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삭, '힘빼기'의 미학…"더 멀리 잘 달릴 수 있겠네요"
최근 새 디싱 '헬로, 굿바이.(Hello, goodbye.)' 발매 인터뷰
"평범한 틀 속에서 자유로움 느껴"
![[서울=뉴시스] 홍이삭. (사진 = 아카이브아침 제공) 2025.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15/NISI20251115_0001993835_web.jpg?rnd=20251115113619)
[서울=뉴시스] 홍이삭. (사진 = 아카이브아침 제공) 2025.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서울 용산구 아카이브 아침에서 만난 홍이삭은 성장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괜찮은 선'을 조금 습득하지 않았나"고 여겼다. 그의 성향 자체가 과하게 무언가를 표현하거나 이야기하는 것 역시 지양한다.
"전 이 만큼을 할 수 있고 이 만큼의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에서 멈춰 서려고 해요. 예를 들어 제게 음악 스킬이 10이 있다고 하면 많아야 7~8 적으면 3~4 사이에서 움직이는 거죠. 음악적 깊이가 거기서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힘을 빼는 것에서요. 그런 깊이가 느껴지는 최백호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죠."
최근 콘서트가 끝난 뒤 뒤풀이에서 드러머와 엔지니어가 주고 받은 문답에서도 이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드러머 친구가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녹음 소스를 뽑아낼 수 있느냐'고 묻자 엔지니어가 '연주자가 가장 편안한 상황'이라고 답하더라고요.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연주자가 편안한가 안 편안한가에 따라 연주의 질이 달라지는 거죠. 노래 역시 마찬가지 같아요. 자신의 진정성이나 경험이 알게 모르게 나오는 거라 생각합니다. '한번 힘을 빼보자'가 요즘 생각이에요. 제 깊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평가가 박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저를 믿고 가봐야죠."
그 진정성이나 경험은 뮤지션 본인으로부터 나온다. 지난 2013년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 '봄아'로 동상을 받고 이듬해 데뷔한 홍이삭은 좋은 사람이 좋은 뮤지션이라는 명제를 증명해주고 있다.
홍이삭은 하지만 평소 신중한 그답게 함부로 무엇을 정의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그 사람의 인생을 동반한다" 정도로 반응했다. "음악은 그 사람의 삶을 충분히 수반하는가? 그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특정 사람의 삶 자체가 그의 매력과 혼연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삶과는 또 다른 질감으로 인해 다른 매력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정 영화, 드라마 속 빌런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기보다는 '내 삶에 내가 솔직하냐?'입니다."
그럼에도 홍이삭 본연에서 나오는 선함이 이미지나 활동 범주를 고정시키지 않을까.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사실 특정 틀에 갇히는 건, 홍이삭만은 아니다. "오아시스 형제는 서로에게 욕도 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팬들도 거기에 열광하고요. 우리나라에선 정서상 그러기는 어렵죠. 다만 아무리 자유로워도 제가 틀 안에 있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안에서 이미 자유로워요. 목장 울타리 안 양처럼 편안하죠. 부모님이 교사이시니 그 분들의 삶에 먹칠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조심하며 살아왔지만 그런 부분은 저만 생각하겠어요? 모두가 생각하는 영역인 거죠. 그러니까 제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어떤 틀 속에 놓여 있다는 자체가 절 자유롭게 만들어요."
![[서울=뉴시스] 홍이삭. (사진 =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11.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12/NISI20251112_0001990559_web.jpg?rnd=20251112095942)
[서울=뉴시스] 홍이삭. (사진 =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11.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안녕, 잘 지내.'는 지나간 모든 인연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안부 인사다. 담백한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위에, 플럭(Pluck) 계열의 신스 사운드와 일렉트릭 기타가 더해져 사운드가 따뜻하다. 홍이삭의 여유롭고 따뜻한 보컬이 더해져 미안함, 아쉬움, 고마움이 뒤섞인 마음을 차분히 풀어낸다.
'나의 작은 마을'은 자신의 마음을 하나의 '마을'에 비유했다. 나일론 기타, 랩스틸기타 등 다양한 기타의 사운드들이 층층이 쌓이며 곡의 클라이맥스를 완성한다. "결국 중요한 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라는 가사처럼, 불완전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두 곡을 묶어서 디지털 싱글을 낸 것엔 큰 의미를 담지 않았어요. 예전엔 좀 더 의미를 담고자 노력 했는데, 이번엔 편안한 마음으로 냈습니다. 날씨도 좋고, 노래도 좋고 그냥 좋잖아요. 하하."
조태준은 몇 년 전부터 홍이삭의 프로듀싱 콤비가 됐다. 홍이삭과 동갑내기로, 클래식 작곡이 바탕인 조태준은 홍이삭의 음악, 감정을 그와 함께 계속 분석을 해준다. '네가 원하는 게 이거야' '너라는 사람의 음악이 이거야'라는 확신을 안겨주는 것이다. 조태준은 또 아이돌을 비롯한 K-팝 작업도 해서 대중적인 터치 감각도 가지고 있다.
"저는 저라는 사람이 혼자 음악을 함에 있어서 한계를 잘 알고 있거든요. 제 고집을 음악적으로 유연하게 다뤄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는데, 그 친구가 태준입니다."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하고 인기가 높아지면 자기 음악적 고집이 더 세질 거 같은데 홍이삭은 더 유연해졌다. "제가 고집하는 게 100%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의견을 듣고 틀을 또 수정하면 더 좋은 게 나오니까요. 물론 고집을 부릴 때도 있긴 해 그게 통할 때가 있긴 하지만요. 하하."
![[서울=뉴시스] 홍이삭. (사진 = 아카이브아침 제공) 2025.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15/NISI20251115_0001993834_web.jpg?rnd=20251115113551)
[서울=뉴시스] 홍이삭. (사진 = 아카이브아침 제공) 2025.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JTBC '슈퍼밴드'(2019), JTBC '싱어게인3'(2023~2024) 등을 거치면서 조금은 비장했던 홍이삭은 최근 한결 더 편안해졌다. 팬덤 '토스트' 사이에서도 이를 반기고 있다. 자존감이 높아진 느낌이라 그렇다.
"30대 초반에 불안한 어떤 시간을 보내면서 고민하다가 힘이 좀 빠진 거죠. 오디션을 겪고 계속 신곡을 내고 활동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나' 생각하며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 왔죠. 있지 않은 얘기들을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박수를 받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얘기를 했을 때, 박수를 덜 받아도 그 안에서 안정감을 누리면 '내가 계속 달려갈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이렇게 힘을 빼고 달리는 것이 삶의 연결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최근 체코 송캠프에서도 경험했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는데 어느 운동 잘하는 작곡가가 그의 옆에서 뛰면서 이런 말을 했다. "몸에 힘이 되게 많이 빠져 있다. 멀리 잘 뛸 수 있을 거 같다."
홍이삭은 그 때 이렇게 생각했다. 달리기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삶의 일도 그렇고 앞으로 힘을 더 잘 빼고 멀리 잘 달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지금은 그 요령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다. 달리기에서 고통이 찾아오는 시점을 넘기면 찾아오는 행복감을 뜻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달리기를 할 때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쓴 것처럼, 홍이삭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페이스대로 완주해가는 것이다. 홍이삭은 달리기를 좋아하냐는 물음에 "생존을 위해서 뛰고 있어요. 기록을 위해서 뛰는 게 아니라"라고 웃었다.
홍이삭의 페이스 유지는 오디션을 거친 과정을 봐도 확인된다. 오디션은 뮤지션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함께 더 풍부한 서사를 만들어준다. 홍이삭은 그런데 전적으로 오디션에만 힘입은 뮤지션이 아니라, 이와 별개로 계속 자기 서사를 쌓는 뮤지션이다. 오디션 관련 것들을 확실히 매듭 지어서, 오디션 출신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현명하게 벗어났다.
![[서울=뉴시스] 홍이삭. (사진 = 아카이브아침 제공) 2025.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15/NISI20251115_0001993836_web.jpg?rnd=20251115113636)
[서울=뉴시스] 홍이삭. (사진 = 아카이브아침 제공) 2025.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홍이삭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정규 음반은 언제 내는 걸까. 그는 "정규에 대한 필요성을 사실 올해 들어서 조금 느꼈다"고 털어놨다.
"사실 정규를 바라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정규를 원하는 게 '고집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다른 아티스트에 관심이 생기면, 처음부터 그의 정규를 듣긴 해요. 하하. 그럼에도 정작 제 정규에 대한 필요성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MP3로 넘어갔던 시대부터 음악을 들어 익숙해서 그런지, 골라 듣는 시대에 적응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타이틀곡을 1번으로 배치하는 시대를 거치면서 다른 곡들은 안 듣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섭섭했었어요. 그래서 의미를 못 찾았던 거죠. 그러다 주변 뮤지션들을 보면서 '결국 나라는 사람의 음악 세계나 사상을 '어떤 책을 한 권 읽는 것'에 비유했을 때 정규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이삭은 또한 정규를 내게 되면, 다양한 측면의 얘기를 해야 하는데 '내 밑천이 드러날 수 있겠다'고 걱정도 했다고 고백했다. 홍이삭은 이처럼 여전히 겸손했지만, 사실 뮤지션들에게 정규 음반은 운명처럼 다가온다.
"정규의 호흡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직은 제게 없었어요. 그래서 정규를 내지 않은 게, 부담스럽거나 '늦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이제 한 번 슬슬 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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