱어송라이터 공원. (사진 = 아카이브 아침 제공) 2025.06.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6/04/NISI20250604_0001859103_web.jpg?rnd=20250604090730)
[서울=뉴시스] 인디 싱어송라이터 공원. (사진 = 아카이브 아침 제공) 2025.06.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원 씨 또래엔 공원 씨가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얘기 나눌 친구가 많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노래방에 가서 옛날 노래를 부르면 친구들은 '이게 무슨 곡이지?'라고 물어봤어요. 인디 발라드도 학교 동기들은 잘 몰랐고요. 혼자 방에서 차분하게 음악 듣는 걸 좋아했어요. '난 스타가 될 거야' '크게 상업적으로 성공할 거야' 같은 마인드가 없었습니다."
-공원이라는 예명은 어떻게 짓게 된 거예요?
"공원이 누구나 가서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렇게 누구에게나 쉼이 돼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었어요. 그리고 제 본명이 박시은인데, 영어 이름으로는 시은 팍(park)잖아요. 거기서 착안한 것도 있어요."
-이번 앨범이 더 좋았던 건 슈게이징 장르도 장르지만 공원 씨 목소리 덕분이었던 거 같아요. 사실 해당 장르에 어울리는 목소리 톤이나 창법은 아니잖아요. 공원처럼 크고 좋은 울림은 악기 사운드보다 앞에 나오는 보컬 특징을 갖고 있죠. 앨범 작업을 시작할 처음부터 슈게이징을 방향성으로 잡았나요?
"작년 초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시도를 했는데요, 그중엔 빈티지한 발라드도 있었고 R&B 팝스러운 음악들도 있었고요. 장르가 달라도 공통적인 건 빈티지한 사운드였어요. 옷도 빈티지한 걸 좋아하거든요. 약간 오래되고 투박한 요소는 꼭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은 꼭 있었어요. 그러다 작년 여름에 브릿팝 계열의 음악을 먼저 생각했어요. 제가 오아시스, 더 1975 같은 브릿팝 아티스트들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들 음악 중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니까 약간 어두운 음악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공부하다가 '슈게이즈적인 사운드'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몇 년 전에 국내에서 파란노을, TRPP, 브로큰티스, 왑띠 등 슈게이징 팀들이 주목 받긴 했는데 아직까지 국내에선 슈게이징 장르에 대한 주목도가 덜한 거 같아요. 공원 씨에게 슈게이징은 어떻게 다가왔나요?
"작년에 슈게이즈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어요. 유튜브를 통해 장르에 대해 공부하고 하루에 앨범 한 장씩 찾아서 들었어요. 그렇게 하나씩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특징을 정리 했어요. 슈게이징 안에서도 제가 어떤 뉘앙스를 좋아하는지를 찾았어요. 예를 들어 좀 더 멜로디컬한 걸 좋아한다든지, 너무 어두운 건 기피한다든지요. 그 안에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슈게이징으로 제일 유명한 슬로우다이브, 신해경님, (캐나다의 슈게이징 드림팝 밴드인) 소프트컬트(Softcult) 등이 너무 좋더라고요."
-앨범이 슈게이징 색깔로 변화한 구체적인 과정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써오던 음악이랑 너무 다르다 보니까 처음부터 어려움이 많았어요. 데일로그 프로듀서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죠. 작업 방식은 다양했어요. 제가 먼저 가사를 써가면 그 가사 기반으로 트랙, 사운드를 만들어서 그 위에 제가 멜로디를 얹어 간다든지 아니면 제가 그냥 흥얼거려 놓은 것에 프로듀서님이 사운드적으로 옷을 입혀준다든지 했죠. 슈게이징은 여백이 많잖아요. 제가 만들어낸 걸 덜어내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말이 좀 많다고 표현하잖아요. 제 노래엔 원래 가사가 되게 많이 들어가 있고 표현이 되게 많고 보컬이 앞에 나와있는데, 슈게이즈는 그렇지 않잖아요. 다만 너무 장르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보단 슈게이징에 제 것을 녹여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 사이 접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슈게이징 마니아분들이 들으면 '이게 뭐야?'라고 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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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인디 싱어송라이터 공원. (사진 = 아카이브 아침 제공) 2025.06.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슈게이즈를 하기로 하고 작업을 하다가 편곡에서 좀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파란노을 씨가 핫한 슈게이즈 아티스트시니까 연락을 드려서 편곡 아이디어를 받고 작업을 했죠. 호의적이시고 작업에 열려 있었고 재밌는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많았어요."
-얘기를 하다 보니 '윤슬'이라는 첫 트랙 제목은 정말 공원 씨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트로 건반이 윤슬 같아요.
"진짜 공원에서 윤슬을 보고 진행한 곡이에요. 사실 제가 슈게이즈를 하기 전에 만들어졌던 곡인데, 만약 발라드 앨범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건 1번 트랙 곡이었어요. 원래 피아노 발라드 곡이었어요. 슈게이즈적인 것에 대한 아이디어는 사실 없었거든요. 파란노을 님을 만나고 분위기가 바뀐 곡이에요."
-타이틀곡 '불꽃놀이'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윤슬'이 윤슬을 보고 만든 곡이라면, '불꽃놀이'도 불꽃이 터지는 장면에서 시작됐던 곡이에요. 처음에 약간의 노이즈는 불꽃이 지글거리는 소리고 이후 드럼이 들어가는 대목은 불꽃이 팡 터지는 느낌을 만들어내려고 했어요. 시행착오가 엄청 많았던 곡이기도 합니다. 가사 버전이 20개 가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좀 더 서정적인 표현이 들어가도 되는지, 좀 더 직관적이어야 하는지 고민을 했고 사운드 역시 가사랑 마찬가지로 좀 더 담담해야 하는지 좀 더 의지적이어야 하는지 고민하며 많은 버전을 쏟아냈죠. 그렇게 몇 달을 시행착오 겪다가 픽스된 트랙은 새로 썼던 가사에 2시간도 안 돼 녹음을 끝낸 버전이에요. '불꽃놀이'가 앨범의 뼈대가 되는 곡이라는 건 정해져 있었고, 그만큼 중요했던 터라 뉘앙스나 톤을 조절하는 과정이 되게 길었는데 결론은 '힘을 빼는 것이 맞다'였어요. 이 장르를 하면서 이 부분을 배웠죠. 처음엔 힘이 들어가고 기교가 많이 있었어요. '잘 부르고 싶다'는 마음이 되게 강했고 사운드들을 제가 이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일반 팝은 목소리가 앞에 나오니까 그럴 수 있는데, 슈게이즈는 목소리가 같이 묻어가는 음악이니까요. 그래서 '불꽃놀이' 한 콘텐츠에 달렸던 댓글에 '목소리가 악기처럼 들린다'는 정말 좋은 칭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보컬이 자칫하면 팝스러워지거나, 모던록스러워질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되게 자제하고 누르려고 덜어내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타이틀곡 '문'은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일단 가사가 제일 먼저 나왔었고요. 이번 앨범 모든 트랙 중 제일 가사에 대한 확신이 있던 곡이었어요. 처음 썼을 때부터 이미 노래가 들리는 것처럼 라임이 맞아 있었고, 그냥 후루룩 써진 곡이에요. 나중에 음가만 더해진 거지 문법적으로도 덜어진 것이 아예 없습니다. 데일로그 작곡가님도 그림이 되게 잘 그려졌다고 말씀 해주셨어요. 그래서 부를 때도 제일 재미있었어요. 갑자기 바람소리가 나온다든지 파란노을 님의 아이디어도 잘 풀어졌다고 생각해요. 제가 작은 원룸 생활을 오래 했고 작업실도 좁고 해서 '갇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물리적인 공간에서 떠오른 생각이지만 심리적으로도 내가 어딘가로 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서 '어디로든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고, 갇힌 거 같은 기분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진짜 '문(門)' 같은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다짐들을 많이 담았어요."
-'눈을 감으면'은 가사가 참 와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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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트랙 '01'은 에필로그 같기도 합니다.
"보너스 트랙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앨범 내내 귀가 계속 정신이 없으니까 마지막 트랙에선 시원하게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보통 제가 곡을 일기에서 시작해서 써요. 이 곡이 제일 일기와 가깝고 이 앨범의 메시지, 정체성을 제일 많이 담고 있어요. 그런 의도를 위해서 작업하는 과정에서 원테이크로 그냥 쭉 부른다든지 리버브(잔향)를 최소화하고 마이크 옆에 바짝 붙어서 듣는 이 바로 곁에서 들려주는 듯한 소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죠."
-이번 앨범을 완성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무엇이었나요?
"마음이 편했어요. 실감이 아예 안 나더라고요. 물론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후회가 없었고 무엇보다 어떤 음악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앨범은 어떤 음악을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요. 앞으로 어떤 장르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요.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마음인데요. 지금의 저는 슈게이즈적인 사운드를 많이 활용하고 싶어요. 모든 걸 하고 싶지만 어쨌든 제 취향 안에서 선택될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결을 계속 가지고 가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에 슈게이징으로 인해 공원 씨에게 변화한 부분이 있다면요?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페스티벌 같은 데 가면 엄청 자유롭게 뛰어놀잖아요. 전 내성적이라 그런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거든요. 근데 슈게이즈는 거기에 빠져만 있으면 자유로운 거니까요. 장르 이름 자체도 슈(shoe)게이즈잖아요. 신발만 보고 있어도 그 음악을 듣는 순간엔 그 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인 거니까, 음악 자체 안에서 제가 되게 자유로워졌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겐 정말 좋은 장르 같아요."
-마지막으로 공원 씨는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요?
"이 부분이 제일 어려운데요. 이번에 슈게이즈를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처럼 자유라는 키워드가 제게 더더 커졌어요. 그 자유라는 게 뭐든 다 할 수 있는 자유보다는, 그냥 모든 것에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인데 그게 커졌습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하든 무엇을 하든 자유로운 아티스트이고 싶어요. 그게 진짜 제 것이라면 보는 분들께도 자연스럽게 보이겠죠.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제 음악을 듣는 분들도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제 이름에도 담긴 뜻처럼 자유로운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슈게이징을 연주할 때 단 하나의 신발만 신어야 한다면, 어떤 신발을 신을 건가요?
"제가 캔버스 운동화를 제일 많이 신어요. 그걸 봤을 때 제 마음도 가장 편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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