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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교육열, 불법전입]②"불법이지만 안 걸려요"…21세기 맹모삼천지교?

등록 2025.08.27 11:30:00수정 2025.08.27 11: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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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소, 불법 알면서 위장전입용 원룸 거래 주선

"풀패키지 원룸에 이불만"…실거주 조사 회피 '꿀팁' 안내도

학원 원정 온 학생 숙식용 원룸 '만실'…"대기순번 받아야"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5일 오후 광주 남구 봉선동 초등학교 일대 학원가. 2025.08.25. hyein0342@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5일 오후 광주 남구 봉선동 초등학교 일대 학원가. 2025.08.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불법이긴 하죠. 그래도 실제 사는 것처럼 해 놓으면 돼요."

봉선2동은 유명학원가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밀집돼 있다. 준공 20년 이상 30평대 아파트조차 거래가가 8억원 안팎을 호가할 만큼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광주의 강남'이자 '교육 1번지'로 이름 나 있다.

봉선동 학군 내 중·고등학교 진학까지 염두하며 봉선2동 내 특정 초등학교 2곳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 일대 아파트 거래가가 높은 만큼, 사는 곳은 따로 두고 서류상 거주지만 옮기는 위장전입도 적지 않다.

실제 이미 과밀학교(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모 초등학교는 전 학년을 통틀어 해마다 60명 안팎 학생이 전학 오고 있다. 또 다른 초등학교 역시 최근 3년 사이 전학생 수가 최소 91명에서 109명에 이른다. 학년 당 4~5학급을 기준으로 매년 한 학년이 더 생기는 꼴이다.

두 학교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학군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다른 학교 대비 전학생 수가 많다. 입학생 역시 3월 개학 직전 2~3개월 사이 신규 전입 학생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봉선동 일대에서는 유독 두 초등학교에만 몰리는 학생 중 상당수가 위장전입이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낳은 수요에 편승, 부동산 공인중개사들도 학군 배정 목적의 부동산 매물을 버젓이 알선하며 불법전입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아예 가족이 주소지를 옮기는 게 아니라면 친척이나 지인의 집에 학생만 주소지를 옮기는 위장전입은 요즘 거의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대신 집값이 비싼 아파트보다도 학군지 전입 목적의 단기 임대 원룸 매물 거래를 소개하고 있다. 보통 2년 계약부터 시작하는 원룸의 월세 가격은 40만원 선이었다. 임대 계약을 통해 전입신고용 주소지만 확보하는 꼼수다.

A부동산 중개업자는 "집을 아예 이사하는 게 아니라면 (위장전입용) 방을 구하는 게 불법이긴 하다"면서도 "(원룸 안에) 가족이 사는 것처럼은 해 놔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불법 전입을 가볍게 이야기했다. "다른 동네에 사는 학부모들도 입학 전년도부터 종종 전입 문의를 한다. 봉선동에서는 나름 알려진 방법인데, '내 자식 좋은 학교 보내고 싶다'는 부모 마음은 다 같지 않겠느냐"고 했다.

학군 배정용 원룸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만실이라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대기 번호를 받아 놔야 하는 일도 빚어진다.

학군 배정지 내 원룸 매물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더욱이 주변에 즐비한 유명 입시 학원가에 원정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의 임시 숙식용도로 선호도가 높아 봉선동 일대 원룸 구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나방'처럼 학부모 수요는 꾸준하다.

이처럼 위장전입용 원룸 매물 중개와 거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 거주 여부를 확인해야 할 행정 당국은 무력하다.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위장전입이 적발되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최근 3년간 남구 봉선동 내에서 위장전입이 적발 또는 처벌된 전례는 없다.

전입 세대가 전입신고를 하면 통장이 직접 신고된 주소등록지에 가서 사실 확인을 거친다. 통장 방문 때 부재 중이거나 확인이 어려울 경우에는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직접 2차 조사를 나간다. 그러나 '사생활 보호'를 내세우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기 일쑤여서 실질적인 적발은 전무하다.

법망이 헐거워지니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보란 듯이 실거주 조사에 응하는 요령도 '꿀팁'처럼 공공연하게 알려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통장들이 곧 실거주를 확인한다더라. 거래되는 원룸 내부에 세탁기·냉장고는 갖춰져 있으니 이불 정도만 챙겨 오면 된다"고 했다.

관할 자치구인 남구 관계자는 27일 "공무원과 통장이 전입신고 실거주 여부를 확인한다 하더라도 거주자가 사생활을 이유로 응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현장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과거부터 위장전입 의혹이 있던 봉선동은 서면 조사 뿐만 아니라 현장 점검을 원칙으로 한다. 불법을 조장하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해서는 거래 질서 확립 차원에서 현장 점검·지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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