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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고질적 비위·부실에 칼 빼들었다…인사·지배구조 전면 대수술

등록 2025.11.23 11:46:54수정 2025.11.23 12: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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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횡령·부정선거에 신뢰 추락

연체·부실경영 확대로 금융위기 경고음

임원 절반 교체·선거비리 원아웃 추진

"국민 신뢰 되찾는 일을 최우선 목표로"

농협중앙회 *재판매 및 DB 금지

농협중앙회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횡령과 부정선거 등 잇따른 사건·사고·비위로 도마 위에 오른 농협중앙회가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나섰다.

특히 범농협 임원 절반 이상 교체, 선거법 위반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인사·지배구조 혁신부터 부정선거 근절 조치까지 강도 높은 수술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각종 비위와 사고가 누적되며 조직 신뢰가 크게 훼손된 데다, 연체·적자·부실경영 등으로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상호금융 전반의 건전성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농협이 그간 내놓은 개혁안을 종합하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12일 '범농협 혁신 전담반(TF)'을 발족하고 전방위적인 쇄신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쇄신안에는 인사·지배구조 개혁부터 부정부패 근절 조치, 농업인 금융지원 강화 등 고강도 혁신 방안들이 담겼다.

이 같은 '혁신 패키지'를 통해 부실 경영에 따른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각종 비리 관련 사건·사고로 흔들리던 신뢰를 다시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농협은 단위조합에서 잇따라 발생한 횡령·금품수수·선심성 예산집행 등 각종 비위 사건과 함께, 연체·적자조합 급증 및 부실채권 확대 등 금융 건전성 악화라는 이중 위기를 겪고 있다.
[세종=뉴시스] 사진은 농협중앙회가 지난 12일 '범농협 혁신 전담반(TF)' 발족 관련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농협 제공) 2025.11.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사진은 농협중앙회가 지난 12일 '범농협 혁신 전담반(TF)' 발족  관련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농협 제공) 2025.11.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강원 강릉시 소재 농협에서는 부정선거 사건이 발생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농협 조합장 A씨는 지난해 5월 농협중앙회 강원지역 비상임이사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다른 조합장 10여명에게 금품을 건네고 표를 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현재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전북 지역에서는 금품선거 비위가 대규모로 드러나기도 했다. 전주농협 이사와 대의원 등 23명은 지난 2월 치러진 전주농협 비상임 이사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2019년·2023년 세 차례의 동시조합장선거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이들은 4078명에 달했다. 이중 2389명(58.6%)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기소됐다.

금융 사고·부실 관리 문제 또한 심각하다. 횡령·사적금융대차 등 각종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데다, 사고 이후 회수율도 절반에 못 미치면서 상호금융의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농협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농·축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85건으로, 금융사고액 961억원에 달했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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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금융사고 285건 중 80건(28.0%)은 횡령이었고, 제도권을 통하지 않고 개인·지인 간에 불법적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적금융대차 또한 58건(20.3%)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사고 이후 회수한 금액은 올해 9월 기준 534억원에 그쳤다. 회수율(44%)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도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적자 조합 증가, 연체율 급등, 부실채권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며 상호금융 부문의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희용 의원이 최근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10개 단위조합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조합 수는 2021년 3개에서 올해 연말 손익추정 기준 76개로 늘었다. 4년 만에 2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상호금융의 대출잔액은 2021년 311조9546억 원에서 올해(8월 기준) 367조2292억원으로 확대됐고, 같은 기간 연체율은 0.88%에서 5.07%로 급증했다. 대출 확대 속도를 상환 능력이 따라가지 못해 건전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금 중 회수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규모 역시 2021년 4조1717억원에서 올해 8월 기준 21조21억원으로 약 5배 뛰었다. 고정이하여신이 높을수록 은행의 부실 위험은 커진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고위직 인사 기준 모호, 청탁 관행, 퇴직자 재취업 등 인사·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지속되며 조직 공정성에 대한 신뢰마저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사진은 지난 2023년 3월 8일 충북 보은농협 보은지점에 마련된 보은읍 투표소에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2023.3.8. hugahn@newsis.com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사진은 지난 2023년 3월 8일 충북 보은농협 보은지점에 마련된 보은읍 투표소에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2023.3.8. [email protected]


이 같은 문제의식하에서 농협은 인사·지배구조 개편, 부정부패 차단, 내부통제 강화, 금융 건전성 회복 등 전 분야에 걸친 전면적 쇄신에 착수했다.

우선 농협은 대표·임원·집행간부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 작업을 시작으로, 경영성과와 보수 간 연계를 높이는 등 보수체계 전면 개편에도 나섰다.

특히 성과·전문성 기준을 강화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임원은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그간 논란이 됐던 '퇴직자 재취업 관행'은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또한 외부 전문기관(헤드헌팅)을 통한 후보 검증 절차를 도입해 인사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경영평가 변별력을 높이고 성과가 미흡한 임원에겐 보수를 감액하는 한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경우 보수를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도 도입한다.

금융계열사에만 적용하던 '이연성과급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해 장기성과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구축한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사진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협중앙회-한국마사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는 모습. 2025.10.24.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사진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협중앙회-한국마사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는 모습. 2025.10.24. [email protected]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서는 사건사고 농축협에 대한 '선(先) 지원제한'을 도입해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수사·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즉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

기존 지원금 회수, 특수목적 자금(벼 매입 등) 지원 제한, 비위 은폐·축소 시 가중처벌 등을 적용한다.

오는 2027년 제4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 사무국을 조기 신설하고, 선거법 위반자에게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신고센터 운영, 지역본부·시군지부까지 확대되는 전담 조직 편성 등을 통해 금품·향응 제공 등 반복된 선거 비위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회계 비위 개선을 위해서는 '비용집행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했다. 조합원 실익증진 비용은 교육지원사업비로만 집행하도록 하고, 경조사비·선물비 집행 한도를 명확히 정했다. 사업 목적과 무관한 모든 지출을 전면 금지했다.

 농업인을 위한 금융지원도 강화된다. 장기연체 채권을 소각해 농업인의 신용 회복을 지원하고, 농업·농촌 활력을 위한 포용금융에 향후 5년간 108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농촌 소멸 대응을 위한 '농심천심운동'에도 3조6000억원을 투입해 지역 농업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개혁안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즉시 이행되는 강력한 제도"라며 "고질적인 구습과 관행을 타파하고 농업인과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일을 최우선 목표로 전 임직원은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농협본관 전경. (사진=농협경제지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농협본관 전경. (사진=농협경제지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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