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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에서 요청으로' 행궁동 ‘차 없는 마을’ 13년만의 귀환[초점]

등록 2026.02.23 17: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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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강력 반대했던 주민들 "이젠 장점 알아"

3~4월 매주 토요일 화서문로~신풍로 220m 구간

주민자치회·상인회 6차례 간담회 거쳐 구간 확정

[수원=뉴시스] 2023년 10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대에서 '생태교통 수원 뉴페스타' 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차량 통제로 보행자 중심 거리가 조성돼 시민들이 여유롭게 거리를 걸으며 행사를 즐기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6.02.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2023년 10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대에서 '생태교통 수원 뉴페스타' 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차량 통제로 보행자 중심 거리가 조성돼 시민들이 여유롭게 거리를 걸으며 행사를 즐기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6.0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차가 없을 땐 몰랐어요. 9월1일부터 차가 안 다니니까 '매캐한 게 없구나'라는 걸 느꼈죠. 도시에서도 공기가 맑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경기 수원시 행궁동 신풍동에서 35년째 살고 있는 김은숙(56)씨는 23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 생태교통 축제 때 한 달간 차 없는 마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미용실을 하던 저도 반대했다"며 "장사도 안 되고 일상생활이 힘들 것 같았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런데 한 달 해보니 강아지랑 산책하고 아이들이 차 신경 안 쓰고 다니는 게 너무 자유롭더라"며 "10월에 차가 다시 다니니까 목이 매캐하고 눈이 아팠어요. 주민들이 그걸 느낀 거죠"라고 회상했다.

이처럼 김 씨가 겪었던 13년 전 그 '차 없는 마을'이 다시 돌아온다. 수원시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차 없는 마을'을 조성해 도시재생의 전국적인 모범 사례를 만든 행궁동에서 13년 만에 다시 차 없는 거리를 시범 운영에 나섰다.

시범 운영은 화서문로 34번지부터 신풍로 47번지까지 220m 구간에서 나들이객이 몰리는 3월부터 4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당시 강력하게 반대했던 주민들이 이번에는 오히려 먼저 차 없는 거리 조성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극적인 입장 변화를 보여준다.
[수원=뉴시스]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의 한 루프톱 카페. 시민들이 화성행궁 성곽을 배경으로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거 낙후된 원도심이었던 행궁동은 2013년 생태교통 축제 이후 '행리단길'로 불리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6.02.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의 한 루프톱 카페. 시민들이 화성행궁 성곽을 배경으로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거 낙후된 원도심이었던 행궁동은 2013년 생태교통 축제 이후 '행리단길'로 불리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6.0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행궁동은 '행리단길'로 불리는 관광명소로, 과거 점집이 즐비했던 낙후된 원도심 골목이었으나 2013년 9월 한 달간 열린 '생태교통 수원 2013' 축제를 계기로 전국적인 명소로 탈바꿈했다.

당시 수원시 제2부시장이던 현 이재준 시장은 행궁동에 현장사무소를 설치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했으며 축제 기간 약 100만 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행궁동을 찾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3년 10월 수원시는 생태교통 축제 10주년을 기념해 '생태교통 수원 뉴페스타'를 개최하며 장안문부터 행궁광장까지 왕복 4차선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생태교통 퍼레이드를 재현하기도 했다.

김 씨는 "2013년 당시 주민이 80%였는데 지금은 2대 8로 상권화가 돼버렸다"며 "2013년을 겪었던 주민들로서는 차라리 그때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범 운영은 주민협의체가 먼저 요청했다. 김 씨는 "주민들이 '차라리 2013년처럼 차 없는 걸 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항상 했다"고 말했다.

수원시 친환경교통시설팀 윤신혜 팀장은 "행궁동이 주말에 인파가 많다 보니 보행하기 힘들다는 주민협의체 의견이 많았다"며 "동사무소와 주민협의체 측에서 '차 없는 거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여러 번 주셨다"고 설명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촬영지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우영우 김밥' 음식점 앞에 4일 오후 식사를 하거나 인증샷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촬영지 일대 상권에 활력이 돌고 있다. 2022.08.04.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촬영지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우영우 김밥' 음식점 앞에 4일 오후 식사를 하거나 인증샷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촬영지 일대 상권에 활력이 돌고 있다. 2022.08.04. [email protected]


윤 팀장은 "그때 당시에는 반대하셨었는데 행궁동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바뀌다 보니 주민들 자체에서도 '처음엔 자기도 반대했었는데 지금 와 보니 행궁동에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장점이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김 씨는 "지난 주말에 날씨가 따뜻해서 난리가 났다"며 "도로도 빡빡하고 사람도 빡빡하니까 그럴 바에는 차 없는 거리를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르신도 많은 동네인데 관광객 입장에서는 어린아이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항상 사고 위험도가 높다"며 "우리 집 앞에서도 사고가 빈번하게 생긴다"고 덧붙였다.

수원시는 서울 성수동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성수동은 토요일 오후 성수기 시간대만 차량을 통제해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현재 구간을 확대하고 있다.

시는 주민자치회·상인회와 6차례 간담회를 거쳐 운영 구간을 당초 320m에서 220m로 축소했으며 새빛톡톡 설문조사와 신용카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주차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삼일공업고등학교가 주차장과 운동장을 개방하기로 협조했다. 학교 행사가 없는 토요일에 총 100여 면을 제공한다.

시는 현장 관리 인력을 배치해 교통 통제와 보행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시범 운영 기간 교통 흐름과 보행 안전, 상권 변화 등을 검토한 뒤 주민·상인과 협의를 거쳐 운영 방향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행궁동 주민자치회와 상인회의 상생협의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13년 전 반대에서 요청으로 바뀐 주민들의 변화가 행궁동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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