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룸 모십니다"…반도체 업계 '제조 협력' 봇물

SK하이닉스, 국내 중소 팹리스와 제조 협력 추진

클린룸 확보 어렵자…반도체 업계 생산 협력 개시

AI 시대, 반도체는 '금맥'…고수익 제품 생산 총력전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SK하이닉스가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과 함께 제조 협력을 추진한다.

국내 팹리스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 탓에 생산할 곳을 찾지 못하자 손을 내민 것이다. 전 세계적인 '클린룸(청정실)' 부족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업계는 클린룸 없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지만, 주문량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SK하이닉스에 주문을 의뢰한 국내 한 중소 팹리스 역시 상황이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대만 반도체 업계를 통해 제품을 생산해왔지만 최근 생산라인 확보가 어렵자 새로운 제조처를 모색 중이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SK하이닉스는 완제품 형태가 아닌, 웨이퍼 단위로 납품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클린룸 확보 상황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국내 기업과 상생 경영 측면에서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I 반도체 부족 현상이 촉발한 전 세계적인 클린룸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클린룸 확보에는 2~3년 이상 걸린다. 현재로선 이미 갖춰진 클린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새로운 경쟁 구도가 되고 있다.

특히 저수익 제품에서 고수익 제품으로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생태계 확장으로, AI가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금맥'이 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업체간 생산 협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만 메모리 기업인 난야는 지난달 말 일본 닛토보와 생산협력을 발표했다.

닛토보는 특수 방적사(유리섬유) ‘T-글래스(T-glass)’를 주력으로 생산하는데, 이 소재는 AI 반도체용 고성능 기판 제조에 반도시 필요하다. 고온에서도 기판이 휘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닛토보가 제품을 독점 생산 중인데, 소재 확보에 어려움이 커서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난야와 협력해 공급 능력을 확대하겠다는 시도다. 난야는 오는 2027년까지 닛토보의 특수 유리섬유 원단 수요의 20%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UMC도 미국 폴라 세미콘덕터와 협력을 최근 발표했다. UMC는 미국 신규 공장을 건설하지 않고도, 미국 현지에 있는 폴라 세미의 클린룸을 활용키로 했다.

클린룸 건설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적시 생산이 중요한 지금의 반도체 생태계에서 가장 빠른 현지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낸드 업체 샌디스크도 대만 파운드리 PSMC와 협력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샌디스크가 장비를 제공하고, PSMC의 클린룸 공간을 위탁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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