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블루 비너스'에 숨겨진 과학…'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서울=뉴시스]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사진=미래의창 제공) 2025.08.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8/04/NISI20250804_0001909918_web.jpg?rnd=20250804105212)
[서울=뉴시스]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사진=미래의창 제공) 2025.08.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나는 화학에서 우리가 동경할 만한 가치들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 진리, 선.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참된 것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다. 지식에는 미적 즐거움이 있으며, 이는 가장 정교한 형태의 즐거움을 주기 마련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과학에서 아름다움은 진실의 기준이다."
우리가 보는 색채는 시각으로 파악하며, '감각'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원자와 분자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움직임이 존재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재료과학을 가르치는 데보라 가르시아 배요의 책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이 출간됐다. 책은 과학이 감각의 세계를 어떻게 풍요롭게 만드는 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스페인 라코루냐대학교에서 예술에 응용할 수 있는 재료과학을 연구하는 화학자이기도 하다.
저자가 재료의 원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라코루냐(La Coruña)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이브 클랭(Yves Klein)의 조각상 'S41'에 사로 잡혔다. 비너스가 푸른 색채로 뒤덮인 모습에 빠져들었다. 저자는 '푸른 벨벳'이라 표현한다. 다만 벨벳이 아닌 안료(顔料)에 충격을 먹고 의문을 던진다. "어떻게 한 거지?"
이는 이브 클랭이 개발한 색채로, 저자는 예술 작품에 사용되는 재료를 연구하게 된다. 과거 예술가들에겐 '돌'이 색채의 중요한 재료였다. 푸른색은 오랫동안 과학, 예술, 언어에서 없는 색이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도 바다를 푸르다고 표현하는 대신 '포도주처럼 검은색'이라고 묘사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된 청금석으로 표현한 푸른색은 바다를 건너 유럽에 전해졌다는 의미로 '울트라마린'으로 불렸다.
이처럼 책은 총 25편의 에세이를 통해 예술 속 색채와 과학의 연결고리를 풀어낸다. 색채와 재료의 궤적을 소개한다. 앞서 재료과학에 뛰어든 계기가 된 이브 클랭의 벨벳 같은 푸른 안료에서 시작해 제프 쿤스의 금속 조각, 끝으로 붉은 벨벳까지의 여정을 펼친다.
벨벳은 빛이 반사되지 않고, 형체는 신기루처럼 숨겨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또 소리의 파동도 섬유 사이에 갇힌다. 흔히 콘서트홀 벽면, 극장 커튼, 박물관 전시실에서 붉은 벨벳을 자주 목도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숨겨져 있다.
저자에게 작품의 재료는 미감의 대상을 넘어 시대의 감각, 감정의 껍질, 한 사람의 선택과 세계관이 담긴 언어로 형용된다. 과학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빛내는지 역설한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세상은 어디에나 있다. 세상을 볼 줄 안다는 것은, 밝은 일상의 부분 부분마다 붉은 벨벳 끈을 놓는 것이다. 행성이나 별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물을 대할 때도 언제나 원근 효과를 느끼며 끊임없이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에 매료되어 사는 것이다."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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