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가온·유승은 외침에 '훈련 지원' 약속…공염불 되지 않기를
![[기자수첩]최가온·유승은 외침에 '훈련 지원' 약속…공염불 되지 않기를](https://img1.newsis.com/2021/10/18/NISI20211018_0000848836_web.jpg?rnd=20211018144302)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동계 스포츠에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겁 없는 10대' 최가온(세화여고), 유승은(성복고)의 외침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종합 13위에 올랐다. 여전히 쇼트트랙에서 가장 많은 7개(금 2·은 3·동 2)의 메달이 나왔지만, 스노보드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이 최고 수확으로 남았다.
쇼트트랙이 딴 7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의 메달이 모두 스노보드에서 나왔다.
37세의 스노보드 대표팀 맏형 김상겸(하이원)이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결승까지 올라 은메달을 획득했다. 3전 4기 끝에 품은 귀한 메달이다.
2008년생 여고생 스노보더 유승은이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쾌거를 이어갔다. 지난 1년 동안 갖은 부상에 시달리던 그도 메달 기대주는 아니었으나 '깜짝 메달'을 일궜다.
스노보드의 경사는 최가온의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로 '화룡점정'했다.
최가온은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1차 시기에 크게 넘어져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2차 시기 실패의 아쉬움을 딛고 일어난 최가온은 3차 시기에 고득점에 성공하면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설상 종목 역대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 이전까지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이 단 1개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성적이 장기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육성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꿈의 무대'를 위해 열악한 환경을 견딘 선수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은 씁쓸함으로 남았다.
국내에 실업팀이 없어 김상겸이 한국체대 졸업 후 비시즌 동안 생계를 위해 일용직으로 일했던 일화는 열악한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국내에 하프파이프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은 하나 뿐이고, 그마저도 온전치 않다. 빅에어는 아예 훈련 시설도 없다.
설상 종목 선수들이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해외에 나가 훈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눈이 없을 때 점프, 회전 등 공중 동작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은 국내에는 전무하다. 이 때문에 최가온과 유승은은 모두 시설이 갖춰진 일본에 가서 훈련해야 했다.
유승은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 비결이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많이 가서"라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훈련 환경 차이를 느끼게 한다.
이들은 해외 전지 훈련을 다니는 비용도 대부분 기업 후원금 또는 사비로 부담한다.
2008년생, 이제 10대인 최가온과 유승은은 모두 메달을 딴 후 훈련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가온은 "한국에는 하프파이프 탈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뿐이고, 그마저도 완벽하지 않아 아쉽다. 일본은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이 있는데 한국에 없어서 일본에서 훈련한다"며 "한국에서 오랫동안 훈련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승은도 "우리나라에도 훈련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훈련 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은 비단 설상 종목 뿐만이 아니다. 조금 낫다 뿐이지 빙상 종목도 훈련 환경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400m 정식 트랙을 갖춘 국제 규격 경기장은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이 유일하다. 제대로 난방이 되지 않아 무척 춥고, 빙질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이마저도 인근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에 따라 2027년 철거 예정이다.
쇼트트랙도 국제대회를 유치할 만한 경기장은 목동 실내빙상장을 제외하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하며 강국의 체면을 지켰으나 네덜란드, 캐나다의 위협을 받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4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10대들의 외침에 어른들은 답했다.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 해단식에서 "스노보드 선수들이 훈련 시설이 없어 외국을 전전하며 훈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 대한체육회, 정부 내에서 협의해 훈련장이 마련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올림픽을 계기로 훈련 시설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국가 정책적으로 동계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훈련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약속이 그저 에어매트 시설 하나 짓는 단발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육성 체계 조성으로 이어져야 한국 동계 스포츠도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런 약속은 또다시 공염불이 될 수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당시의 유산을 바탕으로 발전을 기대했던 동계 스포츠가 다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지속성과 꾸준함이 부족했던 탓이다.
일본은 종목 육성을 위해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한다. 이번 올림픽 스노보드에서 가장 많은 9개(금 4·은 2·동 3)의 메달을 따며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피겨스케이팅에서도 꾸준히 유망주가 등장하며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다.
동계올림픽 때마다 지적되는 문제점은 비슷하다. 국제 경쟁력을 말하기 전에, 선수들이 훈련할 기본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 체육계가 외면해온 구조적 문제는 언젠가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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