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말자는 무죄를 받았다!"…61년 만에 무죄 받은 18세 소녀

성폭행범 혀 깨문 최말자씨 재심서 무죄 받아

10일 오후 부산지법 재판부 "정당방위 인정"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61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하는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가해자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79)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최씨가 무죄 선고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2025.09.10.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최말자는 무죄를 받았다!"

1964년 성폭행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9)씨. 10일 무죄를 선고받은 최씨가 61년의 한(恨)을 단숨에 쏟아냈다.

이날 오후 부산지법 352호 법정 앞 복도. 재판 시작 45여 분 전 최씨는 옅은 미소를 띠며 등장했다. 최씨는 자주색 재킷을 입은 모습과 상반되게 긴장한 듯 양손을 만지작거리며 재심을 기다렸다.

이후 최씨는 변호인들과 함께 차분히 법정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재판은 예정보다 약 3분 일찍 시작됐다.

최씨는 재판장 한가운데 판사를 마주 보며 섰다. 재판부는 최씨의 사건 경위를 설명하다 이내 선고했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인정이 돼서, 상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이어 재판부가 재심 사건 공시 결과 공시를 원하느냐 묻자, 최씨는 원한다고 답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61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하는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가해자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79)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최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09.10. [email protected]

"피고인은 무죄기 때문에 항소하실 수 없습니다.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오후 1시59분. 판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청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 지지자는 법정 안에서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해 "선생님 축하합니다"라며 외치기도 했다.

법정을 빠져나온 최씨는 오랜 시간 가슴 속에 묵혀온 "최말자는 무죄다"를 외쳤다.

이후 법원 앞에서 짧은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성단체와 변호인단이 '최말자는 무죄다', '정당방위 인정', '최말자가 해냈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서 최씨를 맞이했다.

최씨는 이들이 건네주는 꽃다발들을 받으며 무죄가 실감 난 듯 편히 웃어 보였고,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최말자는 무죄를 받았다"며 힘차게 외쳤다. 이에 지지자들은 한목소리로 환호하며 "최말자가 해냈다"를 세 번 외치며 피켓을 하늘 위로 높이 던졌다.

61년간 억울함 속에 살아온 최말자씨가 자신의 용기와 집념으로 정의를 되찾았다. 죄 없는 범죄자로 낙인찍혔던 그의 결백이 확인된 순간, 할머니가 된 최씨는 이날 잠시 '18세 소녀 최말자'로 돌아가 오랜 세월 자신을 짓눌렀던 오명을 벗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61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하는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가해자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79)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최씨가 여성단체 회원들과 함께 무죄 선고에 기뻐하고 있다. 2025.09.1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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