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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상이란 이런 것"…英 로열발레 '더 퍼스트 갈라'[객석에서]

등록 2025.07.07 16:13:28수정 2025.07.07 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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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발레 20년 만에 내한…서울 LG아트센터서 공연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해적' 등 선보여

융커 안무 컨템포러리 발레 '스펠스' 세계 초연

최유희·전준혁·박한나·김보민 등 한국인 무용수 출연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백조의 호수' 중 2막 '백조 파드되'에서 스미나 사사키와 료이치 히라노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백조의 호수' 중 2막 '백조 파드되'에서 스미나 사사키와 료이치 히라노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백조보다 더 백조 같은 우아한 포르드브라(팔의 움직임)과 몸 동작. 군무(코르드발레)가 전혀 없는 갈라 무대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여성 무용수의 카리스마와 아름다운 연기. ('백조의 호수' 2막 파드되 中)

하늘색 의상의 남성 무용수와 비취색 튀튀를 입은 여성 무용수가 각각 선보인 화려한 독무. 십 수회 이상 회전하면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이들의 춤사위. ('해적' 3막 파드되 中)

지난 5일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영국 왕립발레단 로열 발레의 '더 퍼스트 갈라'는 로열 발레의 정수를 보여줬다. 공연명부터 '더 퍼스트 갈라'(The First Gala)'로 로열 발레의 자신감이 묻어난 이번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왜 로열 발레가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지를 입증했다.

앞서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활약 중인 전준혁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무용수들이 모인 곳"이라고 했고, 프린시펄(수석무용수·Principal) 후미 가네코는 "무용수들이 (몸짓으로) 목소리를 다채롭게 낸다. 섬세하고 다채로운 감정 표현이 로열 발레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백조의 호수' 중 2막 '백조 파드되'에서 스미나 사사키와 료이치 히라노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백조의 호수' 중 2막 '백조 파드되'에서 스미나 사사키와 료이치 히라노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고전 발레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가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탬버린을 들고 경쾌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1막 파드트루아(3인무)에 전준혁이 두 명의 여성 무용수들과 춤을 췄다. 새처럼 하늘로 솟구쳐 날아오르는 그의 연속 점프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2막 파드되는 지그프리트 왕자가 호숫가에서 백조로 변한 오데트 공주를 만나는 장면을 담았다. 자신 앞에 나타난 왕자를 믿어도 될지 혼란스러운 오데트의 감정은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고조된다.

'화이트 아다지오'라고도 하는 이 파드되는 솔로 바리아시옹(개인기를 뽐내는 독무 파트) 없이 아다지오(서정적이고 느린 음악에 맞춰 추는 부분)로만 구성되며, 발레리나를 위한 발레리나에 의한 춤이라 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돈키호테'의 3막 파드되에서 전준혁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돈키호테'의 3막 파드되에서 전준혁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백조로 나온 로열 발레 아티스트 박한나의 포르드브라(팔의 움직임)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전 발레 '돈키호테' 3막 파드되도 펼쳐졌다.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돈키호테는 유쾌하고 경쾌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2000년대 초반 로열 발레의 슈퍼스타 무용수이자 쿠바 출신인 카를로스 아코스타가 재안무했다. 아코스타는 돈키호테에 대해 "재밌고, 힘이 넘치며, 장난기 많고, 섹시한 작품"이라고 했다.

선술집 주인 딸 키트리의 연인이자 이발사 바질 역을 맡은 남성 무용수의 힘이 넘치고 화려하면서도 절도 있는 바리아시옹(독무 파트)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바질 역은 솔로이스트 다이스케 나카오가, 키트리는 퍼스트 아티스트 김보민이 맡았다.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해적' 파드되에서 바딤 문타기로프와 후미 가네코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해적' 파드되에서 바딤 문타기로프와 후미 가네코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고전 발레 '해적' 파드되도 이날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낸 받은 작품이다. 남녀 무용수들이 선보인 화려하고 아름다운 바리아시옹과 고난이도 회전 기술은 압권이었다. 최근 약혼한 '발레의 황금 커플' 바딤 문타기로프와 후미 가네코가 호흡을 맞췄다.

'해적'은 영국 낭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바이런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1899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 처음 등장했다.

로열 발레는 해적 전막을 레퍼토리로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주요 무대에 파드되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로열 발레가 세계 초연한 '스펠스'에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로열 발레가 세계 초연한 '스펠스'에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로열 발레 솔로이스트이자 안무가인 조슈아 융커가 안무한 '스펠스'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스펠스는 7명의 동료 무용수들과 함께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였다. EDM(전자음악)에 맞춰 뛰어가거나 파트너를 들어올렸고, 팝핀을 연상하게 하는 춤도 췄다. 브레이크 댄스를 발레보다 먼저 배웠다는 그의 이력을 상기시켰다. 그림자를 강조하는 조명 연출은 몰입감을 높였다.

이밖에 '아스포델 초원' 파드되에서 한국인 최초의 로열 발레 단원 최유희 퍼스트 솔로이스트가 복귀 무대를 선보였다.

둘째 출산 후 9개월 만에 다시 토슈즈를 신은 최유희는 간결하면서도 유려하게 흐르는 움직임으로 로열 발레 특유의 우아한 포르드브라를 보여줬다.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아스포델 초원' 파드되에서 최유희와 료이치 히라노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로열 발레의 '아스포델 초원' 파드되에서 최유희와 료이치 히라노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


로열 발레는 1931년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의 발레리나였던 니네트 드 발루아(1898~2001)가 창단한 발레단으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 발레단과 함께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꼽힌다. 이번 내한 공연은 20년 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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