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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뛰어넘은 판타지…무대서 만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객석에서]

등록 2026.01.1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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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작 무대로 옮겨…아날로그적 연출 돋보여

회전무대로 여러 공간 선보여…분장과 퍼펫으로 각종 캐릭터 연출

원작 영화의 히사이시 조 음악,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연장면. (사진=TOH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연장면. (사진=TOH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푸른 갈기를 휘날리는 하얀 용이 우아하게 무대를 가로지른다. 퍼펫티어(인형 조종사)들의 섬세한 연기 속에 살아난 용의 등에는 열 살의 소녀가 올라타 함께 비행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빚어낸 세계가 무대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리지널 내한투어로 개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손꼽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우연히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 치히로에게 펼쳐지는 미션과 모험을 다룬다.

원작은 무한한 상상력과 판타지로 구축된 세계를 선보인다. 애니메이션으로 이를 마음껏 펼쳐낸 것과 달리, 무대에서는 여러 물리적 제약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베테랑 연출가 존 케어드는 원작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무대만의 방식으로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작품은 영화의 플롯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장면 대부분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이때 아날로그적 연출이 단연 돋보인다.

판타지가 가득한 원작의 배경을 단순한 스크린 영상이나 프로젝션 맵핑이 아니라 실제 세트를 통해 구현한다. 특히 일본 전통 공연 양식인 노(能)에서 차용한 회전무대를 활용, 각기 다른 공간을 자연스럽게 교차해 선보인다.

몸이 투명해지거나, 오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연기할 때는 비닐을 활용한 연출이 사용된다. 과도한 장치 없이도, 관객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끌어들이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런던 초연 공연 모습. (Johan Perso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런던 초연 공연 모습. (Johan Perso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다양한 캐릭터들도 그 자체로도 볼거리다.

가오나시와 가면신과 누에신 등 온천장을 가득 채운 기묘한 손님들부터 거미를 떠올리게 하는 가마할아범 등은 분장이나 퍼펫(인형)을 통해 무대 위에 선다. 특히 퍼펫티어가 연기하는 숯검댕이들과 돌머리 삼총사는 등장하자마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질 만큼 귀여움과 놀라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극 중 상황에 따라 변하는 캐릭터에 따라 퍼펫의 모습도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도 재미를 준다. 강의 신이 퇴장할 때는 관객의 머리 위를 날아가는 연출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캐릭터들이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확인하는 건 이 작품을 즐기는 큰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듣는 재미도 챙긴 작품이다.

원작 영화에서 애니메이션 못지 않게 각광 받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이번 무대에서 11인조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한다. 생생한 사운드는 공연의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만든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런던 초연 공연 장면. (사진=Johan Perso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런던 초연 공연 장면. (사진=Johan Perso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의 메시지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지키는 이야기도,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해내는 이야기로도 풀이된다. 낯선 세계에 떨어져 잔뜩 겁을 먹었던 어린 아이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도 있다.

다만 공연장 특성상 무대와 자막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공연은 3월 22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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