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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한번 폭우에 또 한번…두번 운 양봉농가 "울상"

등록 2025.07.20 16:52:27수정 2025.07.20 19: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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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산란량 뚝, 폭우에 벌통 와르르

"재난 인정으로 양봉업 체계적 지원을"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양봉업자 정시명(64)씨가 20일 오후 광주 북구 충효동 야산의 한봉장에서 수해를 입어 부서진 벌통의 소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07.20. lee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양봉업자 정시명(64)씨가 20일 오후 광주 북구 충효동 야산의 한봉장에서 수해를 입어 부서진 벌통의 소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07.2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이래도 살아남아준 벌들에게 미안할 지경입니다."

'426㎜' 기록적 폭우가 지나간 20일 오후 광주 북구 충효동 야산.

산속에서 한봉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시명(64)씨는 사흘 전 우레와 함께 쏟아진 장대비 속에서 전체 벌통 105개 중 절반을 잃고 말았다.

17일 광주지역을 때린 '괴물 폭우'는 흙탕물 계곡을, 흙탕물 계곡은 자갈 산사태를 만들어 한봉장이 조성된 야산을 삽시간에 덮쳤다.

양봉과 달리 벌통을 높이 지어올리는 한봉 특성상 자갈 산사태 속에서 한봉 벌통들은 힘을 잃고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주인을 잃고 무너진 벌통은 빗물에 휩쓸려 산아래 계곡까지 떠밀려 내려갔다.

꿀벌의 군세는 비에 젖고 여왕벌을 잃으면서 자연스럽게 와해되는 상황. 아수라장이 된 한봉장 틈바구니 속 가까스로 건진 50여 개 벌통에서는 살아보겠다고 남은 꿀벌들이 모여들어 날개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

꿀벌들은 비에 젖은 소비장에 남은 꿀이라도 따러 모여들었지만 그마저도 힘에 부친 듯 제자리에서 팔자걸음만 반복할 뿐이었다.

생기를 잃은 벌들의 행동을 본 정씨는 말없이 긴 한숨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폭우 속에서 살아남아준 벌들에게 도리어 미안한 심정이 가득하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양봉업자 정시명(64)씨가 20일 오후 광주 북구 충효동 야산의 한봉장에서 수해를 입어 텅 빈 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07.20. lee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양봉업자 정시명(64)씨가 20일 오후 광주 북구 충효동 야산의 한봉장에서 수해를 입어 텅 빈 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07.20. [email protected]



정씨는 여왕벌의 산란량이 뚝 떨어졌던 지난 폭염에 이어 꿀벌의 군세가 와해되는 이번 폭우까지 두 번의 고충을 겪게 됐다.

꿀벌 집단 실종 사태 이후 회복기에 접어들며 군세를 늘리나 싶었지만, 폭염으로 인한 여왕벌 산란량 정체기에 접어들며 우려가 크던 상황에 폭우로 벌통 다수가 망가진 것이다.

군세를 늘리기 위해서는 또다시 여왕벌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름철 폭염 속에서는 온전한 부화 확률도 뚝 떨어진다.

엎친 데 덮치는 상황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이 크지만 "반이라도 남은 게 어디인가"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정씨는 "폭염은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설탕물을 제때 주고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게 하다보면 계절이 지나고 다시 유밀기가 찾아와 꿀을 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며 "폭우는 자연재해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무척 마음이 아프다. 손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양봉 또한 축산의 한 분야다보니 재난구역으로 지정된다면 관련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벌들의 군세를 늘릴 수 있는 입식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2020년에도 폭우에 벌통을 잃은 양봉업자들이 지원을 받았다"며 "폭염에 폭우까지 정말 힘들다. 부디 이번 폭우가 재난으로 인정받아 양봉업자들을 향한 체계적인 지원이 서둘러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광주에는 지난 17일 하루에만 426.4㎜의 비가 내렸다. 1939년 기상관측 이후 역대 최고 일 강수량으로 종전 기록인 1989년 7월25일 335.6㎜와 비교해 90.8㎜나 많았다.

[광주=뉴시스] 지난 17일 광주 북구충효동 한봉장이 수해를 입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지난 17일 광주 북구충효동 한봉장이 수해를 입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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