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에 반복되는 충돌…하동군 행정 신뢰 '흔들'

경남 하동군청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 군과 군의회 간 갈등이 반복되면서 행정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하동군에 따르면 군은 2026년도 본예산으로 관광 분야에 총 178억원을 편성했으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약 36억원이 삭감됐다.
이로 인해 해양관광지 기반시설 조성, 지리산 둘레길, 섬진강 달마중길, 하동호 명품정원, 하동 투어버스 등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구축을 위한 핵심 사업들이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군은 이들 사업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중장기 관광 경쟁력 확보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기반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걷기 길 조성이나 체류형 관광 콘텐츠는 방문객 증가와 체류 시간 연장, 소상공인 매출 증대 등 장기적인 경제 파급 효과를 염두에 두고 추진돼 왔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예산 삭감이 관광 분야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동군이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 6723억원 가운데 고령자 복지주택, 귀농귀촌단지, 하동시장 점포 영업 보상비, 하동호 정원 조성 등 133개 사업, 301억여원이 삭감됐다.
전체 예산의 약 5%에 달하는 규모로, 군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대폭 삭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군과 군의회 간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군의회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집행부의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 삼았고, 군은 이에 반발하며 공방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3일 열린 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에 하동군 공무원들이 대거 불참한 사건이다. 당시 공무원들은 예산 심의 대신 보건의료원 기공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동군과 하동군의회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하동군 보건의료원 예산 심의 과정에서 군의회는 예산 편성의 적법성과 장기적인 운영 적자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하승철 군수는 이를 ‘발목 잡기’로 규정하고, 반대한 군의원 지역구를 찾아가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양측의 대립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바 있다.
결국 이번 예산 삭감 사태는 시민단체가 나서 하동군을 고발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하동참여자치연대는 지난 16일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안 심의에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불출석한 것은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관련 공무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자치연대는 예산 심의 일정이 사전에 확정돼 있었고 일부 공무원만 참석해도 심의 진행이 가능했음에도 전원이 불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수의 관련 부서 책임자들이 동시에 불출석한 것에 자치연대는 “특정인의 지시나 묵인, 나아가 사전 공모 가능성까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예산 삭감과 집행부·의회 간 정면 충돌 속에서, 하동군 행정 전반에 대한 군민들의 피로감과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책 추진의 동력 상실과 행정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하동군의 책임 있는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하동군 한 주민은 “관광이든 복지든 결국 군민 먹고사는 문제인데, 예산 깎고 책임 떠넘기는 싸움만 반복되니 답답하다”며 “집행부와 의회가 언제까지 힘겨루기만 할 건지, 민생은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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